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마닐라 '교통지옥' 탈출, K-건설이 주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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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닐라(필리핀)=안선영 기자
입력 2023-04-2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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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리핀 남북철도 건설에 韓건설사 6곳 참여

  • 수도권 교통체증 완화, 온실가스 저감 기대감

19일 필리핀 팜팡가주 아팔랏시에 위치한 철도 교량 건설 현장에서 이용정 현대건설 현장소장이 50톤의 콘크리트 세그먼트를 들어올리는 건설기계(초록색)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아시아개발은행(ADB)]


"마닐라의 교통 혼잡은 필리핀 전반의 경제, 사회, 환경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마닐라의 교통 문제 해결을 위한 말로로스-클락 철도 개발을 지원하고 필리핀의 경제 성장을 촉진할 계획입니다." (ADB 고위 관계자)

ADB가 필리핀 마닐라의 교통 체증 해소와 인근의 친환경 도시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관련 사업 중 가장 규모가 큰 필리핀 남북철도 구축 프로젝트에 한국 건설사들이 첨병으로 참여해 구슬땀을 흘리는 중이다. 
 
35도 무더위에도 고품질·적기완공 위해 '구슬땀'

필리핀 남북 철도사업에 참여한 현대건설이 교량 건설을 위해 만들어 놓은 콘크리트 세그먼트가 쌓여 있다. [사진=아시아개발은행(ADB)]

지난 19일 찾은 필리핀 말로로스-클락 철도 공사 현장은 입구부터 뿌연 먼지와 함께 각종 건설 자재가 들고 나느라 정신 없는 모습이었다. 마닐라 북부 클락부터 말로로스까지 총 53km 구간의 철도 건설을 위한 부품들이다.

현장에서는 35도를 넘나드는 뙤약볕 속에 고품질·적기 완공을 목표로 한국인과 필리핀인 할 것 없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포스코이앤씨가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5공구는 철도공사의 북쪽 차량기지다. 현장은 우기에 대비해 부지 외곽을 따라 옹벽 공사가 한창이었다.

6월 우기 전까지 옹벽 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하면 환경문제가 발생할 뿐 아니라 공사 전반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 5월 내로 무조건 끝내야 한다. 

차량기지 북측은 차고지, 남측은 정비고로 활용하기 위해 50개에 육박하는 낮은 건물들이 촘촘히 이어져 말뚝 공사와 건축 공사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었다. 

현대건설이 공사 중인 1공구는 제작장 전반이 대규모로 조성돼 있다. 16.7km에 달하는 교량 공사와 2개 역사 시설물이 함께 들어가는 구간인 만큼 투입 물량 자체가 어마어마하다. 

3월 기준 공정률은 26.5% 수준. 다리를 잇는 세그먼트(콘크리트 구조물)와 나란히 이어진 피어(다리)는 복잡한 공사 현장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필리핀 정부는 북부 클락에서 수도 마닐라를 거쳐 남부 칼람바에 이르는 총 163km의 남북철도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중 말로로스-클락 철도 프로젝트는 마닐라 북부 말로로스와 클락을 잇는 필리핀 최초의 수도권 광역고속철도다.

이르면 2027년, 늦어도 2028년에는 완공 예정이다. 철도가 개통되면 버스로 2~3시간 걸리던 마닐라와 클락 간 이동 시간이 1시간으로 단축되고, 수도권 교통 체증도 크게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간 47만3000t가량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 180억 달러의 교통 관련 경제적 비용 절감도 기대된다.

나르시소 프리클라로 주니어 필리핀 교통국 프로젝트차장은 "마닐라 남북철도 사업은 현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프로젝트 중 하나"라며 "남북철도 전체가 완공되면 필리핀에서 가장 긴 철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韓건설사, 필리핀 사업 본격화…한류 따라 K-건설 힘 받는다

필리핀 남북철도사업에서 차량 기지를 수주한 포스코이앤씨의 이상엽 현장소장이 19일 건설 중인 중정비창 앞에서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아시아개발은행(ADB)]


필리핀 남북철도 개발은 한국 건설업계에도 의미 있는 사업이다. 이번 사업에 참여한 14개 건설사 중 6곳이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 DL이앤씨, 롯데건설 등 우리나라 건설사다.

남북철도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맏형 격인 현대건설이다. 총 9개 공구 중 3개 공구를 추가로 맡아 지상 역사 9개와 총 32km 길이의 고가교를 건설하게 된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이용정 현대건설 현장소장은 "현대건설이 1986년 ADB 본부 신축공사를 수주한 지 34년 만에 필리핀에 재진출한 사업"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 소장은 "그간 필리핀 토목공사에 진출하기 위해 노력했는데도 현지 재원으로 공사가 추진되다 보니 진입 장벽이 있었다"며 "최근 들어서야 인프라 공사가 대규모로 확장돼 수주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새롭게 출범한 필리핀 정부가 전임 정부의 '빌드, 빌드, 빌드' 정책을 확대하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대규모 인프라 개발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하고 필리핀과의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 소장은 "조만간 ADB에서 라구나레이크 공사, 필리핀 마닐라 지하철 4호선 프로젝트(MRT4)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현대건설에서는 전략적으로 관련 사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포스코이앤씨 역시 필리핀과 동남아 사업에 적극적이다. 이상엽 포스코이앤씨 현장소장은 "포스코이앤씨에서는 기존에 진출한 곳을 위주로 해외 사업을 확대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며 "필리핀에서 4개 공사를 수주한 경험을 바탕으로 플랜트, 건축, 토목 등 강점을 십분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건설사들은 한류 덕도 톡톡히 보고 있다. 이상엽 소장은 "발주처와 사적인 대화를 나누면 K-드라마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필리핀에서 문화 영향력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며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은 사업 전반에도 당연히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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