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이창용 "금통위원 5명, 3.75%까지 열어둬···'금리 인하' 기대 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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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입력 2023-04-11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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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4월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이번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금통위원 가운데 5명은 최종금리 수준을 3.75%까지 가져가야 한다는 의견을 열어뒀다"고 말했다. 이달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기존 3.5%에서 동결했지만, 금리인상 사이클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금통위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원들의 향후 최종 금리 수준 전망을 묻는 질의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이 총재는 "물가는 예상한대로 둔화하는 흐름을 보이겠지만, 산유국(오펙플러스)의 추가 감산이 (유가와 물가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지 모르고, 공공요금의 폭등이 물가 경로를 불확실하게 하고 있다"면서 "아울러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정책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 대해서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한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SVB 사태 이후로 전 세계 경제성장률의 기대에 찬 물이 끼얹어진 상황"이라면서 "앞으로 성장이 둔화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시장에서 금리 인상이 종결됐다고 기대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금통위원들은 과도한 기대라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 금리의 기대로 우리 금리에도 영향이 미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이 총재의 기자간담회 일문일답.

Q. 금통위원들의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은 어떤가.
A. 최종 금리에 대해서는 이번 회의에서도 5명은 당분간 최종금리를 3.75%로 가져갸아 한다는 의견을 열어뒀고, 1명은 동결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5명이 금리를 올리자고 한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물가가 예상한대로 둔화한 흐름 보이겠지만, 산유국의 추가 감산이 어떤 영향을 줄 지 모르고, 공공요금 폭등이 물가 경로의 불확실성 크게 하고 있다. 두 번째는 SVB 사태 이후 특히 미국 연준이 통화정책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 대해 지켜볼 필요가 있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한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이었다.


Q. 통방문에도 성장률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시장에서도 금리인상 사이클이 끝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방문의 설명도 이런 근거를 받쳐주는 것 같다. 이런 시장의 반응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A. 향후 성장률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상황이 아니다. 올해 1분기 유렵과 미국 성장률이 예상보다 좋지 않겠냐는 기대가 있었는데, SVB 사태 이후 찬 물이 끼얹어진 상황이다. 성장이 둔화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때 시장의 반응을 두고 금통위 내에 많은 분들은 기대가 과하다고 판단한다. 해외 상황이나 물가 경로가 우리의 예상 경로가 아니라면 다시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둔 금통위원이 5명이다. 시장에서는 다르게 판단하는데, 이는 미국의 금리 기대가 우리 금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 실물 소비가 꺾이고 투자 속도 오름세가 늦고, 부동산 가격이 침체되는 등 이런 실물 지표로 볼 땐 금리 수준은 제약적인 수준에 있다고 본다. 하지만 금융 부문에선 국내보다 해외 변화에 대한 기대가 선반영돼서 시장에서 과도하게 반응하지 않았나로 보고 있다.

Q. 금융시장의 금리인하 기대가 과도하다고 했는데, 금통위에선 만장일치 동결 결정한 것을 보면 결국 시장에선 겁주기에 불과하다는 판단이 있을 수 있다.
A. 우리나라보다 미국이 더 하다. 단기금리나 기준금리의 차이가 상당하다. 연준 '피벗(정책 전환)'에 대한 기대도 빠르다. 다만 금통위원들의 견해만 보면 금리인하를 아직까지 고려할 단계는 아니다. 물가가 충분히 2%대로 수렴하는지 보고 결정해야 하며, 그런 상황에서 불확실성이 더욱 크다고 보고 있다. 시장에서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시장이 맞는지, 한은이 맞았는지 사후적으로 판단한 일인 것 같다. 다만, 이렇게 가는 것은 정상적으로 가는 게 아니라는 말씀을 드릴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금통위원들도 같은 의견으로 과도하다고 언급했던 것이다.

Q. 향후 금리를 더 올리게 되면 경기 침체와 금융 불안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지 않나.
A. 금리인상 시 물가를 잡을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다른 부작용도 크다. 금리를 빠르게 올리는 건 물가를 잡지 않으면 다른 부작용이나 손실이 더욱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금융 불안이 더욱 커지지 않게 금융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한은의 주요 정책 목표 중 하나다. 금리와 다른 도구를 이용하는 것이 원칙적이다. 실제 미국이나 유럽중앙은행(ECB)에서도 물가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금융안정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상황을 맞은 바 있다. 금융안정을 위해 금리를 올리는 데 제약을 받는 이른바 '금융우위'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고, (한은은) 다양한 도구를 가지고 있다.

Q. 한미 금리차 특정 수준 없다고 했지만, 국내 경제 성장률이 내려가고 원화 약세 흐름이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 무역적자 등 수출 부진을 만회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외환시장의 상황이 더욱 심각해지면 금리인상 카드를 꺼낼 수 있다고 보나.
A.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클 경우에는 수준과 상관없이 금리뿐만 아니라 다른 정책을 통해서도 반응하는 게 당연하다. 한국의 적자 기조로 환율 저하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라고 했는데, 이런 생각엔 무리가 있다. 무역수지 적자와 4월 배당금 지급 등에 대한 기대는 이미 반영됐을 것이다. 무역수지도 환율 결정에 중요한 요인이다. 주요국 통화 정책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SVB 사태 이후 긴축이 지속될 것인지, 아닌지 등도 환율에 영향을 미친다. 단순히 한 뱡항으로 단언하기 어렵다. 외환시장에 대한 질의를 많이 하는데, 계속 얘기하지만 우리는 채권국이다. 외환보유고도 4250억달러 넘게 남아있다. 우리 스스로가 예전처럼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 충분히 대처 가능한 방안들이 있으며, 언제든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다.

Q. 금리인상 영향이나 수요 압력이 가장 큰 물가는 근원물가인데, 더디게 떨어지고 있다. 한은에서 근원물가만 상향 조정한 이유가 있나.
A. 금리를 인상한지 1년 반도 넘어가는 시점에서 이런 영향이 올해 상반기 많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반 소비자물가가 빨리 떨어진 데에는 근원물가보다 에너지물가의 하락 기저 효과가 반영된 영향이다. 에너지가격 많이 뛰었음에도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전기·가스 요금 등이 덜 올랐었다. 국민들에게 주는 충격이 덜하게끔 했으나, 지난해 올리지 못했던 부분이 반영되면서 근원물가가 소비자물가보다 더욱 천천히 떨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소비 역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서비스물가의 둔화 속도도 느리다. 이런 여러 요인을 고려할 때 근원물가가 소비자물가보다 천천히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Q. 새마을금고 등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한은은 어떻게 보고 있나.
A. 부동산 PF에 대한 우려가 많다는 것 잘 알고 있다. 좋은 신호로 보면 지난해 급격히 하락했던 부동산 경기가 하락세는 지속되고 있지만, 속도는 둔화하고 있다. 즉, 부동산 시장이 연착륙할 가능성이 지난해보다 더욱 커졌다는 의미다. PF는 결국 부동산 가격이 가장 중요한 변수이기에 금리 동결이 시작됐고, 시장 안정되면 PF 우려도 줄 것으로 생각한다. 실제 PF 연체율 등을 과거와 비교하거나 국제적으로 비교해도 아직 낮은 수준이다. 금리가 올라간 수준 대비 부동산 관련 부실 연체율은 상대국들과 비교해 높지 않다. 현재 감내할 수준이라고 판단한다. 한 두 곳의 금융기관이 어려움을 가질 수는 있다. 이때 우리가 할 일은 금융시장 전체로 전이되지 않게 하는 것이며, 막을 대책이나 도구를 마련하고 있다.

Q. 올해 성장률 기존 예상보다 낮을 수 있다고 봤지만, 시장에선 더욱 부진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반도체 분야의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는데, 하반기 반등 정말로 가능한가.
A. 시장의 기대가 과도하냐는 질문과 일치한다. 시장은 경기가 한은 생각보다 훨씬 안 좋아서 금리를 낮출 수 밖에 없다고 보는 것 같다. 극단적으로 국고채 3년물 금리가 떨어지는 건 기대할 수 있는데 CD 91일물 금리가 떨어지는 게 과다하다고 보는 것이다. 경기에 관해선 불확실성이 크다. 하지만 한은 데이터를 보면 반도체 분야 예측은 어렵지만 하반기 상승하지 않을 것이란 증거도 없다. 또 IT 부문의 성장을 제외하면 1.9% 수준에 머무른다. 성장률은 전세계 다른 나라에 비해 나쁜 수치가 아니다. 우리만 혼자 빠르게 성장할 수도 어렵다. 그런 면에서 금리로 대응해야 할 문제인지는 시장에서도 잘 판단해야 한다.

Q. 지난 2월 경기침체 고려보다 물가를 더욱 염두해 뒀다고 했다. 이번 결정에선 경기침체보다 물가를 더욱 고려했는지? 금융안정 변수가 더욱 큰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하다.
A. 결국 균형을 잡아야 한다. 균형을 잡는 측면에선 지난 전망보다는 성장 전망치가 떨어졌다는 것에 더욱 무게가 실릴 수는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물가 안정이 우선이다. 경기가 나빠짐으로써 금융안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가 관심사다. 1% 성장률이 역사적으로 낮지 않냐고 하지만, 단기 성장률 변화와 중장기 성장률을 다르게 봐야 한다. 단기 성장률이 중장기 성장률을 하회할까봐 걱정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성장률이 떨어지는 것을 섞어서 고민하지 말아야 한다. 중국에 의존한 경기·산업 등에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단기적 변동은 해외와 비교해보면서 조정하되, 통화정책으로 장기 성장률을 조정하려고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Q. 뉴질랜드와 호주가 금리 결정을 했는데 호주는 금리를 동결했고, 뉴질랜드는 0.5%포인트 깜짝 인상했다. 세계가 함께 금리를 올리는 분위기가 바뀐 것 같은데, 한국 통화정책과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A. 호주와 뉴질랜드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호주와 뉴질랜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6%를 넘어서고 있다. 두 나라는 연말 5% 수준 물가가 예상되는 반면, 한국은 3% 예상된다. 가계부채도 호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15%이지만, 뉴질랜드는 95% 수준이다. 금리인상에 따른 가계가 느끼는 영향, 정치불안 등이 같이 고려되지 않았을까 싶다. 위험 가중치를 어디에 뒀는지 차이도 있다. 호주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높은 금리에 따른 앞으로의 물가 하락 속도에 미칠 영향을 보고 결정했다. 뉴질랜드는 선제적으로 물가를 제어하는 것이 이후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한 측면이 있다.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가장 크게 작년 한해 미국이 금리를 빠른 속도를 올리면서 전세계가 할 수 없이 그 영향권에 있기에 흐름을 맞추는 통화정책을 펼쳤다. 저도 연준 결정에 독립적일 수 없다고 한 바 있다. 다만 올해는 그런 기대가 누그러진 것 같다. 각국에 처한 상황에 따라 독자적 결정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고 있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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