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관리위서 누리호 성공 빛낸 '정통 과기관료' 오태석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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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철 기자
입력 2023-05-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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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일 발사 성공…대통령·장관 등 의미 부여

  • 우주개발 특성상 100% 성곰 장담키 어려워

  • 전날 발사도 "이상無"→"오류 발생" 뒤집혀

  • 밤샘 해결 후 발사관리위 '재시도 가능' 판단

  • 성공 영광 연구진 몫…오 차관 관료로서 기여

24일 과기정통부 오태석 제1차관이 발사 취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2)

오태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이 지난 24일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 3차 발사 취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난 25일 전남 고흥에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3차 발사가 진행됐다. 이날 오후 6시 24분 발사한 누리호가 각 단 로켓과 차세대 소형위성 2호를 제때 분리하며 18분간의 비행을 종료했다는 공지 방송이 시시각각 나로우주센터에서 흘러나왔다. 오후 7시 50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누리호 비행 데이터 분석 결과와 지상에서 포착한 위성 신호 등을 바탕으로 “발사가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기대와 가능성의 영역에 있던 ‘누리호 3차 발사 성공’이 현실이 된 순간, 긴박감에 짓눌렸던 현장 곳곳이 환호성과 안도로 차올랐다.

대통령의 격려사가 나오기 전, 현장에서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이 발사 성공 현장에서 첫 대국민 발표의 영광을 누렸다. 그는 한국이 자체 ‘우주 수송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독자 개발한 누리호 3차 발사가 국민의 바람과 기대대로 마무리됐다고 선언하고 “기업과 연구기관들이 다양한 시도와 비즈니스 모델을 펼쳐나갈 수 있는 뉴스페이스 시대의 기반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또 “따뜻한 격려와 성원을 보내주신 국민 여러분과 누리호 3차 발사 성공을 위해 땀과 열정을 아끼지 않은 연구자, 모든 산업체 관계자”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상률 항우연 원장도 누리호 이륙 후 비행 과정을 브리핑하며 3차 발사 성공을 위해 고군분투한 연구자와 기술진의 노력이 결실을 봤음을 증명했다. 그는 “모든 발사 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돼 차세대 소형위성 2호 분리, 6기의 큐브위성이 모두 성공적으로 사출되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도요샛 4기 중 1기의 사출 여부 확인을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지만, 목표 고도에서 1단 로켓, 페어링, 2단 로켓, 차세대 소형위성 2호와 큐브위성을 순차 분리하는 데 성공해 누리호가 정밀한 과학기술자의 계획에 맞게 작동했음을 설명했다.

한국에 앞서 자체 제작한 위성을 자체 제작한 발사체에 실어 우주 궤도에 올린 나라는 미국, 프랑스, 일본, 러시아, 중국, 인도 이렇게 6개국뿐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러한 맥락에서 누리호 3차 발사 성공에 대해 우리나라가 ‘우주 강국 G7(주요 7개국)’ 대열에 진입한 쾌거라고 표현했다. 2025년 이후 진행하는 누리호 4·5·6차 발사는 항우연에서 누리호 기술을 이전받는 민간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주도한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핵심 성장동력으로 강조해 온 ‘우주경제’ 시대가 이번 누리호 발사 성공을 촉매 삼아 앞당겨질 전망이다.

결국 누리호 발사가 성공한 덕분에 우리나라가 자체 우주 수송 능력을 확보하고, 이를 위한 항공우주 분야 연구자와 기술진의 노력이 결실을 보고, 마침내 우주 강국 G7에 진입하고, 우주 경제와 뉴스페이스 시대를 민관 협력으로 열어 간다고 천명할 수 있게 됐다. 사실 불과 1주일 전만 해도 누리호 발사 성공을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 자칫 돌발 상황이나 예측하지 못한 변수, 대처하지 못한 문제 때문에 결국 발사가 실패할 수 있었다. 이러한 현장 위험 요소를 억제하고 성공 가능성을 극대화한 ‘숨은 주역’이 바로 누리호 3차 발사관리위원회다.
 
지난 25일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누리호가 이륙하고 있다.

지난 25일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누리호가 이륙하고 있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오태석 과기정통부 제1차관이 위원장을 맡은 누리호 3차 발사관리위원회는 기존 발사 예정일인 24일에 한 차례 발사를 취소하고, 이튿날인 25일 재시도를 결정한 바 있다. 당초 과기정통부와 항우연은 이날 오후 12시 24분 발사 운용 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했는데 오후 3시에 ‘발사 제어 컴퓨터와 발사대 제어 컴퓨터간 통신 이상’이라는 기술적 문제가 발생했음을 확인했다. 이에 즉각 발사관리위원회가 열려 당일 발사 중단을 결정했고, 이튿날 오전에 기술적 문제 점검 조치와 결과를 보고 받은 뒤 발사 재개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위원회는 이번 누리호 3차 발사 현장에서 단계별 핵심 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할 것인지, 매 순간 제한적인 시간과 단서를 바탕으로 최선의 결정을 내려야 했다. 하루 중 누리호를 발사할 수 있는 시간은 1시간(발사 예정 시각 ±30분)이었다. 이는 발사 절차 진행 도중 문제가 생겼을 때, 발사를 계속 진행하기 위해 문제 원인 규명과 해결에 쓸 수 있는 예비 시간이 30분밖에 주어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점을 염두에 둔다면 최초 발사 예정일에 즉각 발사가 취소된 것은 필연적이었다.

그런데 항우연 기술진에 따르면 이날 발사 취소를 결정하게 만든 문제는 발사 준비와 관련한 제어 장치의 제어 프로그램, 즉 손으로 만들 수도, 눈으로 확인할 수도 없는 소프트웨어 영역에 있었다. 소프트웨어를 직접 만든 개발자도 그 동작이 모든 상황에서 100% 안정적이라고 장담하는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위원회는 밤새 기술진이 해당 프로그램을 수정 후 하룻밤 사이에 ‘반복 시험 수행을 통해 안정적인 작동을 확인했다’는 점검 결과를 검토했고, 과감하게 발사를 재개해도 되겠다고 본 것이다.

누리호 발사 성공률 100%를 보장할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오 차관은 누리호 3차 발사관리위원장으로서 브리핑을 진행하며 “발사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발사 현장에서 여러 돌발 변수로 진행에 차질을 빚거나 실패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고조될 수 있는 상황마다 이를 불식시키는 데 적극적으로 나섰다. 30년 가까이 과학기술 행정 분야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정통 관료’로서 과학기술 전문가, 연구진과는 다른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번 누리호 발사 성공에 기여한 셈이다.
 
오태석 제1차관이 25일 누리호 재발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오태석 제1차관(가운데)이 25일 누리호 재발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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