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포스코 "재난 이후 더 굳건해졌다"···'혁신' 쇳물로 담금질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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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란 기자
입력 2023-03-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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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일. 지난해 9월 6일 태풍 '힌남노'가 포항제철소를 덮친 이후 흘러간 시간이다. 지난 23일 찾은 경북 포항 포스코 제철소 2열연공장. 수마(水魔)가 할퀸 상처는 찾아볼 수 없이 말끔해진 모습이었다.

지난 1월 20일. 포스코그룹 전 임직원과 민·관·군을 포함한 약 140만명이 압연지역 17개 공장을 135일 만에 순차적으로 모두 재가동시키며 완전 정상화를 달성해 냈다. 당시 2열연공장 내 8m 깊이의 지하실에 물을 퍼내는 데만 4주가 걸렸고, 이어 30㎝ 높이로 쌓여있던 진흙을 걷어내는 데도 며칠이 걸렸다고 한다.

1열연공장도 과거를 잊은 모습이었다. 1200℃로 달궈져 '핏덩이' 같았던 슬래브(Slab·철강 반제품)는 빠른 속도로 압연 롤러를 오가며 위용을 뽐냈다. 냉각 후 단숨에 두루마리 형태(Coil·코일)로 말리는 데는 2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재난을 경험한 포스코인들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은 모습이었다. 당시 포스코는 태풍 힌남노에 의한 피해로 2·3·4고로를 휴풍시켰던 것과 큰 차이다. 노후화로 가동이 중지된 1고로를 제외하고 운영 중인 모든 고로를 가동 중단한 것이다. 이는 포항제철소가 처음으로 쇳물을 생산한 1973년 이후 49년 만에 최초다.

2열연공장 열연부를 담당하는 이현철 파트장은 재난 당시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 파트장은 "오늘은 2열연공장이 복구된 지 99일째"라며 재난이 시작한 그날부터 현재까지의 시간을 반추했다. 그는 "처음에는 이렇게 복구될 거란 생각도 못 하고 망연자실했다"며 "복구 후 첫 제품이 나왔을 땐 눈물이 왈칵 쏟아져 도망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재난에서 얻은 희망의 모습도 있었다. 정석준 3선재공장 공장장은 "이번 수해 복구 과정에서 고참과 젊은 직원 사이가 돈독해진 것 같다"며 "이전에는 서로 생각이 다른 부분도 있지만 수해 복구 위해 모인 게 화합의 계기가 돼 전화위복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철소 근무 특성상 교대근무가 많은 데다, 협력사 직원들과 직접 얼굴을 마주할 기회가 적었지만 역설적이게도 재난이 이들을 한 공간으로 모이게 했다.

이날 제철소에서 만난 포스코 직원들은 한 건의 중대재해 없이 복구 작업을 끝낸 건 '천운'이라고 입을 모았다. 가스 누출, 고전압 위험 등 위험한 요소가 많았기 때문이다. 최악의 물난리를 겪었던 한국 산업의 심장 포항제철소는 직원들의 노력과 지역사회의 도움을 통해 완전히 제 모습을 찾았다.

이후 포스코는 '혁신'이란 쇳물을 담금질하며 지역사회에 보답하고 있었다. 포스텍(POSTECH·포항공대)에 위치한 '체인지업그라운드'는 7층 건물 한 동 전체가 스타트업을 위한 공간이다. 저녁을 넘긴 시간이었지만 입주사 직원들은 회의에 한창이었다. 현재 이곳의 입주기업은 113개로 기업 가치는 1조4086억원에 달한다.

포스코 관계자는 "실리콘밸리와 더불어 태평양 서안에 위치한 또 하나의 퍼시픽밸리가 되겠다"며 "지방 소멸 위기에 대응한 지역 경제 활성화와 양질의 청년 일자리 창출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체인지업 그라운드의 산학연 인프라 지원을 받기 위해 수도권 기업 12곳이 포항으로 본사를 이전했고, 9곳이 포항 사무실을 새로 열었다. 2곳은 포항 공장을 건설했다.

포스코는 본업인 제철 공정에서도 '수소환원제철'로 혁신을 더할 예정이다. 일반 고로에 철광석과 석탄을 넣고 녹여 산소를 분리해 쇳물, 즉 철(Fe)을 만든다. 이때 석탄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활용해 이론적으로는 탄소가 전혀 배출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23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2고로에서 출선하고 있는 모습. [사진=포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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