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대만 총통선거 D-4...누가 돼도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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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 기자
입력 2024-01-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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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진당이 3연임에 성공한다면 대만 독립이 멀게만 느껴지지는 않을 것 같다.”

친미·독립 성향인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 지지자라고 밝힌 예씨(30)는 오는 13일 열리는 대만 총통 선거에 대만의 운명이 달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 전 세계 60여개 국가에서 선거가 열리면서 총 40억명의 유권자가 투표권을 행사할 예정인 가운데 한국에서도 주시하고 있는 대만 선거가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대만 총통 후보는 반중 노선의 라이 후보와 친중 노선을 내세운 국민당의 허우유이 후보, 중도로 분류되는 제2야당 민중당의 커원저 후보 등 세명이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선거 전 열흘) 전인 지난 2일 대만연합보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라이 후보 지지율이 32%, 허 후보와 커 후보가 각각 27%, 21%로 나타나며 박빙 승부를 예고했다. 지지 후보가 없다고 대답한 유권자도 20%에 달했다.

투표를 위해 귀국하고 있는 해외 거주자들의 표심과 커 후보의 막판 뒤집기 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으나 여론조사 결과대로 집권 민진당이 승리하게 된다면 1996년 대만 직선제 도입 이후 처음으로 독립 성향 정당이 3연임에 성공하게 된다. 민진당이 12년 동안 장기 집권하며 대만 독립의 길을 개척해 나갈 수 있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민진당은 미국과 더 밀착할 것이고, 반대로 중국은 미국과 대만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동북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라이 후보가 우세를 이어가자 중국은 벌써 대만 압박 카드를 꺼내 들었다. 시 주석은 올해 신년사에서 “중국과 대만의 통일은 역사적 필연”이라고 강조했고, 중국 외교부는 지난 7일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기로 한 미국 방산업체 5곳을 제재한다고 발표했다. 이 밖에도 중국은 일부 대만산 화학 품목에 대해 관세 감면을 중단하고, 대만 상공에 정찰 풍선으로 의심되는 물체를 보내기도 했다.

친중 성향의 국민당 정권이 들어선다고 해도 미·중 관계의 균형추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로 대표되는 권위주의 국가가 권력을 넓혀가면서 미국 등 서방이 이끄는 자유민주주의 진영이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중 관계가 빠르게 개선되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년 만에 마주 앉았지만 ‘대만 문제’를 둘러싼 이견은 오히려 확대된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만 총통 선거는 ‘미·중 대리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결국 누가 대만의 새 지도자가 될지 예단하기 어려운 것처럼, 누가 되더라도 리스크는 존재한다. 대만, 나아가 전 세계의 운명을 좌우할 대만 총통 당선인은 오는 5월 20일 차이잉원 현 총통의 뒤를 이어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지원
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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