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원의 Now&Future] 포스코 장인화號 극복해야 할 과제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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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원 논설위원장
입력 2024-02-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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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원 논설위원장
[곽재원 논설위원장]



포스코그룹이 오는 3월 21일 주주총회를 거쳐 제10대 장인화 회장 체제를 출범한다.
장인화 차기 회장(68)은 포스코그룹 경영의 3개 핵심 축을 실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 먼저 올해 3년 차를 맞는 7대 핵심 사업 추진 전략을 확실한 경영 성과로 보여줘야 한다. 두 번째는 포스코 50년(1968~2018)을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 ‘포스코 100년’ 비전을 겨냥한 넥스트 50년의 굳건한 체제를 갖추는 것이다. 셋째는 2025년 ‘민영화 25년’에 걸맞은 완벽한 지배구조의 토대를 구축하는 일이다.

 
출처포스코 그룹
[출처=포스코그룹]


7대 핵심 사업으로 미래 성장 기회 창출
포스코그룹은 공급망 재편, 글로벌 저성장 기조와 전쟁 등으로 촉발된 지정학적 위기를 극복하고 역량을 길러 2024년을 철강, 이차전지 소재, 리튬·니켈, 수소, 에너지, 건축·인프라, 식량 등 7대 핵심 사업에서 미래 기회를 창출하는 원년으로 삼았다. 7대 핵심 사업은 2022년 최정우 회장이 기치를 내건 것으로 포스코그룹을 철강회사에서 소재·에너지 회사로 바꾸는 사업 전환 전략에서 나온 것이다.
장 회장 체제에서도 7대 핵심 사업은 계속 추진될 것으로 보이지만 관건은 포스코그룹의 경영 실적이다.
지주회사 포스코홀딩스(HD)가 최근 발표한 2023회계연도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3조53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건설 수요 침체 등으로 자국산 철강재가 수출로 돌아서면서 수급 균형이 깨져 판매가격이 하락했다. 매출액은 같은 기간 중 9% 감소한 77조1270억원에 그쳤다. 포스코에 따르면 대표 품종인 탄소강 단가가 2023년에 전년 대비 11% 하락했다. 하반기에는 중국의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원료인 철광석과 석탄 가격이 상승하면서 수익에 타격을 입었다. 연간 조강 생산량은 2022년 대비 4% 증가한 3568만톤, 제철소 가동률은 87.7%였다.
성장사업으로 분류되는 배터리 소재 자회사인 포스코퓨처엠(옛 포스코케미칼)의 매출은 전년 대비 44% 늘어난 4조7600억원, 영업이익은 78% 감소한 36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전기자동차(EV) 판매 둔화에 따라 배터리업체들이 감산에 나서면서 배터리 소재 수요도 감소했다. 원재료인 리튬 가격 하락으로 1482억원의 재고평가손실을 기록했다.
포스코의 최대 라이벌인 일본제철을 보자. 일본제철은 2024년 3월기 연결 순이익이 전년 대비 32% 감소한 4700억엔(약 4조7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라고 발표했다. 기존 예상보다 500억엔 높아진 것으로 이익 감소 폭이 줄어든다. 연간 배당금도 160엔으로 기존 예상보다 10엔 많아진다. 원재료 가격이 예상보다 낮아져 강재 판매가격과의 차액인 마진이 확대되는 것이다. 매출액은 13% 늘어난 9조엔, 사업이익은 13% 줄어든 8000억엔. 재고평가손익 등을 제외한 실적 기준 사업이익은 8900억엔으로 기존 예상보다 500억엔 웃돌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주력인 제철사업의 사업이익은 13% 감소한 7500억엔이다. 중국의 경기 둔화로 아시아 철강재 시황이 악화되고 있지만 2023년 11월 시점의 예상보다 철강재 가격이 회복되고 있다고 한다. 앞서 발표한 2023년 4~12월기 연결 실적은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6조 6418억엔, 순이익은 15% 감소한 4409억엔을 기록했다. 포스코에 비해 일본제철의 상황이 훨씬 좋아 보인다.
 
 
출처포스코 그룹
[출처=포스코그룹]


진정한 민영화와 포스코그룹 지배구조의 확립

‘포스코를 알면 한·일 관계뿐만 아니라 대통령실이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기업 활동에도 영향을 미치는 한국 정치의 일면을 알 수 있다’고 한다. 포스코의 경우 당초 국영기업(1983년 기준 정부 소유 비율 92%)이었으나 정부는 1998년 7월 3일 정부와 산업은행 보유 지분 26.7%를 1인당 3% 한도로 민간과 외국인에게 분산 매각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후 정부와 산업은행 보유 주식이 여러 차례 분할 매각되었고, 2000년 10월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 36%를 매각하면서 완전히 '민영화'되었다.
그럼에도 포스코의 인사는 정권의 입김에 계속 휘둘려 왔다. 이번에도 포스코 회장 인사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정부는 인사권을 가진 국민연금공단을 통해 산업계에 폭넓게 영향력을 행사한다. 포스코는 국내 5위 기업집단으로 사업 분야도 철강, 상사, 건설 등 광범위하다. 그런데도 대기업 총수들이 수십 명 단위로 동행하는 대통령 외유에 지난 정부 때 임명된 최정우 회장은 단 한 번도 동행이 허락되지 않았다. 그동안의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민영화 이후에도 최 회장까지 4명의 경영진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음으로 양으로 압력을 받아 임기 중 사임했다.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에 따르면 2023년 아시아 지역 지배구조 평가에서 한국은 7위다.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 문제로 일본, 대만, 말레이시아, 인도에 뒤처져 있는 실정이다.
한국 경제 발전을 뒷받침해 온 포스코는 이제 매출 100조원을 바라보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중국 철강 대기업의 부상, 친환경 수소환원 제철 기술 확립, 배터리 소재 강화 등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포스코가 인사를 단행하는 와중에 일본제철은 미국 철강 대기업 US스틸 인수를 발표했다. 업계 재편이 시작되고 있는 가운데 포스코도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일본경제신문은 “정권 눈치 보기가 만연한 내향적 경영이 지속된다면 세계 철강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출처니케이 신문
[출처=닛케이]


 한·일 동시에 등장한 공학계 출신 수장

장인화 회장 내정자(68)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고 1988년 포스코 산하 포항산업과학연구원에 입사했다. 연구 분야를 거쳐 신사업실장과 기술투자본부장, 철강부문장 등을 거쳤다. 이산화탄소(CO₂)를 다량 배출하는 철강업체들은 탈탄소화가 시급한 상황이라 기술에 밝은 그의 경험이 높이 평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이후 모두 공학계 출신이 수장을 맡아 온 전통에서 벗어나 이례적으로 재무 분야 출신으로 2018년부터 경영 전면에 나선 최정우 회장 겸 CEO(66)는 고문으로 활동할 전망이다. 최 회장은 2022년 철강, 상사, 건설, 전지소재 등 사업 자회사를 산하에 둔 지주회사로 전환해 사업 다각화를 추진했다.
일본제철은 지난 12일 이마이 다다시(今井正) 부사장(60)이 4월 1일부로 대표이사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승진한다고 발표했다. 하시모토 에이지(橋本英二) 사장(68)은 대표이사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다.
이마이 사장 내정자는 1988년 도쿄대학 대학원(금속공학)을 수료한 뒤 같은 해 4월 신일철에 입사했으며 2007년 MIT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2016년 집행임원, 2019년 상무집행임원 나고야제철소장, 2020년 상무이사, 2023년 부사장(그린 트랜스포메이션 추진본부장, 전기로 프로세스 추진 프로젝트 리더)을 거쳤다. 1979년 히토쓰바시대학 상학부를 졸업한 하시모토 회장 내정자는 신일본제철(현 일본제철)에 입사한 뒤 1988년 미국 하버드대학 케네디 공공정책대학원 졸업했으며, 1996년 이후 수출·해외사업을 담당했다. 주로 철강재 영업 분야를 거쳐 2009년 전무, 2013년 상무집행임원이 되어 브라질 합작회사 재건을 맡았고, 2016년 부사장을 지낸 뒤 2019년부터 사장을 맡았다.
이마이 사장 내정자는 옛 신일본제철 출신으로 최초의 기술계 사장으로서 최대 경영 과제인 탈탄소화 대응을 담당하게 된다. 경영 체제를 쇄신하고 탈탄소 대응과 해외 사업 확대로 '세계 최고'를 향한 성장을 가속화한다.
이마이 사장 내정자는 12일 기자회견에서 "세상을 보면 제조업에서는 기술직 출신이 사장이 되는 경우가 많고, 포스코 등 경쟁 철강업체도 마찬가지다. 일본제철은 전체 직원 중 약 3분의 2가 기술직이나 엔지니어이기 때문에 더욱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마이 사장 내정자는 기술 분야 출신이지만 경영기획 부문 임원으로 승진한 독특한 경력도 가지고 있다. 그동안 '본사는 참모, 제철소는 현장주의'라는 역할 분담이 강했지만 본사와 현장 모두에 정통한 '전방위형'으로 차기 사장 유력 후보로 꼽혀왔다.
이번 사장 인사의 특징에 대해 일본제철 관계자는 "탈탄소화에 대응할 수 있는 인물이 조건이 될 것"이라고 후임 사장의 조건을 꼽았다. 이마이 사장은 제철의 탈탄소화에 필수적인 전기로 추진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등 조건에 부합하는 인물이다. 
포스코그룹과 마찬가지로 일본제철도 탈탄소 대응이 시급한 경영 과제다. 일본 산업부문에서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CO₂) 배출원인 철강업계는 탈탄소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2030년까지 기술 개발과 노하우 축적을 얼마나 진전시킬 수 있느냐가 향후 경쟁력을 좌우하는 열쇠가 된다.
이마이 사장 내정자는 현재 6명의 부사장 가운데 최연소자 중 한 명이다. 탈탄소 대응은 몇 년 단위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최근 사장의 재임 기간인 5년을 넘어 장기 경영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사내에서 나온다. 일본제철을 재건한 하시모토 신임 회장이 중장기 경영 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 때까지 이마이 신임 사장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제철은 2019년 4월 하시모토 사장 취임 첫해인 2020년 3월기 연결기준 4315억엔의 손실로 회사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일본제철은 2012년 옛 신일본제철과 옛 스미토모금속이 합병한 뒤 2017년 닛신제강을 인수해 3개 기업 통합 경영을 목표로 했지만 당시에는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당시 하시모토 사장은 국내 고로의 잉여 생산능력을 줄이는 등 사업 구조개혁을 추진했다. 세토우치 제철소 구레지구(히로시마현 구레시)의 전면 휴업 등을 결정한 것도 그 일환이다. 영업에도 칼을 댔다. 자동차 회사 등 대형 고객사와의 '끼워팔기 가격'을 시정하고,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감안해 가격 인상을 추진했다. 그동안 유럽 아르셀로미탈과 공동으로 인도 철강 대기업을 인수하고, 태국에서는 전기로 업체를 단독으로 인수하는 등 해외 사업 투자도 강화하며 성장의 씨앗을 뿌리는 데 주력해 왔다.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며 경영의 대부분을 톱다운으로 진행한 당시 하시모토 사장은 2023년 3월기 연결 순이익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V자형 실적 회복세를 이끌어냈다. 취임 후 약 5년 만에 시가총액은 80% 늘어난 3조2000억엔까지 확대됐다.
이마이 신임 사장의 경영체제는 영업, 해외사업 등 각 분야에 정통한 다른 임원들과 협력해 경영 과제를 해결하는 구도가 될 전망이다. US스틸 인수 실현에는 노조의 반대와 규제 당국의 승인 등 불투명한 요소가 많다. 해외사업을 크게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제철은 철강업계에서 생산량뿐만 아니라 품질을 포함한 종합력으로 '세계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마이 신임 사장은 탈탄소화를 비롯한 다양한 난국에 대응해 나가야 한다. 특히 2050년까지 4조~5조엔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는 탈탄소화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가가 주목된다.
 장인화 신임 포스코 회장도 이마이 신임 사장과 마찬가지로 탈탄소화, 중국의 저가 공세를 포함한 많은 난국을 헤쳐나가야 한다. 한·일 철강 대기업 수장의 경영 능력이 바야흐로 시험대에 올랐다. 일본제철과 중국의 바오산철강을 제치고 포스코 신화를 재현하기 위한 장인화 신임 회장의 힘찬 항해를 기원해 본다.



곽재원 필자 주요 이력 

▷전 중앙일보 경제부국장, 도쿄특파원 ▷전 서울대 공과대학 초빙교수 ▷전 한양대 기술경영학 석좌교수 ▷전 경기도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원장 ▷현 가천대·호서대 초빙교수 ▷현 아주경제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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