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보안관 ➀망고빙수] '한 숟가락 2000원' 망고빙수 실제 원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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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오현 기자
입력 2023-08-01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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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망고 빙수 인기...12만원대 호텔 빙수도 등장

  • 망고 빙수 원가 실제 따져보니 원가율 50% 육박

  • "경험 소비화 경향, 원가만 따질 수 없다" 의견도

간단한 한 끼 대명사던 '라김세트(라면+김밥)'가 1만원 시대에 도래했다. 최근 KB국민카드 조사에 따르면 광화문, 여의도 등 서울 수도권 대표 업무 지구 직장인의 점심 소비금액은 평균 1만1000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소비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일각에선 10만원대 호텔빙수와 케이크가 연일 매진이다. 문제는 이런 고가 상품이 대중화되면서 일반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리는 데도 기여하고 있단 점이다.

이쯤 되면 먹고, 입고, 자는 모든 것들의 원가가 궁금해진다. 물론 모든 재화를 원가 따져가며 소비할 순 없다. 다만 '적정 가격'을 참조하는 데 도움은 될 수 있다. 그래서 준비했다. '광화문 보안관'. 물가를 사수하기 위한 광화문 직장인의 처절한 몸부림을 연재한다.   
 
2023년 여름, 광화문 일대 생망고 빙수 가격 전격 비교
사진최오현기자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F 호텔 라운지를 방문객들이 이용하고 있다. F호텔은 국내 최고가인 애플 망고 가든빙수를 12만6000원에 판매 중이다. [사진=최오현 기자]
더위가 무르익어가며 시원한 빙수 한 그릇이 절실해지는 계절이 왔다. 고전적인 팥빙수는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스테디셀러지만 최근 빙수계의 트렌드는 열대과일 애플망고가 가득 담긴 '망고 빙수'다. 

달콤한 망고 맛을 상상하며 지어졌던 미소는 가격표 앞에서 사뭇 굳어진다. 저렴하지 않은 가격 탓에 선뜻 지갑을 열기가 망설여지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를 찾은 30대 직장인 최현진씨(30)는 "식사를 대접하고 후식으로 간단히 빙수를 먹으러 왔는데 밥값보다 빙수값이 더 나와 입장이 난처해졌다"며 "빙수도 이젠 편히 먹는 간식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본지는 광화문 일대 생망고를 이용하는 커피 및 디저트 전문점 5곳의 빙수 가격을 비교해봤다.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A사 2만1000원을 비롯해 익선 한옥거리 내 O카페는 4만5000원에 망고 빙수를 판매 중이었다. 삼청동 문화거리 인근 S카페는 1만9000원,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J사는 1만8000원에 메뉴를 내놓았다.

특히 글로벌 호텔 체인 F사의 애플망고가든빙수는 무려 12만6000원에 달했다. 국내 특급호텔 빙수 단품가격이 10만원을 넘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지난해(9만6000원)보다 31.3%가량 급등했다. 이 중 F사 한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수입산 망고를 사용했다.
 
망고빙수 원가율 실제 50% 육박하거나 상회...국내산은 2만1400원+α
사진망고빙수
지난달 2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S카페에서 주문한 망고빙수. S카페는 망고빙수를 1만9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사진=최오현 기자]
수작업한 젤리, 퓨레 및 소르베 등이 들어가는 F사 호텔을 제외하고 이날 방문한 모든 카페의 망고빙수 속 주재료는 우유얼음, 그리고 생망고가 전부였다. 생망고는 보통 1~2개가 통으로 들어갔으며 업장에 따라 아이스크림을 추가하기도 했다. 또 망고 시럽 또는 연유 등과 초콜릿, 애플민트 등 데커레이션을 위한 각종 부재료 등이 올라갔다. 

이 중 가장 높은 원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망고'다. 국내산 애플망고는 7월 31일 기준 서울 송파구 가락동농수산물 시장에서 특상 3㎏ 상자(6~8과) 평균 약 13만원 정도에 거래됐다. 3㎏ 7과 짜리 망고 1개가 빙수에 사용된다고 가정했을 때 1만8000원이 망고 원가로 들어간다. 태국산 망고는 3㎏ 상자(6~8과) 기준 4만~5만원대에 가격이 형성돼 개당 6000~7000원 꼴이다. 

이밖에 빙수 얼음 개당 2000~2500원, 연유 50g 약 400원, 데커레이션에 500원이 들어간다. 아이스크림 유무에 따라 200~1000원이 추가되기도 한다.

이 경우 국내산 애플망고 1개를 사용한 빙수는 2만1400원, 수입산 망고를 사용한 빙수는 1만400원가량의 원재료 가격이 들어간다. 양, 부재료 등에 차이를 보이지만 실제 원가율은 50%를 육박하거나 상회했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판매 중인 애플망고빙수 사진포시즌스 호텔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판매 중인 애플망고가든빙수 [사진=포시즌스 호텔]
F호텔 식음료 마케팅 관계자는 "정확한 원가율을 공개하긴 어렵지만 다른 식음료에 비해 원재료 가격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빙수 가격이 급등한 것에 대해 "가격 저항선이 있지 않을까 내부에서도 고민은 있었다"면서도 "애플망고라는 재료를 바탕으로 다른 재료의 배합, 비주얼 등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자 매년 다른 스타일의 빙수를 내놓기 때문에 지난해와 단순 가격을 비교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개인 카페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S카페 사장 정선영씨는 "생과일은 수급과 폐기 문제가 생길 뿐더러 마진율도 낮다"며 "원가율이 50%에 육박해 아메리카노 2잔을 판매하는 편이 더 남을 때도 있다"고 귀띔했다.
 
전문가, "유행 원인은 외식의 '경험 소비화'"
사진네이버 지도 캡처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O카페(왼쪽)와 F호텔(오른쪽)의 망고빙수 가격표. O카페는 망고빙수를 가격표상 3만9500원으로 표기했기만 실제 4만5000원에 판매 중이다. [사진=네이버 지도 캡처]
전문가들은 이 같은 판매가를 단순히 원가만으로 따지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판매자는 각종 부자재 가격과 영업장 운영을 위한 공공요금,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판매가를 높일 수밖에 없고, 소비자는 외식을 일종의 '경험 소비'로 여기는 경향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싼 음식에 대한 소비가 하나의 '체험 문화'로 자리잡았기 때문에 수요가 계속해서 생긴다는 의미다.

한다혜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최근 호텔빙수, 오마카세 등이 유행하는 것처럼 외식이 마치 여행과 같이 경험 소비화되면서 상품 구매에 가격, 효용을 따지기보다 특별한 경험에 대한 욕망이 반영되고 있다"며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경험을 과시하는 시대가 됐기 때문에, 평소에는 허리띠를 졸라매도 특별한 날 한 번씩 몰아서 과소비하는 것과 같이 한 개인의 소비에서도 소비 패턴이 양극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값비싼 음식에 대한 소비가 일종의 사치재의 개념과 비슷해졌다는 의견도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빙수는 시즌 상품이기 때문에 일반 상품과 같이 원가를 비교하는 의미는 적을 수 있다"면서 "원가보다는 소비의 심리학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값비싼 빙수에 대한 수요가 높은 것에 대해서 "명품 소비와 비슷한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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