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發 경영 쇄신 시계 빨라지는 카카오

일부 계열사 경영진 교체…추가 교체 전망

내부 잇단 고강도 감사…재정비 긍정 평가

카카오의 창업주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 겸 CA협의체 공동 의장이 지난해 12월 경기 성남시 카카오 본사에서 열린 임직원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카카오]

카카오가 고강도 경영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다시 전면에 나선 후, 주요 경영진의 과감한 교체는 물론 내부 조직에 대한 고강도 감사도 서슴없이 진행하고 있다. 이번 카카오 위기의 시발점이 된 SM엔터테인먼트를 되파는 방안 역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내달 중 계열사 대표에 대한 추가 교체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유력 대상으로는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와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김일두 카카오브레인 대표, 문태식 카카오 등이 꼽힌다. 현재까지 분위기상 이들 전원을 교체하는 파격 인사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류 대표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택시업계와 합의를 원만히 이끌며 유임을 점치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공정거래위원회 등과 연이어 충돌한 상황을 고려하면 결국 교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카카오의 리더십 변화는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다. 지난해 말 카카오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외부 출신인 정신아 내정자를 발탁한 게 시작점이었다. 이달 12일에는 이승효 카카오페이증권 대표가 일신상의 이유로 사의로 표명했다. 일주일 뒤인 19일에는 핵심 계열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각자 대표 2인을 동시에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업계에선 김 창업자가 경영 일선에 다시 재등판한 이후 변화가 급진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김 창업자는 자율 경영을 강조하며 경영 개입을 최소화해 왔다. 하지만 위기가 커지자 그룹 총괄 기구인 CA협의체 공동 의장으로 다시 전면에 나섰고, 인적 쇄신에 집중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집안 내부 단속에도 힘을 주고 있다. 카카오 이사회 산하 감사위원회가 SM엔터테인먼트 임원 등을 상대로 감사를 진행 중이고, 일부 경영진은 경질키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내부 정보 유출 의혹과 관련해 해당 직원을 대상으로 고강도 디지털조사(포렌식)를 진행했다.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발걸음도 빨라졌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 내정자는 지난 19일 직접 공식 석상에 나서 새 성장 엔진인 멀티모달 인공지능(AI) 모델 '허니비'를 공개했다. 같은 날 카카오브레인은 생태계 발전을 위해 허니비 소스코드를 공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AI 경쟁력 확보와 상생의 의미가 모두 담긴 행보다.
 
최근 SM엔터테인먼트를 엔씨소프트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도 흘러나왔으나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카카오 변화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CA협의체와 외부 감시 기구인 '준법과신뢰위원회'를 바탕으로 내부 계열사 재정비가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내부적으로) 조직 체계와 기업 문화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들이 빠르게 마련되고 있다"며 "조직 쇄신의 초기 분위기는 원활하게 흘러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