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고물가에 장사 없네…대학도 14년 만 등록금 인상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세종=조현미 김세은 기자
입력 2023-04-17 15:52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 셋째)이 1월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대학도 두 손 들었다. 교육부 '동결' 권고에도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현상을 견디지 못하고 14년 만에 등록금 인상에 나섰다. 4년제 대학 2곳 중 1곳 꼴로 올해 등록금을 올렸다.

민간 대학 분야 연구기관인 대학교육연구소(대교연)가 17일 발표한 '2023학년도 등록금 인상 현황' 보고서를 보면 193개 국·공·사립 4년제 대학 중 44.6%인 86개교 등록금이 전년보다 올랐다.

대교연이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 회의록을 공개한 193개 대학을 전수 조사한 결과다. 등심위는 대학교 등록금을 심의·책정하는 기구다. 
 
전국 4년제 대학 45% 등록금 올려

올해 학부 등록금을 올린 대학은 17개교(8.8%)다. 이 가운데 8개교는 국립 교육대, 9개교는 동아대·경성대·세한대 등 사립대학이다.

172개 대학은 학부 등록금을 동결했고, 이 가운데 103개교(53.4%)는 대학원과 정원 외 외국인 학생 등록금도 그대로 유지했다. 반면 46개교(23.8%)는 대학원, 7개교(3.6%)는 외국인 학생 등록금을 각각 인상했다. 16개 대학(8.3%)은 대학원과 외국인 대상 등록금을 동시에 올렸다.

학부 등록금을 인하한 대학은 배재대(0.04% 인하), 청주대(0.46%), 한국항공대(0.31%), 서울장신대(미공개) 등 4개 대학에 그쳤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공개 경고장이 무색해진 것이다. 이 부총리는 지난 2월 "어려운 여건에서도 올해 등록금을 동결·인하한 대학에 감사하다"며 "교육부 정책 기조에 동참하지 않고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에는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 등록금 책정을 논의 중인 대학은 등록금 동결·인하를 유지해 교육부 기조에 동참해 주기를 요청한다"고 재차 당부했다.
 
정부 동결 기조에 대학들 난색···"제도 개선해야"

교육부 경고에도 등록금 인상 카드를 꺼내 든 것은 고공행진 하는 물가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올 초 내놓은 '정보공시를 통해 본 등록금·교육비 분석'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국내 4년제 대학 실질 등록금은 연 632만6000원이다. 2008년 823만7000원보다 23.2% 적다. 실질 등록금은 물가를 고려할 때 대학생이 체감하는 등록금 수준을 뜻한다.

실질 등록금이 크게 내려간 건 치솟는 물가에도 등록금 고지서에 찍히는 명목 등록금이 14년간 큰 차이가 없어서다. 2008년 명목 등록금은 평균 673만원, 2022년은 679만4000원이다.

대학들은 이명박 정부가 2009년 '반값 등록금'을 추진하고, 이듬해엔 고등교육법을 개정해 '직전 3년 평균 물가상승률의 1.5배'로 묶어두면서 등록금을 동결했다. 등록금이 주 수입원인 대학들은 정부 동결 방침에다 학생 수 감소가 겹치자 재정 악화를 호소해 왔다.

장윤금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장(숙명여대 총장)은 지난달 "열악한 대학 교육 여건 개선을 위해 고등교육재정 교부금법 제정이 필요하다"며 "획일적이고 규제적인 등록금 정책 개선을 정부에 강력하게 요청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교연도 "절반에 가까운 대학이 등록금을 인상했다는 것은 대학 재정 위기가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에 대한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학자금 완화 모색..포퓰리즘 비판도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대학생들의 학자금 부담 완화 방안을 모색하는 간담회를 열고 청년 표심 공략에 나섰다. 내년 총선을 1년 앞둔 상황에서 '고물가, '고금리'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민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청년에게 힘이 되는 학자금 부담 완화법' 간담회에서 "'1000원 아침밥'이 민주당의 1호 정책이었다면 학자금 이자 완화 또는 경감이 2호 정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장은 학자금 부담 완화책으로 △저소득층 학자금 대출 이자 면제 △학자금 대출 초저리 이자 △학자금 대출 무이자 △등록금 경감 △등록금 공공성 확대 순의 5단계 정책 실현 방안을 제기했다. 학자금 대출과 이자 상환에 대한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궁극적으로는 학자금 부담의 근본 원인으로 꼽히는 높은 등록금 가격을 손봐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선 학자금 이자 부담 완화를 시작으로 '등록금 제로'로 이어지는 해당 법안이 총선용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여당 교육위 간사인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학생 표심을 노린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며 "교육위 법안소위에서 야당이 다수의 힘으로 강행 처리한 내용이다. 처리를 막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전문가들도 민주당의 청년 겨냥 정책이 전형적인 '선거용'이라고 평가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내년 총선까지 2030의 표를 얻기 위해 이들을 겨냥한 더 많은 선거용 포퓰리즘 정책들이 쏟아질 것"이라며 "민주당의 학자금 부담 완화책 역시 이런 배경에서 등장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