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아웃 D-9…스카이라이프-현대홈쇼핑, 물러서기 힘든 '을'들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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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용 기자
입력 2023-10-11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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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홈쇼핑, 오는 20일 스카이라이프서 방송 중단 예고

  • '낡은 규제' 탓 업체 간 다툼…지침 무시 일방적 통보 지적도

사진아주경제DB
현대홈쇼핑의 홈쇼핑 방송 송출 중단 공지 화면 [사진=아주경제 DB]

현대홈쇼핑이 위성방송인 KT스카이라이프에 홈쇼핑 방송 송출을 중단(블랙아웃)하겠다고 통보한 가운데 송출 수수료를 두고 양사 입장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오는 20일부터 스카이라이프에서 현대홈쇼핑 방송을 볼 수 없게 된다. 

11일 유료방송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주재로 현대홈쇼핑이 제안한 협상안을 두고 다시 논의를 전개했지만 송출 수수료 인하율을 둘러싼 이견만 확인했다. 현대홈쇼핑은 특정 수수료를 제안하고 여기서 더는 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스카이라이프는 홈쇼핑 방송 도중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매출 등을 공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확한 수수료를 산정하자고 제시했다.

앞서 현대홈쇼핑은 지난달 18일 별도 방송을 편성해 스카이라이프에서 홈쇼핑 송출을 중단하겠다고 시청자들에게 통지했다. 같은 달 20일부터는 스카이라이프 방송 화면 하단에 방송 중단 공지를 띄웠다. 현대홈쇼핑은 홈쇼핑 사업 매출이 떨어진 만큼 송출 수수료를 줄이고자 기존 골드번호(6번)에서 뒷번호나 T커머스 채널로 옮기려 했지만, 스카이라이프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송출 중단 결정을 내렸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선 최악의 경우 시청자들이 특정 채널을 볼 수 없는 블랙아웃이 일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과기정통부가 지난 3월 공개한 ‘홈쇼핑 방송채널 사용계약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유료방송과 홈쇼핑업체는 계약종료일에서 최장 8개월(기본 협의 5개월+추가 협의 3개월) 동안 협상을 해야 한다.

이에 따라 11월 15일까지 협의를 해야 하지만, 현대홈쇼핑은 약 한 달 일찍 일방적으로 송출 중단을 통보했다. 유료방송과 홈쇼핑 문제를 검증하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이 이달 27일 종료되는 만큼 입법부의 문제 지적으로 양사 조기 합의를 끌어내기도 어려울 전망이다.

유료방송업계는 홈쇼핑업체와 협상 때 데이터 불균형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가이드라인은 △홈쇼핑 방송으로 판매한 방송상품 판매총액의 증감 △유료방송 가입자 수 증감 △모바일·인터넷에서 판매된 방송상품 판매총액 △시청데이터 등을 공개하도록 한다.

이에 근거해 유료방송업체는 가입자 수 증가를 공개하는 반면 홈쇼핑업체는 모바일·인터넷 판매총액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홈쇼핑업체의 모바일 매출이 송출 수수료에 반영될 경우 매출액 대비 송출 수수료 비중이 크게 떨어질 것이란 게 유료방송업체 관계자 설명이다.

일각에선 과도한 정부 규제에 어려운 시장 상황이 더해져 더는 물러서기 힘든 '을' 간 싸움이 벌어진 것으로 해석한다. 

정부 규제로 유료방송 구독료를 올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송출수수료는 유료방송업체의 생명줄이 된 지 오래다.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종합유선방송(케이블) 사업자의 매출에서 송출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40.3%에 달했다. 2020년부터 유료방송수신료(구독료)를 제치고 케이블 방송의 가장 큰 수익원이 됐다. 같은 해 위성방송 사업자 매출에서 송출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도 34.1%를 기록했다. 구독료 비중이 매년 줄어드는 점을 고려하면 위성방송도 조만간 송출수수료가 가장 큰 수익원이 될 전망이다.

홈쇼핑업체들도 쿠팡·네이버·카카오 등 모바일·라이브커머스업체 부상으로 매년 실적이 나빠지고 있다. GS·CJ·롯데·현대홈쇼핑 등 4대 홈쇼핑업체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보다 40%가량 줄었다. 이 가운데 현대홈쇼핑은 622억원으로 10.8% 감소했다. 반면 송출수수료는 2013년 2088억원에서 지난해 3573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업계에선 홈쇼핑 실적이 악화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과도한 정부 규제를 꼽는다. 유료방송의 영향력이 크던 2000년대에 만든 낡은 규제가 모바일 중심으로 시장이 변한 지금도 기업을 옭아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홈쇼핑업체들은 과기정통부에서 재승인을 받으면서 중요(프라임)시간대에 중소기업이나 농수축임산물 상품을 의무 편성해야 하는 규제를 받고 있다. 중요시간대 사용에 따른 판매수수료 인상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아무 제약 없이 인기 상품을 편성해 판매하는 모바일·라이브커머스와 비교해 사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규제가 완화되지 않으면 홈쇼핑업체들 실적은 계속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홈쇼핑업체들이 유료방송사와 송출수수료를 두고 갈등을 빚는 것이 매년 반복되고, 결국에는 가입자가 많은 IPTV 업체와 분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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