[뉴스플러스] '고공단' 기재부 3명, 해수부 1명…여성 관료 '유리천장'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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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권성진 기자
입력 2024-03-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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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초' 산업부 여성 고공단 6%, 과장 15% 불과

  • 공정위는 되레 줄어, "파견·휴직 등 영향" 해명

  • '워라밸' 중시 MZ 사무관, 민간·외청·서울 탈출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행안부·기재부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행안부·기재부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3월 8일은 유엔이 지정한 '국제 여성의 날'이다. 1977년 지정 후 40여 년이 흘렀지만 우리 사회 여성들이 느끼는 '유리 천장'은 여전하다. 관가(官街)도 예외는 아니다. 일부 중앙부처는 '고공단'으로 불리는 고위공무원단에 입성한 여성 관료가 전체 중 5%가 채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해당자가 단 한 명뿐인 부처도 있다. 

7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현재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 여성 고공단은 각각 3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월 기준 기재부 고공단 58명 중 여성은 2명(3.4%)에 불과했으며 올해는 61명 중 3명(4.9%)으로 1명 늘었다. 본부 과장급은 총 117명 중 여성이 지난해 24명(20.5%), 올해 26명(22.2%)에 그쳤다.

대표적인 '남초(男超)' 부처로 꼽히는 산업부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여성 고공단 비율은 지난해와 같은 6.0%로 전체 실·국장 50명 중 3명에 불과하다. 여성 과장은 전체 83명 중 13명(15.6%)으로 전년 대비 3명 증가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업무 특성상 여성들이 선호하지 않는 부처로 인식돼 과장급 이상 공무원 중 여성 비율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며 "통상 분야가 합쳐진 후 여성 직원 수가 늘었다. 시간이 지나면 여성 고위 관료 비율도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양수산부는 고공단 44명 중 여성이 단 한 명에 그친다. 여성 과장은 49명 중 9명(18.4%)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와 비교해 전혀 늘지 않았다. 

여성 비중이 줄어든 곳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2년 말 기준 고공단 18명 중 여성이 1명, 여성 과장은 47명 중 18명(38.3%)이었다. 올해는 각각 1명과, 14명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 측은 파견·휴직 등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본부 외 기관으로 파견을 가거나 휴직 중인 여성 과장이 일부 있다"며 "이들을 포함하면 18명 이상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여성 공무원만 공직사회 내 유리 천장에 좌절하는 게 아니다. 젊은 세대 관료들도 강고한 위계질서, 민간보다 적은 수입, 출산·육아에 불리한 업무 환경 등에 답답함을 느끼며 공직을 떠나고 있다. 

한 여성 사무관은 "출산과 육아에 있어 여성 비중이 더 크다 보니 (휴직 등으로) 경력이 끊겨 고위 공무원 승진이 적은 것 같다"며 "육아 불평등이 해소되지 않는 건 공직사회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적인 문제"라고 토로했다.

일과 생활의 균형(워라밸)을 중시하는 문화가 퍼지면서 소위 '힘든 부처'로 통하는 기재부와 산업부 등을 기피하는 현상도 심화하는 분위기다. 거시경제와 산업 정책, 대규모 국책 사업을 총괄하는 부처들이라 젊은 관료 이탈이 국정 동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관세청 소속 A사무관은 "(부처를 고르며) 지역을 제일 중요하게 고려했다"며 "대전이 세종보다 살기 좋아 보였다"고 말했다. 기재부 소속 B사무관은 "동료들 중에는 서울에 가고 싶어 국방부나 통일부에 지원하는 사례가 있고 청·위원회도 인기가 많다"고 귀띔했다. 

부처 내 부서별 선호도 갈린다. 기재부 초임 사무관 대부분은 예산실이나 세제실 배치를 바란다. 정책 파트보다 비교적 워라밸이 지켜지는 곳으로 분류된다. 인사 평가와 승진보다 균형 잡힌 삶을 더 원한다는 얘기다. 승진 경쟁에서 밀릴 것을 우려해 기피하던 청·위원회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정 부처·부서 기피 역시 국정 동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는 요인이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핵심 인력이 빠져나가는 부처는 사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해당 부처는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고 국정 추진 동력도 약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인력 충원을 통한 업무량 조정과 유인책으로 부처 기피 현상을 극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업무 강도와 수준이 과도하면 MZ세대와 매치되지 않을 수 있다"며 "부처별 중요도를 고려해 인력 배치를 늘리는 식으로 1인당 업무량을 조정하고 유연근무제도 적극 도입하는 등 젊은 세대 트렌드에 맞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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