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쉽고 바르게-3]④ "이런 말도 있었언?" 영화·드라마서 만나는 '사투리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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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3-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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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시장' 2014년 개봉해 1425만명 동원

  • 맛깔난 사투리로 부산 분위기 한눈에

  • 1980년 5월 18일 묘사한 '택시 운전사'

  • 전라도 사투리로 사실성·생동감 더해

  • '우리들의 블루스' 인기에 제주 방언 유행

부산 방언을 매력적으로 보여준 영화 국제시장 스틸컷 사진CJ ENM 제공
영화 '국제시장'은 부산 방언을 매력적으로 보여줘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사진=씨제이 이엔엠(CJ ENM)]
언어는 빠르게 변화한다. 정보통신기술 발달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통신과 TV 등 각종 매체는 아무렇지 않게 신조어와 외국어를 남용하기에 이르렀고, 언어가 자연스레 파괴되며 세대 간 격차를 부추겼다. 공중파를 비롯한 언론의 언어 파괴는 말할 것도 없다. 국민을 계도하고 소통에 앞장서야 할 정부나 기관·언론은 오히려 언어 파괴에 앞장서는 모양새다. 신조어와 줄인 말,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이 표현을 새롭게 또 간결하게 하는 것은 가능할지 몰라도 모든 국민의 이해를 돕지는 못한다. ‘쉬운 우리말 쓰기’가 필요한 이유다. 쉬운 우리말을 쓰면 단어와 문장은 길어질 수 있지만 아이부터 노인까지 더 쉽게 이해하고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사)국어문화원연합회는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정신을 계승해 국민 언어생활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공공기관 보도자료와 신문·방송·인터넷에 게재되는 기사 등을 대상으로 어려운 외국어를 쉬운 우리말로 대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본지는 우리 주변에 만연한 외국어와 비속어·신조어 등 ‘언어 파괴 현상’을 진단하고 이를 쉬운 우리말로 바꾸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연재한다. <편집자주>

그동안 우리는 영화·드라마에서 익숙하고 친숙한 방언들을 만나왔다. 매체들은 방언을 사용함으로써 작품의 분위기를 짧게 설명하기도 하고 등장인물의 성격을 강조하기도 한다. '방언'을 통해 생동감을 얻고 사실감 넘치는 풍경을 묘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름다운 우리말과 정서를 잘 표현해 눈길을 끈 작품을 몇 개 꼽아 봤다. 작품 속 우리 방언들과 그 효과를 살핀다면 더욱 즐겁게 관람할 수 있을 것이다.
 
부산의 정서와 역사를 한눈에···윤제균 감독 영화 '국제시장'

지역 방언을 가장 잘 활용한 작품으로 손꼽히는 건 윤제균 감독의 영화 '국제시장'(2014)이다.

부산 용산구 신창동에 있는 재래시장 '국제시장'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격변의 시대를 관통하며 살아온 우리 시대 아버지 '덕수'(황정민 분)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담아내 호평받았다.

그 시절 아버지가 겪었던 광부와 간호사 독일 파견, 베트남전, 이산가족 찾기 등 한국사가 자연스레 녹아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총 제작비 180억원을 들인 대작 '국제시장'을 통해 사실적인 풍광과 인물 묘사 그리고 어머니, 아버지 세대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특히 배우 황정민, 김윤진, 오달수, 정진영, 장영남, 라미란, 김슬기 등 명배우들의 연기 열전이 인상 깊다. 윤 감독이 그려낸 그 시절의 풍광과 지역 방언을 맛깔나게 살려낸 배우들의 연기가 일품이다.

'국제시장'은 2014년 개봉해 총 누적 관객 1425만7115명을 동원하며 그야말로 '열풍'을 일으켰다. 역대 흥행 수익(2023년 7월 기준) 4위를 기록하며 지금까지도 '부산'을 대표하는 영화로 불리고 있다.
 
1980년대 광주를 생생히 담아낸 영화 택시 운전사 사진쇼박스 제공
영화 '택시 운전사'는 1980년대 광주 모습과 그 지역 언어를 생생히 담아냈다. [사진=쇼박스]
 
1980년 5월 광주를 생생히···장훈 감독 영화 '택시 운전사'

장훈 감독의 영화 '택시 운전사'(2017)는 열풍을 일으켰던 작품이다. 많은 이가 알고 있듯 온몸을 바쳐 광주의 실상을 취재한 독일 기자 '위르겐 히츠페터'와 택시 운전사 '김사복'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서울의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 분)은 통금시간 전까지 광주에 다녀오면 큰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 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치만 분)를 태우고 아무것도 모른 채 광주로 가게 된다. 이후 '만섭'은 광주에서 벌어지는 일을 목격하게 되고 혼란을 겪게 된다.

장 감독은 1980년 5월, 그날의 광주를 생생히 그려냈다. 영화가 더 사실적이고 생동감 있게 묘사될 수 있었던 건 배우들의 차진 전라도 방언 덕이다. 배우들은 유창한 전라도 방언을 구사하며 지역의 분위기와 정서를 작품 곳곳에 표현해냈다.

극 중 광주 대학생 '구재식' 역을 맡은 류준열은 자연스러운 전라도 방언을 구사하기 위해 어머니에게 조언을 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 고향이 전라도"라며 어머니에게 도움을 받으며 전라도 방언을 생생히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택시 운전사'는 총 누적 관객 1218만9706명을 기록한 작품이다. 역대 최고 흥행작인 '명량'(12일)에 이어 역대 둘째로 빠른 속도로 관객 수를 늘려나갔다. 한 달여 간 흥행 수익 1위를 기록하며 많은 관객에게 사랑받았다.
제주도 방언을 유행 시킨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사진tvN 제공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덕분에 전국에 '제주도 방언' 열풍이 불기도 했다. [사진=티비엔]
 
제주도 방언 유행까지···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지난해 6월 종영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는 '괜찮아, 사랑이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등 많은 이의 인생 드라마를 집필한 노희경 작가의 신작이다.

삶의 끝자락 혹은 절정, 시작에 서 있는 모든 사람의 달고도 쓴 인생을 응원하는 드라마다. 따뜻하고 생동감 넘치는 제주, 차고 거친 바다를 배경으로 다양한 인물들의 각양각색 인생 이야기를 모음(옴니버스) 형식으로 전했다.

제주 오일장과 마을을 배경으로 친구, 이웃, 가족 관계로 얽힌 배우들은 각자 인생 무대에서 회차별 주인공으로 활약한다.

노희경 작가는 제주를 배경으로 한 것에 대해 "제주는 우리나라 정서가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이다. 옆집, 앞집, 뒷집이 있고 그들 삶에 관여하는 관계가 한국의 삶을 표현하기 좋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드라마의 인기를 타고 제주도 방언이 크게 유행하기도 했다. '어망(어머니)' '아방(아버지)'부터 '~멘' '~언' '~핸' 같은 제주도 방언이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앞서 언급한 대로 방언은 그 지역 분위기와 정서를 담아낸다. 영화·드라마에서 방언이 쓰이는 것도 관객들에게 쉽게 정서를 전달하거나 공감을 얻기 위해서다. 드라마·영화 감독들은 '방언'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효과를 얻고자 하는 걸까?

감독 윤제균은 본지와 통화에서 "지역 방언을 쓰면 해당 지역 '정서'를 한눈에 볼 수 있다"며 작품 속에서 방언을 쓰는 이유를 설명했다.

윤 감독은 "방언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특유의 정서를 남아낸다. 부산은 제 고향이기 때문에 그 지역 정서와 분위기를 가장 잘 알고 표현할 수가 있다. 만약 제가 충청도, 강원도, 전라도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만든다면 분명 오류들이 있을 것이다. 잘못 만들 것"이라며 "같은 말이더라도 가장 잘 이해하고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적으로 '방언'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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