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이통사의 슈퍼컴퓨터 굴기…SKT 이어 KT도 글로벌 50위권 이름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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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용 기자
입력 2023-05-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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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T 전 세계 슈퍼컴 58위 기록...SKT는 92→47위로 순위 급상승

  • 초거대 AI 학습용...삼성전자·GIST도 글로벌 슈퍼컴 순위 이름 올려

  • 미국·일본·EU 슈퍼컴 패권 경쟁 본격화, 한국 점유율 6위 기록

SKT 엔지니어가 슈퍼컴퓨터 '타이탄'을 관리하고 있다.

SKT 엔지니어가 슈퍼컴퓨터 '타이탄'을 관리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삼성전자, SK텔레콤(SKT)에 이어 KT가 글로벌 50위권 성능을 보유한 슈퍼컴퓨터(HPC)를 확보했다. 자체 개발한 초거대 인공지능(AI)의 연내 상용화가 멀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SKT도 자체 슈퍼컴퓨터 '타이탄'의 성능을 지난해와 비교해 2.2배 끌어올리며 글로벌 50위권 이내에 이름을 올렸다.

22일(현지시간) 전 세계 슈퍼컴퓨터 성능을 집계하는 톱500 재단이 올해 상반기 슈퍼컴퓨터 성능 집계 결과를 공개했다.

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KT가 구축한 슈퍼컴퓨터 'KT DGX 슈퍼팟'이 린팩 퍼포먼스 기준 초당 10.38페타플롭스(PFlop/s)의 연산 성능을 기록해 전 세계 슈퍼컴퓨터 순위 58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론상 최대 성능은 초당 14.42페타플롭스를 기록했다. 톱500 재단은 매년 2번 성능 집계를 실시하고 이를 토대로 전 세계 슈퍼컴퓨터 성능 순위를 발표한다.

KT는 전 세계 1위 AI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와 협력해 슈퍼컴퓨터 확보에 나섰다. KT DGX 슈퍼팟은 엔비디아가 보유한 슈퍼컴퓨터 '셀레네(전 세계 9위)'의 자매 모델이다. 대량의 AMD 에픽7742 프로세서(64코어, 2.25GHz)와 엔비디아 DGX A100 시스템(AI 반도체 집합) 50여개를 엔비디아 인피니밴드로 상호 연결하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엔비디아 쿠다 라이브러리를 활용해 초거대 AI와 하드웨어를 연결한다.

KT가 수백억원의 비용을 투자해 전 세계 상위권 슈퍼컴퓨터를 도입한 이유는 자체 개발한 초거대 AI '믿음'의 학습과 추론(실행)을 위해서다. 약 2000억개의 매개변수(파라미터)를 갖춘 것으로 알려진 믿음은 한국어 데이터를 집중 학습해 챗GPT보다 한층 자연스러운 한국어 대화 능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KT DGX 슈퍼팟 구축으로 KT는 삼성전자, SKT, 네이버에 이어 국내에서 네 번째로 슈퍼컴퓨터를 자체 운영하는 회사가 됐다.

박정석 KT 융합기술원 AI2XL연구소 상무는 "KT는 초거대 AI 기술 개발을 위해 지속적으로 AI 인프라에 투자하고 있다. 이를 통해 더 효율적인 학습과 추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AI 반도체 등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포함한 AI 풀스택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전 세계 92위로 집계됐던 SKT 타이탄의 성능이 전 세계 47위로 급상승한 사실도 확인됐다. 지난해 초당 6.29페타플롭스였던 타이탄의 성능은 올해 초당 14.24페타플롭스(린팩 퍼포먼스), 초당 16.39페타플롭스(이론상 최대)로 2.2배가량 향상됐다.

이는 SKT가 지난 2월 타이탄에 포함된 AI 반도체(A100)의 규모를 전보다 두 배 이상 확대했기 때문이다. 타이탄은 SKT가 자체 개발한 초거대 AI '에이닷'의 뇌 역할을 한다. 타이탄을 활용해 에이닷의 학습 속도를 크게 끌어올렸다. 

SKT 관계자는 "SKT는 슈퍼컴퓨터 확대 구축을 완료해 에이닷이 기존 대비 정교한 학습이 가능해지고 사람과의 대화 흐름과 답변 완성도가 사람 수준에 가깝도록 개선을 추진 중"이라며 "앞으로도 공격적인 연구·개발 투자, 인프라 확대, 인재영입 등 통해 AI 기술 리더십을 선도하기 위해 지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1위 삼성전자 변함 없어...GIST 학계 최초 초거대 AI 대응

현재 국내에서 가장 강력한 슈퍼컴퓨터는 삼성전자가 보유한 'SSC-21'이다. 삼성전자가 제작년 구축한 SSC-21은 초당 25.19페타플롭스의 성능으로 전 세계 20위를 기록했다. 반년 전과 비교해 순위가 두 계단 낮아졌다. 이는 미국과 유럽에서 초거대 AI 및 시뮬레이션 연구를 위해 슈퍼컴퓨터를 집중 도입한 것에 따른 하락이다. 

SSC-21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국가 연구소와 빅테크 클라우드 기업이 보유한 슈퍼컴퓨터를 제외하고 민간 기업이 보유한 슈퍼컴퓨터 가운데 최고 성능을 자랑했으나, 지난해 하반기 전 세계 2위 에너지 기업인 엑손모빌이 자체 슈퍼컴퓨터 '디스커버리5(18위)'를 확보함에 따라 두 번째로 밀려났다. 전 세계 1위 에너지 기업인 사우디 아람코도 자체 슈퍼컴퓨터 '댐맘-7(23위)' 등을 운영 중이다. 석유 탐사를 위한 유체역학 및 특화 AI 운영에 활용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도 자체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 학습을 위해 삼성전자·SKT·KT급 슈퍼컴퓨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린팩 퍼포먼스 확인을 하지 않아 톱500 재단의 집계에선 비켜났다. 다만 곽용재 네이버클라우드 CTO(최고기술책임자)가 지난달 엔비디아 관계자와 만나 AI 반도체 공급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등 슈퍼컴퓨터 강화를 위한 행보는 꾸준히 보이고 있다. 네이버가 보유한 슈퍼컴퓨터도 KT DGX 슈퍼팟과 마찬가지로 셀레네의 자매 모델로 알려졌다.

네이버, SKT, KT, LG AI연구원, 카카오 등 자체 초거대 AI 모델을 개발하고 있는 국내 기업 가운데 세 곳이 AI 학습을 위한 슈퍼컴퓨터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LG AI 연구원과 카카오브레인은 세 회사와 달리 구글이 제공하는 클라우드 기반 AI 반도체(TPU)팜을 활용해 초거대 AI 학습을 진행 중이다. 챗GPT로 초거대 AI 시대를 선도하고 있는 오픈AI도 자체 슈퍼컴퓨터 대신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기반 AI 반도체팜을 활용하는 만큼 전략적인 선택으로 분석된다.

또, 이번 조사에서 광주과학기술원(GIST)이 지난해 국내 학계 최초로 도입한 슈퍼컴퓨터 '드림-AI'는 전 세계 20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드림-AI는 린팩 퍼포먼스 기준 초당 3.18페타플롭스의 성능을 갖춰 반년 전 조사보다 순위가 다소 떨어졌지만(178→207위), 초거대 AI 연구에 목마른 학계에 여전히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사진=아주경제DB]

◆초거대 AI의 두뇌 '슈퍼컴퓨터' 확대 나선 미국·일본·EU

지난해 초당 1.1엑사플롭스(1엑사플롭스=1000페타플롭스)의 성능으로 엑사스케일의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의 '프런티어 시스템'은 초당 1.2엑사플롭스를 기록, 2년 연속 전 세계 1위 슈퍼컴퓨터 자리를 지켰다. 이론상 성능은 변함이 없음에도 실제 성능이 올라간 점을 고려하면 소프트웨어 최적화가 한층 진행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이화학연구소의 슈퍼컴퓨터 '후가쿠(2위)'는 과학 연구용에서 초거대 AI 학습용으로 용도 변경을 추진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화학연구소는 도쿄공업대, 도호쿠대, 후지쓰 등과 함께 챗GPT에 대응할 수 있는 초거대 AI 모델 개발에 후가쿠를 활용하기로 했다.

유럽연합이 공동 투자하는 유로HPC는 지난해 상반기 핀란드에 전 세계 3위 슈퍼컴퓨터 '루미(초당 309페타플롭스)'를 구축한 데 이어 지난해 하반기 이탈리아에 전 세계 4위 슈퍼컴퓨터 '레오나르도(초당 239페타플롭스)'를 구축했다. 루미는 AMD AI 반도체로 만든 것과 달리 레오나르도는 엔비디아 AI 반도체로 만들며 공급망 다각화를 추진 중이다.

'국가 슈퍼컴퓨터 5호기(누리온, 전 세계 49위)'를 보유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올해 '국가 슈퍼컴퓨터 6호기' 구축에 착수한다. 초당 600페타플롭스의 성능과 2024년 초 운영을 목표로 한다. 구축이 완료되면 전 세계 10위권 이내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 연구에 특화돼 AI 반도체를 갖춘 보조 슈퍼컴퓨터 '뉴론'을 추가로 연결해야 했던 누리온과 달리 6호기는 학계 요구에 맞춰 처음부터 초거대 AI 학습에 특화한 형태로 설계한다. 

한편 톱500 재단이 전 세계 슈퍼컴퓨터 성능 점유율을 분석한 결과 미국이 45.8%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해 2~4위인 일본(12.5%)·중국(8.9%)·독일(4.4%)과 큰 격차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슈퍼컴퓨터 성능 점유율은 6위(2%)로 프랑스(3.3%)보다는 낮고 영국(1.2%), 브라질(1.1%), 캐나다(0.8%)보다는 높았다. 브라질의 성능 점유율이 주요 선진국 수준으로 높은 것은 브라질 에너지 기업 페트로브라스가 석유 시추를 위한 유체역학 분석을 위해 대량의 슈퍼컴퓨터를 보유한 것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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