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벤처·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 중 대다수가 상속세를 폐지 또는 인하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또 높은 상속세 부담이 기업가 정신을 훼손하는 한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시장 저평가)를 심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봤다.
29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30·40대 벤처·스타트업 CEO 140명을 대상으로 ‘우리 상속세제에 대한 3040 CEO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85%가 ‘상속세 폐지’ 또는 ‘최고세율 OECD 평균 수준(25%) 인하’가 바람직하다는 답변을 내놨다. 반면 현 수준이 적당하다는 응답은 9.3%, 부의 대물림 방지와 불평등 완화 차원에서 오히려 상속세를 인상해야 한다는 응답은 4.3%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상속세는 과세표준 금액에 따라 최대 50%(최대주주 할증 시 60%) 세율을 적용한다. 우리 상속세 최고세율(50%)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일본(55%) 다음으로 높고, OECD 평균(약 25%, 2022년 기준) 대비 2배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높은 상속세 부담이 기업가 정신을 약화시키거나 기업가치를 하락시키고 있다는 응답도 매우 높았다. 현재의 높은 상속세율이 기업가 정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설문에서 ‘기업인의 기업 하려는 의지와 도전 정신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응답이 93.6%로 나타났다.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도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가들이 대부분이었다. 상속세 부담으로 한국 기업 오너들이 주가 부양에 소극적이거나 오히려 낮은 주가를 선호하는 사례도 발생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응답이 96.4%에 달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우리나라 기업 주가가 비슷한 수준인 외국 기업 주가에 비해 낮게 형성되는 현상을 말한다.
응답자 중 68.6%는 현재 경영하고 있는 기업에 대해 ‘경영 부담 등을 이유로 자녀에게 승계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자녀에게 승계할 계획’이라는 응답은 20.7%에 불과했다.
현재 정부가 검토 중인 상속세 과세 방식 전환 문제에 대해서는 현행 유산세 방식인 상속세 과세 방식을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응답 비중이 82.1%로 가장 높았다. ‘현행(유산세 방식) 유지가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15.7%에 그쳤다.
상속세율 인하가 기업 투자 확대, 일자리 창출 등에 도움이 될 것인지를 묻는 설문에서는 ‘도움이 된다’는 응답이 69.3%로 높게 나타났다. ‘도움이 안 된다’ 응답은 27.8%, ‘영향 없음’ 응답은 2.9%로 각각 집계됐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기업을 창업한 30·40대 젊은 기업인들도 세 부담이 과도한 우리 상속세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젊은 기업인의 도전 정신을 키우고 벤처·스타트업을 비롯한 기업의 영속성이 제고될 수 있도록 우리 상속세제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합리적으로 개편하기 위한 입법에 정부와 국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