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밀수' 류승완 감독 "수중 액션, 도전할 가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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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3-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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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이 영화 밀수로 여름 극장가에 돌아왔다 사진외유내강 제공
류승완 감독이 영화 '밀수'로 여름 극장가에 돌아왔다. [사진=외유내강]

영화 '부당거래' '베를린' '베테랑' '모가디슈'에 이르기까지. 류승완 감독은 저만의 리듬감을 지키며 대중들을 만족시켜왔다. 거침없이 질주하기도 하고 여유롭게 걷기도 하며 관객들의 카타르시스를 끌어내왔다.

최근 4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밀수'도 마찬가지다. 장르의 틀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만의 리듬감을 펼쳐왔던 류승완 감독은 바다를 배경으로 짜릿한 해양범죄활극을 완성시켰다.

영화 '밀수'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이야기를 담았다.

"'밀수'의 시작은 군산 지역 박물관이었어요. '시동' 제작을 위해 군산 박물관을 찾았다가 1970년대 해녀들이 밀수에 개입했다는 자료를 발견했죠. 부산 배경의 여성 밀수꾼 이야기를 다룬 단편 소설을 읽은 후라 더욱 관심이 갔었어요. 그때와 지금의 '밀수'는 온도 차가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죠. 지금은 밀수라고 하면 마약 같은 물품이지만 1970년대에는 음식이나 생필품도 밀수 품목이었거든요. 저는 1970년대가 참 친숙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어렴풋이 그때의 풍경들이 떠올라서 자연스레 시작하게 되었어요."

영화 '밀수'는 바다를 배경으로 한 작품인 만큼 다양한 수중 장면을 보여준다. 해녀들의 수중 액션 신은 영화의 명장면으로도 불린다.

"저는 장르영화를 만드는 사람이에요. 저의 어두운 작품, 밝은 작품을 좋아하는 관객이 있죠. 저는 끊임없이 전작과 다른 영화를 만들려고 해왔어요. 익숙한 장면을 연출해야 할 때 '얼마나 다르게 할 수 있을까' '익숙함과 새로움 간 조화를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계속 고민하곤 해요. 그러다가 '수중 액션'까지 도전하게 된 거죠. 저도 보지 못했고, 못해본 일이라 '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잘 해내면 내게도 큰 의미가 있겠다'고요."
류승완 감독이 영화 밀수로 여름 극장가에 돌아왔다 사진NEW 제공
류승완 감독이 영화 '밀수'로 여름 극장가에 돌아왔다. [사진=NEW]

관객들에게 회자하는 또 다른 액션 장면이 있다. 바로 '권 상사'(조인성 분) '애꾸'(정도원 분)의 호텔 액션 장면이다. 수중 액션이 류 감독에게 도전이었다면 물 밖의 액션은 그의 주특기였다.

"멋있고 익스트림한 액션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실제 싸움은 사실 그럴 수 없잖아요. 하하. 관객이 볼 때 장르적 쾌감을 확 느낄 수 있기를 바랐죠. 굉장히 위험하고 긴장감 넘치는데 그만큼 카타르시스도 명확하면 좋겠다고 여겼어요. '예측불허의 방향이면 좋겠다.' 무술 감독과 함께 그 점을 중요하게 여겼죠. 폭력적인 현실 액션보다는 영화적 쾌감을 극대화하려고 했어요."

영화 '밀수'는 올해 여름 영화 중 여성 캐릭터의 활약이 두드러진 작품으로도 손꼽힌다. 특히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활약하며 주요 서사를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던 바 있다. 그동안 극장 성수기로 불리는 여름 시장에서 쉽게 만날 수 없었던 주인공이기도 했다.

"여성 투톱 영화로 불리고 있는데 솔직하게는 '여성 정체성'에 초점을 둔 건 아니었어요. 예를 들어 '피도 눈물도 없이' 같은 경우는 시작부터 '여성 필름 누아르'를 만들려고 한 게 맞아요. 하지만 '밀수'는 조금 달라요. 해녀가 주인공이다 보니 자연스레 여성 중심 서사가 만들어졌어요. 오히려 여성 정체성에 관해 이야기가 하고 싶었다면 방향을 완전히 틀었을 거 같아요. 제가 '밀수'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건 캐릭터의 관계성입니다. 예측 불가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이야기. 평소 그런 이야기를 좋아하기도 하고요. 삶이란 게 원래 드라마틱하잖아요? 그래서 인생이 재밌고 힘든 거고요."

'피도 눈물도 없이'를 예로 든 류 감독은 해당 작품이 아픈 손가락이라고도 설명했다. '여성 필름 누아르'를 만들기에 자신이 너무도 설익은 초보 감독이었다고 털어놓았다.

"'피도 눈물도 없이'를 찍을 때 참 어설펐어요. 영화 만드는 기술도 부족했죠. 감독으로서도 미성숙해서 배우, 스태프들이 고생만 했어요. 당시를 떠올리면 전도연 배우에게 참 미안해요. 다시 찍으면 조금 낫지 않을까···. 한편으로는 '지금 찍으면 그만큼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젊었으니까, 극한까지 몰아붙일 수 있었던 거 같아서요. 아무 눈치도 안 보고 찍었을 때기도 하고요. 하하."
류승완 감독이 영화 밀수로 여름 극장가에 돌아왔다 사진NEW 제공
류승완 감독이 영화 '밀수'로 여름 극장가에 돌아왔다. [사진=NEW]

'아픈 손가락' 이야기에 2017년 개봉한 '군함도' 이야기도 곁들여졌다. 당시 역사 왜곡, 스크린 독과점 논란으로 류 감독에게 상처를 남겼던 작품이었다.

"'군함도'는 딱 그만큼이었던 거 같아요. 비가 오면 때로는 그 비도 맞아야 하지 않겠어요?"

코로나19로 위축된 분위기였으나 '범죄도시3'의 흥행 후 다시 여름 극장가에 활력이 돌았다. 올해 극장가는 '1000억 전쟁'으로 불리는 대작 영화가 쏟아졌고 비슷한 시기 총 6편의 한국영화가 관객들과 만났다.

"언제나 이랬어요. 친한 감독들과 같은 날 영화를 개봉하기도 하고요. 하하하. 이렇게 (영화 개봉이) 몰릴 때면 서로 응원하는 수밖에 없어요. 다행히 개봉작들이 개성이 달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류승완 감독의 신작 밀수의 스틸컷 사진NEW
류승완 감독의 신작 '밀수'의 스틸컷 [사진=NEW]

류 감독의 차기작은 영화 '베테랑2'다. 2015년 개봉해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사랑받았던 작품. 속편은 황정민, 정해인이 출연하며 현재 후반 작업 중이다.

"다음 영화는 '베테랑2'가 될 거 같아요. 배경이 겨울이라서 개봉 시점은 내년 겨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올해 겨울에 개봉하기에는 (후반 작업이) 빠듯할 거 같아요. 일각에서 말하는 '베를린2'는 아직 제작 계획이 없습니다. 배우들끼리 이야기 한 적은 있었지만, 지금은 시간이 너무 흘러버렸어요. 무엇보다 '밀수'가 급해서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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