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열 3위 하원의장, 234년 美의회 사상 첫 해임…하원 '시계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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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진 기자
입력 2023-10-04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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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화당 강경파 임시 예산 처리안에 반발하며 표결

  • 셧다운까지 40여일 남은 상태에서 시간 줄어드는 상황

  • 트럼프가 장악한 공화당 지적한 언론도 나와

 
사진AP연합뉴스
케빈 매카시 전 미국 하원의장 [사진=AP·연합뉴스]



미 하원이 공화당 강경파 주도로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공화)에 대한 해임안을 가결했다. 미국 권력승계서열 3위인 하원의장이 해임된 것은 234년 미 의회 역사상 처음이다. 이번 해임으로 미 정국은 연방정부 폐쇄(셧다운) 위기, 우크라이나 지원 등 현안이 산적한 상태에서 안개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미 하원은 3일(이하 현지시간) 전체 회의를 열고 매카시 의장 해임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해 찬성 216표, 반대 210표로 가결 처리했다. 해임안을 제출한 맷 게이츠 의원 등 공화당 강경파 의원 8명이 찬성표를 던졌고, 민주당은 당론으로 찬성을 정해 해임을 이끌어냈다. 의장 해임안 표결은 1910년(조지프 캐넌 의장)과 2015년(존 베이너 의장) 두 차례 실시된 적 있지만 가결된 적은 없다.

공화당 강경파는 매카시 의장이 추진한 임시 예산안에 반발해 해임안을 밀어붙였다. 지난달 30일 셧다운을 3시간 앞두고 매카시 의장이 추진한 45일짜리 임시 예산안이 천신만고 끝에 통과됐지만, 강경파는 여전히 반발했다. 이들은 2024 회계연도 정부 지출을 2022년 수준인 1조4700억 달러로 줄이지 않으면 지지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고수했다. 여기에 민주당은 매카시 의장이 최근 추진한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 등을 이유로 해임 찬성을 택했다. 

매카시 의장은 해임안 가결 후 예산안 처리와 관련한 행동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협상을 후회하지 않는다"며 "정부란 타협점을 찾도록 설계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원의장에 재도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원의장직은 당분간 패트릭 맥헨리 의원(공화)이 맡는다. 

하원의장 해임으로 미국 정치권 내 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당장 예산안 처리, 우크라이나 지원 등 하원에서 논의해야 할 사안이 산적해 있다. 그러나 다음 주 11일에 신임 의장 표결이 예정된 가운데 다른 현안은 논의하기 어렵다. 임시 예산안 통과로 45일을 벌었지만 시간이 줄어들게 생긴 것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태도도 바뀔 가능성이 있다. 로이터는 "매카시 의장의 해임은 미국 하원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변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미 의회 사상 초유의 하원의장 해임 원인으로 공화당 내부의 분열을 지목했다. 뉴욕타임스는 "매카시의 몰락은 통제 불가능한 공화당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CNN은 "매카시 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끄는 극단적인 공화당 혁명의 희생양이 됐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내 분위기를 좌우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차기 하원의장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거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미국 정치 전문 매체 더 힐은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하원의장으로 지지하는 움직임이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재 의원 신분이 아니지만, 미국법 상 하원의장은 의원 신분이 아니어도 취임할 수 있다. 다만 미 의회 역사상 현직 의원이 아닌 사람이 하원의장을 맡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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