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정치화된 '쓰레기 대란', 마지막 골든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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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희 사회부 부장
입력 2023-04-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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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희 사회부장]

하와이에서 북동쪽으로 1600㎞ 떨어진 곳에는 세계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은 섬이 하나 있다. 바로 남한 국토 면적의 16배에 달하는 쓰레기섬이다. 과학자들은 바다로 흘러든 플라스틱 쓰레기 가운데 일부가 대양을 순환하는 해류를 따라 이동하면서 쓰레기섬을 형성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인간이 직접 살지 않는 바다가 이 정도면 육지 사정은 말할 것도 없다. 2020년 2월 집단감염 발발로 시작된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인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가 ‘쓰레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미국 국립과학공학의학원(NASEM)의 2021년 12월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플라스틱 배출량은 88Kg으로, 세계 주요 21개국 중 미국(130㎏)과 영국(99㎏)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배달음식과 온라인 배송 증가 등으로 일회용품 사용이 급증한 탓이다.

‘코로나 트래쉬(Trash)’, 코로나로 인해 증가한 쓰레기를 칭하는 신조어다. 엔데믹 추세에 접어들었지만 이미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비대면 구매에 따른 각종 플라스틱 포장지를 단번에 없애기는 쉽지 않다. 당장 인구 절반 이상이 몰려있는 수도권은 쓰레기로 몸살을 앓은 지 오래다. 

서울의 난지도매립지 포화로 지난 1992년 간척지를 매입해 인천에 조성된 수도권매립지는 서울과 인천, 경기 등 2600만명의 주민이 버린 쓰레기를 매립하는 곳이다. 여의도 면적의 5.5배 규모(1618만㎡)로 조성됐는데 이미 1매립장(409만㎡)과 2매립장(381만㎡)은 사용이 종료됐다.

2매립장의 잔여 용량이 10%밖에 남지 않은 시점인 지난 2015년 환경부와 서울시, 경기도와 인천광역시는 ‘4자 협의체’를 만들었다. 당초 2016년까지였던 수도권매립지 사용기한을 3-1매립장 포화 때까지 연장하고, 대체매립지를 찾아보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2021년 2500억원의 특별지원금까지 내건 신규 매립지 공모에 지원한 지방자치단체가 한 곳도 없자 환경부는 매립지 사용 연한을 늘리는 쪽으로 법을 개정했다. 폐기물 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 오는 2026년부터 수도권매립지에 생활쓰레기 직매립을 금지한 것이다. 종량제봉투에 담긴 쓰레기도 선별해 재활용하거나 소각해 재만 매립토록 했다. 이를 통해 3-1매립장 포화시점을 늦춰 2042년까지 시간을 벌 수 있다는 계산이다. 

문제는 생활쓰레기 자체 소각장 확충에 지자체들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환경부가 소각장 처리용량이 부족한 수도권 10개 지차제를 상대로 2025년 12월까지 소각장을 확충하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입지선정 조차 못한 곳이 대부분이다. 주민 혐오·기피시설이라는 주민 반발을 의식한 탓이다. 

쓰레기 직매립 금지까지 3년 남은 시점. 공사기간을 고려하면 올해기 ‘쓰레기 대란‘을 막을 사실상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서울시가 마포구 상암동의 광역자원회수시설(소각장) 증설계획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지역민을 어떻게 설득하고 사업을 추진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민과의 협의를 통한 마포 소각장 문제 해결이 다른 지차제들의 소각장 건립과 나아가 대체매립지 확보에도 바로미터가 될 수 있어서다. 

‘정치의 영역’이 돼 버린 생활쓰레기 소각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대체매립지 역시 근본 해결책이 되긴 어렵다. 폐기물이 썪으면 매립지는 내려앉는다. 2000년 매립을 종료한 수도권1매립장은 7m 넘게 내려앉았다. 법으로 안정화 기간을 고려해 30년간 매립지에 고층 구조물을 짓지 못하게 하는 이유다. 결국 일회용품을 줄이려는 기업들의 친환경 경영과 국민의 동참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 버렸다. 
당장 개인들도 일회용컵 대신 소지한 텀블러로 커피숍을 이용하는 생활 속 작은 실천부터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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