龍氣 뿜는 전남 고흥…용의 기운 받으며 새해 소망 빌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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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이 기자
입력 2023-12-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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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 승천한 영남 용바위 나로호도 지난곳

  • 절벽 아래 용굴·사자바위 '전설의 흔적'

  • 팔영산 정상 수로부인 조형물 설화 재현

미르마루길 영남용바위 주변 풍광이 빼어나다 사진한국관광공사
미르마루길 영남용바위 주변 풍광이 빼어나다. [사진=한국관광공사]
2024년은 갑진년(甲辰年), 푸른 용의 해다. 복된 기운 받으며 새해 소망을 기원할 여행지를 찾아본다. 어디가 좋을까 고민하다 마침 한국관광공사(사장 김장실)가 신년을 맞아 소개한 여행지들을 눈에 담는다. 다양한 여행 명소가 있지만 전남 고흥은 용의 기운이 가득 서려있다. 당장 행장을 꾸려 '용기(龍氣)' 가득한 고흥으로 떠난다. 

용암마을 영남용바위에는 용과 관련된 전설이 있다. 먼 옛날 이곳에서 두 마리 용이 서로 먼저 승천해 여의주를 얻으려고 싸움을 벌였단다. 마을 주민 류시인은 꿈에서 그들의 싸움을 끝낼 비책을 듣고 한 마리를 활로 쐈다. 류시인의 도움으로 싸움에서 이긴 용이 용암마을 앞 바위를 디딘 채 승천했는데, 그 흔적이 지금까지 있다는 것이다. 그럴싸한 전설이다.

고흥10경 중 6경인 ‘남열 해양 경관과 해수욕장’에 그 전설의 흔적인 영남용바위가 있다. 널따란 반석을 따라 조심스레 들어가다 보면 용이 승천한 흔적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놀랄 만큼 전설과 일치하는 모습이라 실제 벌어진 일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용암마을 한쪽에는 용의 머리처럼 보이는 용두암이 있다. 제주 용두암보다 작지만, 모양은 그럴듯하다. 용의 기운을 받으려는 이들이 용암마을을 찾는 이유다.

영남용바위 일대에서는 나로우주센터에서 쏘아 올리는 우주발사체의 궤적을 볼 수 있다. 고흥우주발사전망대에서 나로우주센터까지 직선거리가 17㎞에 불과해 로켓 발사 순간을 맨눈으로도 관측하기 쉽다. 우주발사체야말로 21세기의 용과 다름없지 않은가.

영남용바위와 고흥우주발사전망대를 연결하는 ‘미르마루길’을 걷는 것도 방법이다. 고흥군이 조성한 길이 4㎞ 해안 탐방로에는 용굴과 몽돌해변, 사자바위 등 영남용바위 외에도 멋진 풍경이 가득하다.

용암마을 시작점에서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단숨에 영남용바위 꼭대기에 이른다. 용이 승천한 흔적이 이어지는 곳에는 황금빛 용 조형물이 위엄을 뽐낸다. 용의 기운이 영험한지 이곳에서 정성껏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바위 꼭대기에서 벗어나면 오솔길이 해안을 따라 고흥우주발사전망대로 향한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끊임없이 반복돼 마냥 쉬운 길은 아니지만, 한겨울에도 초록 잎을 자랑하는 난대성 수목이 곳곳에서 용기를 북돋운다. 나뭇가지 사이로 아침 햇살을 받은 바다가 반짝이고, 화산이 만들어냈다는 바위와 절벽이 거친 매력을 한껏 발산한다. 

현재는 폐쇄돼 접근이 불가능하지만 절벽 아래 용굴이 있다. 싸움에서 진 용이 화를 참지 못하고 류시인을 공격한 뒤 이곳에 숨어들었다고 한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용이 울부짖는 소리가 바람을 타고 10㎞ 떨어진 곳까지 들린다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마을 사람들이 이 소리로 날씨를 점쳐왔다니, 한번쯤 귀 기울여 확인해볼 것. 

절벽 위 숲길을 따라 걸어 도착한 몽돌해변 앞에 바위 하나가 눈에 띈다. 사자가 웅크린 모습 같다고 사자바위라는 이름이 붙었다. 영남용바위 전설은 사자바위에서 끝을 맺는다. 싸움에서 이겨 승천한 용이 류시인의 용맹함에 감동했고, 이곳을 수호하는 사자바위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류시인의 아내는 날마다 몽돌해변에 찾아와 바위가 된 남편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고흥군이 품은 자연을 더 깊이 즐겨보고 싶다면 팔영산이 제격이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들 만큼 경치가 빼어나다. 

정상에 도착하면 드넓은 공원이 펼쳐지고, 용을 탄 수로부인 조형물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천연 석재를 깎아 만든 조형물은 높이 10m가 넘을 만큼 규모가 대단하다. 해룡이 수로부인을 모시고 나타나는 〈해가〉 관련 장면인데, 조각상 뒤로 망망대해가 보여 더욱 생동감 넘친다. 짙푸른 동해를 배경으로 여의주를 문 초대형 용이 당장이라도 날아오를 듯하다.

조형물 아래 받침돌에는 《삼국유사》 속 이야기를 그림으로 담았다. 순정공이 강릉 태수로 부임하던 중, 동해안에서 해룡이 갑자기 나타나 수로부인을 납치했다. 이에 한 노인이 백성을 모아 막대기로 땅을 치며 노래 부르니, 용이 다시 부인을 모시고 왔다고 한다. 이때 부른 노래가 〈해가〉로, 받침돌에 그 가사가 있다.

수로부인 조형물과 마주한 언덕길에는〈해가〉를 부르는 백성을 표현한 조각상이 설화 속 장면을 완성도 있게 재현한다. 언덕에 오르면 막대기로 땅을 치는 백성과 용을 타고 등장한 수로부인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기세등등한 바다까지 합세한 풍경을 눈에 담는 것만으로 기운이 좋아지는 느낌이다.

수로부인 설화를 담은 또 다른 장소, 해가사의터로 여행을 이어가기로 한다. 삼척 최북단 해변인 증산해변 입구에 해가사의터 기념비가 있다. 임해정은 〈해가사〉라고도 불리는 〈해가〉 관련 설화를 토대로 복원했다. 정자에서 증산해변과 그 너머로 해돋이 명소인 동해시 추암 촛대바위까지 보인다. 고요하게 바다를 감상하기 적당한 장소다. 정자 앞에 설치한 ‘드래곤볼’ 조형물도 흥미롭다. 석재에 〈해가〉와 〈헌화가〉 내용이 담겼는데, 그림이 꽤 정교하고 자연 빛을 받아 오묘하다. 수로부인을 태운 용의 용맹한 자태가 돋보인다.
 
영남용바위에는 용이 승천한 흔적이 남아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영남용바위에는 용이 승천한 흔적이 남아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용바위에 새겨진 용 승천의 흔적 꼭대기에는 용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용바위에 새겨진 용 승천의 흔적 꼭대기에는 용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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