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산의 경제학] 국내 주요 수출기업은 감산 경영 중···가격 하락세 잡은 철강·화학, 다음은 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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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3-04-1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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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글로벌 경기 침체와 이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국내 장치산업 주요 기업이 잇달아 '감산 경영'에 돌입하고 있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1위 삼성전자마저도 감산 대열에 합류하면서 그야말로 감산이 대세가 됐다.

이들 기업은 쌓이는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생산을 줄이고 올해 사업·투자계획을 다시 세우는 등 전략 변화에 나서고 있다. 반도체보다 한 발 앞서 주요 기업들이 감산을 시작한 화학·철강 부문이 제품 가격 하락세를 진정시키는 등 감산 경영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반도체와 화학·철강 산업권에서 주요 기업들이 생산 설비를 가동 중단하는 등 감산 경영을 유지하고 있다. 위축된 수요보다 공급(제품 생산)이 더 많아진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감산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산업권에서 감산은 상대적으로 설비·기술 장벽이 공고한 장치산업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장벽이 없다면 몇몇 공급자가 감산을 하는 동안 다른 새로운 공급자가 발생할 수 있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탓이다.

실제 최근 감산 경영을 진행하고 있는 화학·철강 부문도 대표적인 설비·기술 장벽을 갖춘 장치산업으로 꼽힌다. 화학 부문에서 LG화학은 지난해 하반기 한시적으로 여수 공장의 가동률을 5%포인트 낮췄다. 롯데케미칼도 울산공장 라인 일부의 가동을 중지했다.

철강 부문에서 포스코가 지난해 3분기 제품 생산량을 전년 동기 대비 13% 줄이고, 이후 콘퍼런스콜을 통해 감산의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현대제철도 감산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던 상황에서 노동조합의 파업이 겹쳐 냉연 공장 등의 가동을 중지하기도 했다.

이들 기업은 지난해 하반기 감산을 통해 재고를 일단 줄여나가는 데 성공했다. 화학 부문인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의 재고자산 합계는 9월 말 15조4240억원에서 지난해 말 14조4294억원으로 6.4% 줄었다. 같은 기간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재고자산 합계도 15조6665억원에서 15조805억원으로 3.7% 감소했다.

이를 통해 감산의 본래 목적인 제품 가격 상승도 성공해 나가고 있다. 아직 감산이 장시간 진행되지는 않아 가격이 반등하지는 못한 제품도 많지만 하락폭이 줄어드는 것이 눈에 띈다. 

현대제철의 해외 자동차 관련 제품 가격은 지난해 9월 말 톤당 170만원에서 지난해 말 172만원으로 1.2% 상승했다. 화학제품 중 알코올의 국제가격은 지난해 6월 말 톤당 210만원에서 9월 말 193만원으로 7% 이상 줄었으나 지난해 말에는 186만원으로 3.75 줄어드는 데 그쳤다.

다만 반도체 부문에서 제품 가격은 낮아졌지만 아직 재고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삼성전자 DS 부문과 SK하이닉스의 재고자산 합계는 지난해 9월 말 41조302억원에서 지난해 말 44조7223억원으로 9% 늘었다.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 D램·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15~20% 급락했다고 진단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하반기 감산을 단행했으나 글로벌 1위 삼성전자가 이달에서야 뒤늦게 감산 대열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다만 뒤늦게라도 감산 대열에 합류했기에 향후 재고를 줄여나가면서 제품 가격을 반등시킬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주요기업이 감산을 진행하고 있고 상당부분 성과를 내고 있는 것 같다"며 "올해 하반기 경기 반등 시기 제품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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