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피해자, 1심서 "처벌 불원"…대법 "공소 기각해야"

  • 상해·차량손괴 혐의 유죄 판결 원심 파기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 모습 20231211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 모습. 2023.12.11[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음주 운전 사고로 다치고 차량이 파손된 피해자가 1심 선고 전 합의해 처벌 불원 의사를 밝혔다면 해당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를 기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교통사고처리법·도로교통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6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 2021년 11월 의무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술에 취해 차량을 몰다 옆 차선에 있던 차량을 들이받아 상대 운전자를 다치게 하고, 차량을 손괴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이 A씨에게 적용한 상해, 차량 손괴, 음주 운전, 보험 미가입 등 4개 혐의 중 상해와 차량 손괴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교통사고처리법 3조는 '업무상과실치상죄 또는 중과실치상죄, 건조물이나 그 밖의 재물을 손괴한 죄를 범한 운전자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공소가 제기된 이후라도 1심 판결 선고 전까지 처벌불원서가 제출되면 효력이 있고, 해당 피해자는 1심 선고 전 법원에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 형사소송법 232조 1항은 '고소는 1심 판결 선고 전까지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3항은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사건에서 처벌을 원하는 의사 표시를 철회한 경우에도 1항을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1심 법원은 A씨의 4개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2심은 A씨가 다른 음주 운전 사건이 확정된 점 등을 고려해 1심을 깨고, 다시 판단하면서도 양형은 같은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1심과 2심 모두 피해자가 처벌불원서를 제출한 것에 대해 공소를 기각하지 않고 유리한 양형 요소로만 판단했다.

대법원은 "도로교통법 위반 부분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피해자의 명시적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사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피해자 명의 합의서가 1심 판결 선고 전에 법원에 제출됐으므로 원심으로서는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해 공소를 기각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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