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경영 복귀...카카오 '신뢰 회복' 계기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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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훈 기자
입력 2023-11-07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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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영진 '주식 먹튀' 회사는 '소상공인 갑질'

  • 뒤늦은 자구책 마련…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 사진아주경제 DB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사진=아주경제 DB]

카카오 조직 내에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급기야 은둔 행보를 보이던 창업주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이 경영 복귀를 선언했고, 연내 외부 감시 기구를 신설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는 최근 정부의 전방위적인 ‘카카오 때리기’가 본격화한 데 따른 조치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터질 게 터졌다”라는 반응이 나온다. 그간 카카오를 둘러싼 사건 사고가 유독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문제로는 후진적인 조직 문화가 꼽힌다. 카카오 덩치는 이미 성인 남성만큼 커졌지만, 내부 통제 체계는 여전히 초등학생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소비자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로 직결됐다.
 
왼쪽부터남궁훈 카카오 전 대표 홍은택 카카오 대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사진아주경제DB
왼쪽부터 남궁훈 카카오 전 대표, 홍은택 카카오 대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사진=아주경제 DB]
 
‘주식 먹튀·골목상권 침해’ 10년간 신뢰 갉아먹은 카카오
카카오는 지난 2014년 포털 사이트 다음과 합병 출범할 당시만 해도 구글·마이크로소프트에 버금가는 세계적 기업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한몸에 받았다. 증권가에서도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와 포털 2위 업체의 만남이었기에 이러한 전망을 전혀 과장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카카오 행보는 예상과 정확히 반대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카카오 주가는 52주 연속 신저가를 갈아치우고 있고, 국민 신뢰도는 바닥을 찍었다. 정부는 오랫동안 곪아있던 카카오의 적폐를 끄집어내 전방위적인 압박에 나섰다.
 
카카오에 대한 여론이 한순간에 부정적으로 돌아선 건 아니다. 그간 카카오 내부에선 국민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가 꾸준히 발생해 논란이 됐고, 결국 업체에 대한 완벽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신뢰에 금이 가기 시작한 계기는 주요 계열사의 잇단 상장이다. 카카오는 지난 2020년 카카오게임즈를 시작으로, 2021년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를 차례로 상장시켜 주주들의 원성을 샀다. 소액주주 지분 가치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 발생한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의 주식 ‘먹튀’ 논란은 결정타가 됐다. 2021년 12월 류 전 대표를 비롯한 임원진 8명은 카카오페이 상장 한 달 만에 스톡옵션으로 취득한 주식 44만주를 팔아 900억원을 현금화했다. 이 여파로 카카오페이 주가는 29%가 폭락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남궁훈 전 카카오 대표는 2022년 2월 구원 투수로 나서며 "카카오 주가가 15만원이 될 때까지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공헌했지만, 이를 어기고 올 상반기 동안 94억원이 넘는 사적 이익을 챙겼다. 9월에는 김기홍 카카오 전 재무그룹장(CFO)이 법인카드로 1억원 규모의 게임아이템을 결제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소상공인 신뢰는 이보다 훨씬 더 이른 시점부터 무너져 갔다. 카카오의 무리한 사업 확장 과정에서 ‘골목상권 침해’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항상 뒤따랐기 때문이다. 이에 김 센터장은 지난 2021년 골목상권을 침해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철수한 사업은 기업 대상 꽃·간식·샐러드 배달 사업과 장난감 도매업 두 곳뿐이다.
 
정부 압박이 본격화한 건 지난 2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시세조종 혐의다. 금융감독원은 당시 카카오가 경쟁사인 하이브엔터테인먼트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약 2400억원을 투입했다고 보고 있다. 이 혐의로 배재현 투자총괄대표를 구속했고, 김 센터장을 소환해 이례적으로 포토 라인에 세웠다.
 
현재는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수수료 문제로까지 수사 범위가 확장됐다. 금감원은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 택시 운행 매출을 편법으로 산정해, 상장 전 매출 부풀리기를 자행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카카오 판교 아지트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카카오 판교 아지트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연일 자구책 쏟아내는 카카오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상황이 이처럼 최악으로 치닫자, 카카오는 연일 분위기 반전을 위한 자구책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달 30일 주요 공동체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하는 사장단 회의를 정례화했고, 이달 3일에는 독자적인 기능을 갖춘 외부 감시 기구의 연내 출범을 공식 발표했다. 초대 위원장으로는 김소영 전 대법관을 위촉했다.
 
이어 6일에는 ‘경영쇄신위원회’ 출범을 결정하고, 김범수 센터장이 직접 위원장에 올랐다. 동시에 카카오모빌은 택시수수료를 전면 개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모든 조치는 지난달 23일 김 센터장이 소환된 이후 불과 2주가 채 되지 않는 사이에 이뤄진 일이다.
 
이를 지켜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은 그리 탐탁지 않다. 그야말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외부 감시 기구도, 택시수수료 개편도 오래전부터 요구됐던 사안이지만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이제야 반응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역시도 정부 제재를 피하기 위한 단순 면피용에 불과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대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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