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석탄 생산 3배 늘리는 '거꾸로' 정책...2070 넷제로 실패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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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진 기자
입력 2023-11-29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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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국 경제성장 위해 현실 중시한 판단

  • 전문가들은 화석 연료 줄이지 않으면 2070넷제로 불가능하다 지적




 
Prime Minister Narendra Modi gestures as he addresses a Bharatiya Janata Party BJP campaign meeting ahead of the Telangana state elections at Lal Bahadur Stadium in Hyderabad on November 7 2023 Photo by NOAH SEELAM  AFP2023-11-08 00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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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사진=AFP·연합뉴스]


거꾸로 가는 인도 에너지 정책이 전 세계의 우려를 사고 있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각국 정부는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이는 추세지만 인도는 정반대다. 인도 정부가 약속한 탄소제로 시점인 2070년까지 여유가 있어 당장은 탄소 배출 감소가 중요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인도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에너지 공급이다. 화석 연료까지 투자해 에너지 공급을 수요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린 뒤 친환경 에너지로 무게 중심을 옮겨간다는 게 인도 정부의 계획이다. 현재의 고성장 추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화석 연료만큼 효율적인 에너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인도의 탄소 배출량이 현재도 막대하다는 것이다. 하루빨리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탄소 감소를 후순위로 미루니 지구촌 전체가 조바심이 난다. 다른 나라의 탄소 중립 성공이 무의미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도 정부는 탄소 중립 달성 목표 시점을 2070년으로 설정했지만, '거꾸로' 정책이 본격화되면 이마저도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도 "2028년까지 석탄 생산량 3배 증대"
인도 정부는 향후 4년 동안 석탄 생산량을 3배 늘릴 계획이다. 인도 경제의 지속적 발단을 위해 석탄 증대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26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인도 석탄부는 "2028년까지 지하 탄광의 생산량을 3배까지 늘릴 것"이라며 "이를 위한 신규 광구 입찰, 환경 허가, 외국인 투자유치, 국내 채굴 장비 제조 인센티브 도입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암릿 랄 미나 인도 석탄부 장관은 "인도는 높은 성장 궤도에 올라 산업적, 경제적으로 확장하고 있다"며 "석탄은 인도의 경제 성장과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석탄부는 2028년까지 지하 광산의 생산량을 1억 톤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공표했다. 기존 인도의 석탄 생산은 노천 광산 비중이 컸지만, 이제 지하 광산까지도 적극적으로 개발하겠다는 취지다.

FT는 "(인도는) 자국 전력 생산 4분의 3을 석탄발전에 의존하고 있고, 노천광산에서 현재 전체 석탄의 95%를 채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간 지하 탄광은 높은 비용과 고위험으로 개발이 감소하는 추세였는데, 인도 정부가 갑자기 지하 탄광 개발을 늘리겠다고 한 것은 충분한 에너지 공급이 필요하다는 정부 차원의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FT는 인도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이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봤다. 당장 이번 주 30일부터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유엔 28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가 열린다. 인도는 지난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된 COP26 정상회의에서 석탄 사용 단계적 감축에 합의한 바 있어 논란 가능성이 거론된다. 

특히 인도는 중국에 이은 세계 2위 석탄 생산국이다. 석탄은 세계 탄소 배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기후 변화의 주범이다. 인도는 지난 2021년 기준 중국(30.9%), 미국(13.5%)에 이어 7.3%로 탄소 배출 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다. 
 
경제 성장 위한 에너지 확보가 최우선인 인도 
거꾸로 가는 정책으로 논란이 일고 있음에도 인도 정부는 당장 경제 성장을 위해 필요한 에너지 확보가 시급하다는 판단이다. 

인도는 최근 고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인도는 지난 2분기 7.8%라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인도 정부 수석 자문은 이번 2023∼2024 회계연도(올해 4월∼내년 3월) 인도의 연간 성장률이 6.5%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 신용평가사와 주요 기관들도 인도의 고성장을 예측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인도의 GDP 성장률이 6.3%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고,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031년까지 인도의 연평균 GDP 성장률이 6.7%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같은 기간 중국과 인도네시아의 성장률 6.3%와 5.2%를 웃도는 수준이다. 세계가 주목할 만큼의 고성장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인도 정부는 당장 경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석탄 생산 증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인도 국영기업인 인도 석탄공사 아니 쿠마르 지아 전 회장은 "인도는 석탄 없이 완전한 생존은 불가능하고, 향후 10~20년 동안은 다른 대안은 인도에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배가 고픈데 먹을 케이크가 없다면 빵을 먹을 것인가 아니면 배고파서 죽을 것인가, 이게 현재 인도에 닥친 일이다"고 덧붙였다. 근시안적이라는 비판에도 석탄 생산 증대는 경제 발전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말이다. 

특히 인도 내 산업이 발달한 지역에서 전력 수요가 많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해 전력 수요가 크게 증가한 주는 북서부 라자스탄과 서부 구자라트 및 마하라슈트라 등이라고 전했다. 

그 중에서도 1차 산업을 중심으로 전력 수요가 크게 늘었다. 로이터 통신은 동부 차티가스가르주도 지난해 5개월 동안 전력 수요가 16.6% 증가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농업 지역인 북부 하리아나주와 남부 텔랑가나에서 11월과 12월에 전력 수요가 높았다고 덧붙였다.

인도 내부에서는 최근 기후 위기 상황과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추가적인 전력 공급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최근 인도에서 폭염이 증가했다. 인도 국민의 소득 수준이 향상되면서 에어컨 구매와 보급도 늘면서 전력 수요도 덩달아 올랐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인도의 에어컨 전력 소비는 지난 3년 사이 21%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IEA는 국가 전력 수요의 10% 가량이 냉방에서 나오며 이는 2050년까지 9배 증가할 것이라고 봤다. 기후 운동가 소라이 나라얀은 "인도는 현재 많은 가구의 전기 수요 증가, 전기차 도입 등으로 전력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전력 수요가 높아지면서 석탄을 이용한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발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70 탄소 중립 우려 
인도 정부는 탄소 절감 목표 달성에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석탄 생산을 늘리면서 2070 탄소 중립 달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최근 인도 현지 매체 지 비즈니스에 따르면 R.K 싱 인도 신재생 에너지 장관은 "우리는 글래스고에서 2030년까지 기존 전력의 50%를 비화석 연료로 충당하겠다고 약속했고, 나는 그 비율을 65%까지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45% 줄인다는 목표도 초과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 비즈니스는 인도의 2070 탄소 중립에 대한 에너지 전문가의 우려를 전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화석 연료가 인도 전력 공급의 75%를 차지하고 있으며 앞으로 쉽게 상황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현재 인도의 에너지는 태양광, 풍력, 수력 등 기후에 좌우되는 영역이 커 수급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은 인도가 탄소 배출 제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13조 달러(약 1경 6000조원)의 막대한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인도의 탄소 배출 절감 성공 여부는 산업 및 운송 부문의 에너지원을 친환경 에너지로 바꿀 수 있을지 여부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딜로이트 인디아는 보고서에서 "산업 및 운송 부문이 1차 에너지 수요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의 85%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산업 및 운송 부문이 탄소 배출 절감 여지가 많은 만큼 해당 부문에서 대폭적인 탄소 배출 절감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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