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남태평양 투발루, 해양쓰레기에 '신음'..."기후위기 간척사업으로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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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나푸티(투발루)=정연우 기자
입력 2023-05-16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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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NDP, 지난해 11월 간척사업 시작...2024년 완공 목표

  • 총 예산 3800만 달러..."더 많은 지원 필요해"

투발루 푸나푸티 본섬에서 약 18마일 떨어진 곳에 위치한 '바사푸아'(Vasafua) [사진=외교부 공동취재단]

"30년 전에는 이곳에서 할아버지와 낚시를 했었다. 해수면이 올라오면서 섬 위에 있던 모래가 없어졌고 지금은 바위만 남았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취재진을 안내했던 '타이나우티 호' 터사 선장은 투발루 내 있는 작은 소도(Islet·小島) 테푸카 빌리빌리(Tepuka vili vili)를 소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테푸카 빌리빌리에서 배로 이동해 10마일가량 떨어진 두번째 소도 바사푸아(Vasafua)에 정박했다. 바위 섬인 테푸카 빌리빌리와는 달리 모래로 덮인 작은 섬이었다. 가로 길이 대략 10~15m 정도의 크기다. 배에서 내려 섬 위를 살폈다. 페트병, 신발 등 각종 해양 쓰레기가 밀려와 쌓여 있었다. 바다에 떠다니는 쓰레기도 종종 보였다.
 
터사 선장은 "지금은 해양쓰레기가 떠다니지만 이 일대가 한때는 모두 섬이었다"라며 "지금은 나무도 다 사라졌다"고 말했다.
 

투발루 내 아일렛 바사푸아에 각종 쓰레기가 쌓여 있다. 해류에 밀려 쓰레기가 떠밀려온 것으로 보인다. [사진=외교부 공동취재단]

그는 "싸이클론이나 태풍이 10년 전과 달리 많이 발생했다"며 "나의 경우에는 배를 몰다보니 싸이클론이 자주 오는 걸 알게 됐고, 그래서 기후위기가 삶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주민들 대부분이 낙천적인 성격이어서 심각성에 대해선 크게 인지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투발루의 기후변화는 주민들의 생업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선원 에이모크(33)는 "예전에는 나도 고기잡이 일을 했었다"며 "투발루의 주요산업은 수산업인데 산호초들이 기후변화로 죽으면서 물고기들이 새로운 먹이와 산호초를 찾아 다른 곳으로 많이 이동했다"고 전했다.
 
투발루는 매년 4㎜씩 높아지는 해수면으로 인해 영토가 점점 수몰되고 있다. 전체면적은 26㎢, 해발고도는 2m에 불과하다.
 

투발루에서 유엔개발계획(UNDP)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해안선 정비 사업 [사진=UNDP]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해결책으로 땅을 새로 만드는 시도도 진행 중이다. 투발루 해안가를 걷다가 포크레인이 흙을 퍼올리고 있는 공사현장을 발견했다. 유엔 개발계획(UNDP, Unit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me) 주관 하에 투발루에서 시행되고 있는 '투발루 해안 정비 프로젝트'였다. 일종의 간척사업이다.
 
이 사업은 지난해 11월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됐고 모래를 끌어올리는 펌프는 지난 3월에 설치됐다. 예산은 3800만 달러로 오는 2024년 완공이 목표다. 길이는 약 750m, 폭은 100m에 달한다. 

필립 호스 UNDP 컨설턴트는 이 정비사업에 대해 "그곳이 투발루에서 가장 높은 땅, 가장 안전한 곳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알란 레스처 프로젝트 매니저는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킹타이드(King tide‧조수간만의 차가 가장 큰 경우) 때도 땅이 젖지 않을 것이다"라며 "그러나 모래를 퍼올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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