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카이 마코토 감독 "한국서 인기 많은 '스즈메'…오랜 소통 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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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3-05-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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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카이 마코토 감독

신카이 마코토 감독 [사진=쇼박스]

일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은 우연히 재난을 부르는 문을 열게 된 소녀 '스즈메'가 일본 각지에서 발생하는 재난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문을 닫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너의 이름은.'(2017)을 시작으로 '날씨의 아이'(2019), '스즈메의 문단속'(2023)으로 국내서 입지를 공고히 했다. 특히 '스즈메의 문단속'은 지난 3월 8일 개봉해 역대 국내 일본 영화 흥행 1위, 2023년 개봉작 중 첫 500만 관객을 동원하는 등 전례 없는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지난달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300만 돌파 흥행 공약을 지키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당초 300만 돌파 시 한국을 찾겠다고 약속했으나 빠른 속도로 500만 돌파에 성공했다.

"한국 관객들이 '스즈메의 문단속'을 이렇게까지 사랑해 주실 거라 상상하지도 못했습니다. 매일 놀라고 있어요. 300만 관객을 돌파하면 한국을 오겠다고 약속했는데 벌써 500만 돌파를 앞두고(내한 당시는 500만 돌파 전) 있어서 감사 인사를 드리려고 왔습니다."

그는 이렇게 빠른 시일에 다시 한국을 찾게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스즈메의 문단속'이 인기몰이를 하는 이유를 아직 모르겠다고 솔직한 심정을 터놓기도 했다.

"사실 '스즈메의 문단속'은 12년 전 동일본대지진을 다루는 작품이기 때문에 한국 관객들이 즐겁게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했어요. 자신감이 없었죠. '너의 이름은.'의 경우 혜성으로 인한 재해를 엔터테인먼트적으로 다루고 있었다면 이번 작품은 재해로 인한 일본 사회를 그려냈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힘들 거라고 보았어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너의 이름은.' 이상으로 봐주셨다는 걸 알게 되었고 이번 한국 방문은 친구의 집에 놀러 가는 기분으로 올 수 있었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신카이 마코토 감독 [사진=쇼박스]

그는 '스즈메의 문단속'의 흥행은 오랜 시간 한국 관객들과 소통해 온 결과라고 해석했다.

"한국에서 '스즈메의 문단속'이 흥행하고 있는 건 저 역시도 신기한 일입니다. 오히려 제가 묻고 싶습니다. '스즈메의 문단속'을 좋아해 주시는 이유가 뭘까요? 어떻게 한국 젊은 관객들이 이 작품을 보게 되었을까요? 아직 잘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이유를 생각해 본다면 제가 20여년 동안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신작 개봉 때마다 한국을 왔어요. 그 사이 한국과 일본은 정치적으로 사이가 좋았을 때도 있었고 나빴을 때도 있었죠. 그와 별개로 저는 한국 관객들과 계속해서 커뮤니케이션을 해왔고 그 결과라고 생각해요."

서정적인 분위기와 이야기가 인상적인 애니메이션 '초속 5센티미터' '언어의 정원' 등으로 이름을 알리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너의 이름은.'을 시작으로 작품 세계에 변화를 맞게 되었다. 그동안 현실을 그대로 담아내는 작품을 그려냈던 그는 동일본대지진 이후 노력으로 현실을 바꾸는 내용을 담아내게 된 것이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자신을 크게 변화시킬 만한 사건을 만나게 됩니다. 제게는 그게 동일본대지진이었어요. 직접 피해를 당한 건 아니었으나 제 속에서 큰 변화가 일어난 거죠. 12년 동안 계속해서 재해에 관해 생각해 왔어요. 재난 3부작이라고 불러주시는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 '스즈메의 문단속' 모두 동일본대지진을 생각하며 만들었고요."

그의 작품에는 동일본대지진의 여진이 남았고 헤어나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듯 보였다. "재난 3부작을 염두에 둔 건 아니었다"고 말문을 뗀 그는 새로운 작품에 대한 의견을 내기도 했다.

"'너의 이름은.'을 만들 때 재난 3부작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건 아니었어요. 만들다 보니 어떻게 재해 이야기를 계속하게 된 거죠. 계속해서 그걸 생각하고 있어서 그런 거 같아요. 3편을 연달아 만들게 되었고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돌려 말한다면 지난 10여 년 동안 동일본대지진을 잊지 못한 거라고 보여요. 이제 관객들이 질려하는 거 같아서 다른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는 작품을 만들 때 고전적인 방법을 쓰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일본 애니메이션계도 컴퓨터그래픽 등 최신 기술이 접목되고 있으나 그는 장인 정신을 담아내는 게 좋다며 고전적으로 작품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최신 기술들이 (작품에) 쓰이는 걸 보고 '아, 나도 변화해야 하는 건 아닐까?'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런 시도는 아직 해본 적 없고 일본 애니메이션의 원시적인 방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기술적인 면에서 특별한 건 없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서 다른 면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사진=쇼박스]

그는 자국이나 세계 애니메이션이 라이벌이 아니라, 쇼츠 등 짧은 동영상들이 애니메이션계를 위협하는 라이벌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라이벌이라고 한다면 인터넷에 올라오는 짧은 동영상들입니다. 쇼츠, 릴스 등 소셜미디어들이죠. 인터넷 콘텐츠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기 때문에 그에 지지 않으려고 합니다. 한편으로는 젊은 세대가 제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가 그 '속도감'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제 작품이 전개가 빠른 편이니까요. 전개가 빠르고 속도감이 있다는 게 저의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합니다."

그는 동일본대지진이 마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고 여러 차례 말한 바 있다. 일본 내 재해를 다루며 글로벌 관객들에게 공감을 얻어냈던 그에게 "다른 나라를 배경으로 하거나 타국의 이야기를 담아낼 생각은 없느냐"고 물었다.

"최근 인터뷰 등을 위해 여러 나라를 방문하면 모두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영화를 만들면 어떻겠냐'고 하세요. 매번 들을 때마다 '그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진지하게 생각해 보면 제가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니, 일본을 배경으로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다만 등장인물은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만들면 재밌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게 오히려 요즘 세계의 리얼리티에 가까운 것 같아요."

그는 한국 영화 중 '부산행' '엑시트'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국 영화 시장은 계속해서 팽창하고 있으나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은 위축되어 있다는 점도 의아하다고 거들었다.

"영화 '부산행'과 '엑시트'를 보고 충격을 받았었습니다. 영상이나 연출도 뛰어나지만, 각본이 매우 강력하다고 생각했고,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면 크게 히트하겠다 싶었습니다. 이렇게까지 각본 개발의 힘이 있는 한국인데 왜 애니메이션 분야에서는 글로벌 히트 작품이 만들어지지 않는지 오히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아마 제가 공부가 부족해서 한국의 훌륭한 애니메이션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추천도 해주시면 좋을 거 같고, 리스트도 받아서 찾아보고 싶습니다."

[사진=쇼박스]

잠시 주춤했던 일본 애니메이션이 새 전성기를 맞은 데 대해 기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한국 애니메이션에 대한 응원과 기대도 놓치지 않았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많은 분이 봐주시고 매력을 느껴주시는 것은 너무 행복한 상황입니다. K팝이나 한국 드라마처럼 일본 애니메이션이 하나의 장르로서 힘을 갖게 되는 것은 좋은 일이죠. 사실은 아시아 애니메이션이 대단하다는 평가를 세계에서 받길 원합니다. 그러면 더 행복할 거 같아요. 아시아 전체가 애니메이션 장르에 있어서 강한 힘을 갖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애니메이션이 나왔으면 좋겠고, 한국 애니메이션에 대해서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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