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잉 타이거, 아이오와주 그리고 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기업가들과의 만찬 자리에서 한 말을 되짚어보면 미·중 우호를 상징하는 이 세 단어가 눈에 띈다. 과거 과격한 언사로 국익을 관철했던 ‘전랑(戰狼·늑대전사)’식 외교와는 거리가 멀어 보여서다. 시진핑이 미국을 향해 이처럼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한 적이 있나 싶다.
플라잉타이거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중국을 돕기 위해 파견된 미군 부대이고, 아이오와는 시진핑이 지방관리였던 38년 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했을 때 인연을 맺은 곳이다. 시진핑은 연설에서 이를 언급한 것은 물론,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 거물급 인사들과 함께 플라잉타이거 노병과 오하이오주 농부들을 만찬에 초대했다. 저녁 식사를 하면서 시진핑은 판다는 ‘우정 사절’이라며 양국 간 임대계약 종료로 중국에 돌아온 판다를 미국에 다시 보낼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시진핑은 다음날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포럼에서도 “외국 기업에 더욱 따뜻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등의 달콤한 말로 미국 CEO들에게 적극적인 구애를 펼쳤다. 중국 경기가 연일 부진의 늪을 헤매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지 쇄신을 통한 투자 유치가 절실했던 모습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 현지 기업가들 사이에서도 이런 불안감은 1978년 이후 처음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1978년은 중국이 마오쩌둥의 철권 통치로 황폐해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시장 개혁개방에 나섰던 해다.
결국 시진핑이 이번 방미에서 전랑 외교를 내려놨던 건 정책을 크게 손보지 않고 언사만으로 투자자들의 마음을 바꿔보겠다는 의도가 커 보인다. 그리고 이게 시진핑 입장에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던 셈이다.
권력을 지키기 위해선 경제 악화를 막아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중국의 정체성과 다름 없는 경제철학을 포기해야 하는데 이 역시도 자신의 몰락으로 이어지는 딜레마에 빠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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