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칼럼] 한국경제 '빚더미'에서 벗어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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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입력 2024-01-11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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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국제결제은행 보고서에 의하면, 2023년 2분기말 기준으로 한국의 가계·기업·정부 부채 합계는 5957조원으로 GDP 대비 273.1%에 이른다. 31개 OECD 국가 중 일본(414.0%), 룩셈부르크(403.2%), 캐나다(307.9%)에 이어 4위 수준이고, 31개 국가 중 GDP 대비 부채비율이 상승한 국가는 한국이 유일했다. 가계부채 비율은 105.1%에서 101.7%로 낮아졌으나, 기업부채 비율은 117.6%에서 123.9%로, 정부부채 비율은 45.5%에서 47.5%로 늘어난 결과이다. 2분기말 추세로 볼 때 2023년말 가계·기업·정부 부채는 6000조원을 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GDP 대비 부채비율이 상승하였다는 것은 부채의 증가 속도가 GDP 증가 속도보다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가계부채와 정부부채가 빠르게 증가되었다면, 윤석열 정부에서는 기업부채와 정부부채 증가가 뚜렷하다.
 
경제가 빠르게 성장할 때는 부채의 증가는 성장 속도를 더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이 강할 수 있으나 성장 속도가 둔화되거나 역성장이 될 경우 부채가 경제 운영에 큰 부담이 된다는 점에서 부채 규모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2023년과 같이 성장률이 둔화되고 고금리 상황에서 부채는 국가 전반에 부담이 될 수 있고, 2024년 현재 부채 관리가 경제 운영에 중요 현안이 되었다. 건설회사를 중심으로 PF대출이 발등의 불이 되어있고, 자영업자와 가계의 대출 관리가 급선무가 되고 있다. 가계·기업·정부 부채는 한국 경제가 이제까지 성장해 온 경로에서 발생한 산물이고, 각 경제 주체별 부채는 상호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레버리지 경제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한국은 가계·기업·정부의 부채에 대한 종합적 관리 계획 없이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보장할 수 없다.
 
가계부채는 부채 문제의 중심에 있어 왔다. GDP 대비 100%를 넘는 규모는 OECD 국가 중에서 높은 국가군에 속하기도 하지만 가계에 부채가 많다는 것 자체가 한국 경제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2023년 12월 기준 5대 은행 가계대출은 692조원인데 이 중 주택담보대출이 530조원이다. 가계대출의 용도는 주택구입과 영세 자영업자의 사업자금이 주를 이루고 있다.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소 둔화된 것은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것이지만, 저금리 기조에서 부동산을 구입한 많은 사람들이 고금리와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고통받고 있다. 금리를 내리면 가계대출이 늘어나고, 금리를 올리면 가계의 원리금 상환부담이 커져,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진퇴양난의 국면이다. 정부는 2024년 경제정책 방향을 제시하면서 가계부채를 2027년까지 100% 이하로 통제하겠다고 하지만 제시된 정책수단으로 가능할 것인지는 미지수이다.
 
자영업자의 부채도 유사한 형국에 직면해 있다. 2023년 3분기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53조원으로 증가추세에 있다. 이 중 저소득자 대출 비중은 12.3%, 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3.5%로 집계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로 추정한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1.24%로 전년동기 0.53%에 비하여 2배 이상 높아졌다. 불황으로 인한 서비스산업 부진과 고금리의 영향으로 판단된다. 코로나19가 극성이던 2020년 이후 자영업자 대출은 매년 100조원씩 늘어났다. 자영업자의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빚 내어서 겨우 버티고 있는 자영업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이냐에 대한 정책 방향이 있어야 한다. 자영업자 비중은 감소되고 있으나 2023년 9월 기준으로 전체 취업자의 20%로 미국 6.6%, 일본 9.8%에 비하여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국민 상당수가 종사하고 있는 자영업자를 위해서는 폐업 등 구조조정을 도와주면서 적절한 재정지원이 필요하지만, 경제 전반이 침체되는 상황에서 마땅한 출구전략이 없다. 단순한 연명책 이상의 종합대책이 나와야 한다.
 
2023년 12월 기준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767조원으로 2022년보다 64조원 증가했다. 중소기업에서 33조원, 대기업에서 31조원 증가했다. 경제 전체로는 투자가 감소되고 있는데 대출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대기업은 어려워진 회사채 발행 대신에, 중소기업은 긴급한 운영자금 마련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2023년 10월 말 기준 0.48%로 전년 대비 0.22%p 상승했다. 특히, 건설회사 중심으로 PF대출이 시한폭탄이 되고 있으나 미봉책으로 일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부채 증가도 심각하다. 문재인 정부 이래 깊어진 재정수지 적자의 골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균형재정을 중시하고 있지만 세수 부족까지 겹쳐 국가채무는 증가일로에 있다.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2023년 GDP 대비 50.4%인 국가채무가 2027년까지 53.0%로 증가된다. 여기에는 한국전력 등 공기업의 부채 증가는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국가채무 억제를 위한 재정건전화법이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도 않지만, 동 법이 통과된다고 해서 국가채무가 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재정수지 균형을 위한 특단 대책이 없으면, 인구 고령화로 복지지출이 급속히 증가되고 증세는 쉽지 않은 일본과 같은 국가채무 대국의 길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레버리지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가계·기업·정부의 부채 문제를 단박에 해결하는 방안은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것이다. 부채의 증가속도 이상의 경제성장이 이루어진다면 부채 위기도 연착륙이 가능하다. 그것이 어려우면 가계·기업·정부 모두가 불요불급한 지출을 줄이는 긴축기조로 전환해야 한다. 저생산에서 고비용을 유지하는 국가 시스템은 궁극적으로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가계·기업·정부의 부채를 마이크로 핀셋 정책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고금리 국면이 해소되어야 시급한 불을 끌 수 있는 만큼, 금리 인하의 시기를 가능한 한 앞당기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용하 필자 주요 이력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전 한국경제연구학회 회장 △전 한국재정정책학회 회장 △현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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