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약세에 무역 지표 관리 '비상'...물가 안정 '복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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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락 기자
입력 2024-01-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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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올 들어 급등한 원·달러 환율이 수출 중심의 경기 회복을 추진 중인 정부 계획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인플레이션을 촉발하는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과거 고환율이 수출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도 신흥국 통화 가치 하락과 맞물리며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 

27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 감소한 333억31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설 연휴를 앞두고 통관이 집중된 탓에 수출이 늘었던 기저효과가 있었던 만큼, 조업일수를 고려한 수출액은 2.2% 증가하며 이달에도 증가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지난해 12월까지 7개월 연속 흑자가 이어졌던 무역수지는 이달 적자 전환 가능성이 제기된다. 수출 증가세가 다소 둔화되면서 이달 1~20일 무역수지는 26억 달러 적자다. 

고환율이 수입물가를 자극할 경우 무역수지가 더 악화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원유 등 대부분의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수입품 가격이 뛰면 무역수지 개선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앞서 한국은행은 이달 16일 수출입물가지수 통계에서 지난해 11월과 12월 수입물가지수가 하락한 원인으로 국제유가 약세와 환율 하락을 꼽았다. 수입물가지수는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4개월 연속 올랐지만 11월 -4.4%로 하락 전환한 뒤 2개월 연속 내림세를 나타냈다. 

이 시기 환율이 안정되면서 수입물가 모두에 영향을 줬고, 국제유가 약세와 함께 광산품, 화학제품 등의 가격이 내리면서 수입물가도 하락하는 효과를 줬다는 분석이다.

이같이 안정세를 보였던 환율이 다시 요동치면서 수입물가도 다시 들썩이는 모습이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 1288원에 거래를 마친 원·달러 환율은 올 들어 50원 넘게 올랐다. 지난 17일에는 장중 1350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고환율은 무역 지표에 이어 국내 물가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1월 5%대로 출발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월 4%대, 4월 3%대로 떨어졌고 6월 2%대로 내려왔다. 하지만 먹거리 물가가 크게 오르며 8월 3%대로 반등했고 12월까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정부는 올 상반기에도 3%대 물가 상승률을 예상하면서도 2%대 조기 안착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는 변수다. 

원화 약세에 수입 원자재·중간재 가격이 동시에 오르며 이를 가공한 제품 가격도 따라 오르게 되는 탓이다. 물가 상승은 국민들의 실질 구매력을 약화시켜 내수 회복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관계자는 "원화 가치 하락은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거시경제 안정을 위한 정책과 환율 급등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 보호 정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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