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분기 서울에서 50억원 이상 초고가 아파트 거래건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4분기에는 절반으로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슈퍼리치’들도 연말 아파트 가격 하락세를 의식해 관망세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시내 50억원 이상 초고가 아파트가 지난해 4분기(10~12월) 32채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분기인 3분기 64채나 팔린 것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든 수준이다. 아울러 지난해 4분기 9건에 비해서는 늘었으나 2022년 4분기 36건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서울 초고가 아파트 거래는 한 해에 1~3건에 불과할 정도로 드물었다. 2007년과 2011년에는 단 한 차례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기도 했다. 그러나 2015년부터는 매 분기 꾸준히 거래가 발생하기 시작해 2017년 4분기(12건) 처음으로 10건을 돌파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역사적인 저금리 시기가 도래한 2020년 4분기 20건을 시작으로 거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2021년 3분기 50건, 2022년 2분기 53건을 기록했다. 집값 상승기였던 지난해 3분기에는 64건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한 분기 만에 거래 건수가 절반으로 줄었다.
세부적으로 지난해 4분기 강남구에서 16건의 거래가 이뤄져 절반의 비중을 차지했다. 다음으로 서초구에서 10건, 용산구에서 4건, 성동구에서 2건의 거래가 이뤄졌다.
100억원이 넘는 거래는 단 한 건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10월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234.8㎡ 펜트하우스가 110억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초고가 아파트 거래가 직전 분기 대비 크게 줄어든 것은 연말 아파트 가격 하락세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된 이후 마지막 넷째 주까지 4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실제 지난해 4분기 초고가 아파트 거래를 월별로 따져보면 10월과 11월에는 각각 16건과 11건으로 나타났지만 12월에는 5건에 불과했다. 지난 2021년과 2022년 12월 초고가 아파트 거래가 각각 12건과 10건이 발생했음을 감안하면 계절적 영향보다는 당시 아파트 시세에 더 큰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해도 초고가 아파트 거래가 지속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등의 호재가 현실화되기 전까지 아파트 가격 하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거래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진단이다.
부동산 업계 전문가는 "연말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되면서 슈퍼리치들도 관망세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된다"며 "초고가 아파트 부문은 일반 주택시장과 다른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하락세가 뚜렷해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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