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심야약국은 늦은 시간 급한 마음으로 약국을 찾은 환자들이 필요로 하는 의약품을 약사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 이로써 환자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가고 공공심야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도 지역사회 건강지킴이로서 보람을 갖는다.
이렇게 늦은 시간 지역 주민 건강을 챙겨 온 공공심야약국은 대구에서 ‘심야약국’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등장했다. 당시 지역주민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받은 심야약국은 밤 10시부터 새벽 6시까지 운영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운영비 부족 등 문제로 사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2013년에야 공공심야약국의 필요성과 지역 주민의 높은 만족도를 기반으로 지방자치단체 예산을 지원받으면서, 심야약국은 다시 불을 밝힐 수 있게 됐다. 이후 공공심야약국은 전국으로 확산됐지만 대부분 비슷한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줄줄이 ‘재정적 한계’에 부딪히며 운영난에 시달렸다. 공공심야약국의 명맥은 약사의 자발적인 희생으로 이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각종 운영예산 확보 등 문제는 여전히 공공심야약국의 한계로 지적된다. 대한약사회가 그동안 국회와 정부 관계 부처를 방문하며 공공심야약국 지원 필요성을 설득해 제도화에 전력을 다해온 이유이기도 하다.
이 같은 대한약사회의 노력은 올해 끝내 결실을 맺었다. 지난 3월 공공심야약국은 국회를 통해 취약시간대 비응급환자를 위한 보건의료 안전망으로서 인정받았다. 2008년 처음 등장해 2013년 지자체의 인정을 받은 공공심야약국이 꼭 10년 만에 이뤄낸 결과다. 심야 시간대를 지켜온 약국,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은 지자체는 물론 약사회의 설득에 귀를 기울인 정부 등 모두의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늦은 시각, 본인 혹은 소중한 가족이 갑작스럽게 의약품을 필요로 하는 일이 누구에게나 종종 발생한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흔히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응급실’과 ‘의약품’이다. 응급 상황이 아니라면 응급실을 선뜻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의약품 구입의 접근성에 대한 문제는 항상 제기돼 왔고 일부 언론 보도에서는 응급실이 필요했던 사례까지도 의약품 구입 문제로 치부해 왔다. 게다가 단순히 ‘접근 편의성’을 개선하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인식도 적지 않았다. 그렇다고 편의점 상비약 등이 공공심야약국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는 고민해야 봐야 한다. 편의점 상비약은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의약품 수가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의약품은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에 초점이 맞춰진 일반 공산품과는 성격과 쓰임새가 다르다. 의약품을 통해 수익을 얻고자 하는 민간사업자가 ‘안전’보다 ‘수익성’을 추구하며 의약품을 취급하는 것은 약사를 비롯해 국민도 수용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이들 제도는 불완전성을 내포할 수밖에 없고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
취약시간대 의약품 복용 문제는 국민 생명과도 직결된 문제다. 눈앞의 편의성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미봉책만 되풀이한다면 그 피해와 부작용은 고스란히 국민이 짊어지게 된다. 본질적인 문제 해결 방안으로서 공공심야약국를 확장할 수 있는 환경 마련을 위해 근본적인 행정적·재정적 지원 필요성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에는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지켜야 하는 책무가 있다. 지역별 상황에 맞는 효율적인 방식을 통해 국민을 지키는 공공심야약국에 정부의 지원체계가 필요한 이유다.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산업적 차원의 접근이 아니라 국민 건강 그 자체를 위한 해결 방법이 근본적인 해법이다. 공공심야약국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과 현실을 반영한 제도 발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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