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등에 업은 시중은행, 자금 조달·운용 평균잔액 400조원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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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기 기자
입력 2023-03-20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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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조달·운용 자금 평균잔액이 각각 400조원을 넘어섰다. 은행별로 전년 대비 10% 내외씩 성장한 규모인데, 지난해 금리가 상승하고 주식시장이 침체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20일 각 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은행의 자금 조달·운용 평균잔액은 484조342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435조1371억원) 대비 11.3%가량 늘어난 규모로, 4대 은행 중 가장 큰 규모다. 하나은행은 전년(394조1731억원)보다 약 12.6% 확대된 443조6493억원의 자금 조달·운용 평균잔액을 기록해 그 뒤를 이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자금 조달·운용 평균잔액도 각각 429조1066억원, 402조7094억원으로 전년(390조8102억원·362조7704억원)보다 각각 9.8%, 11.0% 몸집을 키웠다.

4대 시중은행의 자금 조달·운용 평균잔액 합계는 1759조8078억원으로 전년(1582조8908억원) 대비 11.2% 늘었다. 2021년 전년 대비 성장률이 8.2%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성장 폭도 3%포인트 확대된 셈이다.

은행권은 이와 같은 결과를 지난해 금리 상승, 주식시장 침체 등의 영향으로 자금이 은행권으로 많이 흘러들어온 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주식시장이 활기를 찾지 못하고 주요국이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리면서 자산이 은행 예금 등 안전한 상품으로 몰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지난해 1월 1.25%였던 기준금리를 4월부터 7차례 연속 인상하는 강수를 뒀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7월과 10월에는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 스텝’을 단행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역시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기준금리를 무려 4.25%포인트 올렸다. 이 과정에서 네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까지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결정하기도 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시차를 두고 시중금리가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축에 속하는 은행권으로 자금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국내에서는 ‘레고랜드 사태’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채권시장이 차례로 얼어붙은 것도 나비효과로 은행의 자금조달 규모를 늘리는 데 영향을 줬다. 채권시장에 대한 불신이 생긴 상황에서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경쟁적으로 올리면서 자금이 예금에 몰린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레고랜드 사태 이후 채권시장이 침체하자 금융당국이 은행채 등 비교적 안정적인 채권 발행을 자제토록 했다”며 “이에 대응해 은행이 예금 확대를 위해 수신 금리를 올리면서 자금을 빨아들인 것도 자금 조달·운용 규모 확대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에서는 매년 통화량이 증가하면서 은행의 자금 조달·운용 평균잔액 규모가 늘어나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여신·수신을 통해 자금을 중개하는 은행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이 예치금을 많이 확보해 자금조달을 확대한 만큼 필요한 곳에 대출을 제공할 수 있는 여력이 늘어난다”며 “이를 통해 수익을 확대하고 나아가 국가 경제 선순환에 기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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