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도로 복원한 거북선은 3층 구조... 화포 31문 썼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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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우 기자
입력 2023-03-19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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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연석 박사, 귀선도설 등 사료 근거로 거북선 외형과 운영 방식 복원

  • 기존 등껍질 모양 철갑과 달리 옥탑방 형태... 3층 좌우에만 화포 24문

이충무공전서 '귀선도설'을 바탕으로 복원된 거북선 모형. [사진=이상우 기자]

거북선은 3층 구조로 돼 있으며, 여기에 화포를 다수 탑재해 사용했을 것이란 주장이 나왔다. 이를 위해 3층은 기존 거북이 등껍질 모양의 철갑 대신, 긴 옥탑방 형태로 제작됐을 가능성이 크다.

19일 학계에 따르면 설계도 '귀선도설'을 바탕으로 복원한 거북선은 가시가 달린 철갑 대신 화포 발사구를 갖춘 3층 구조로 제작됐다. 가시는 적이 올라타는 것을 막기 위해 일부만 장착된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채연석 박사는 "가급적 설계도를 찾아 이대로 복원하면 거북선의 실제 모습을 알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사료에서 이를 찾기 시작했다. 이 자료가 '이충무공전서'에 있는 귀선도설이다. 무엇보다 실제 이를 이용해 거북선을 건조한 사실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었다"고 밝혔다.

1795년 나온 이충무공전서는 정조의 명령으로 그와 관련한 자료를 모두 모아 책으로 낸 것이다. 채 박사에 따르면 삼도수군통제사를 지낸 신대현은 여기에 수록된 귀선도설을 바탕으로 거북선을 건조해야 한다는 상소를 순조 9년(1809년)에 올렸다. 최근에 건조·개조되는 전선(군함)들이 이름만 거북선일 뿐 일반 판옥선보다 못하기 때문에, 귀선도설을 기준으로 삼아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는 "이러한 상소 기록으로 보아, 귀선도설은 1809년 이후 실제로 거북선을 건조할 때 설계 자료로 사용했음을 확인했다. 이 자료대로 복원한다면 1795년 통제영 거북선을 그대로 복원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채연석 박사가 지난 3월 17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거북선 복원 연구 브리핑을 열고, 거북선 구조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상우 기자]

채 박사는 항공우주공학 분야 전문가로, 특히 액체추진로켓 기술을 자력 개발하는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2002년부터 2005년까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도 맡았다. 또 그는 전통 화약무기 복원 전문가로도 꼽힌다. 조선시대 로켓 무기인 '신기전'을 발굴해 복원한 것도 그의 성과다.

이번 거북선 복원 연구 역시 화약무기에서 시작했다. 기존에 복원된 거북선은 화포를 쏠 수 없거나 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거북선은 2층 혹은 2.5층 구조로 돼 있다. 1층은 선실과 창고로, 2층은 노를 젓고 화포를 쏘는 공간으로 쓰였을 것으로 추측해 왔다. 2.5층에선 총안구 등을 통해 조총이나 활을 사용했을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채 박사는 이 경우 노를 젓는 공간과 화포를 사용하는 공간이 2층으로 겹쳐 불편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북선 한 척에는 약 182명의 승무원이 탑승하며, 이 중 노를 젓는 격군은 120명, 포수와 화포장은 34명 정도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거북선은 조선 수군이 활용하던 판옥선을 개조한 형태다. 채 박사는 2층 위에 갑판을 만들고, 3층 중앙에 갑판보다 폭이 좁은 벽과 지붕을 만들어 화포를 사용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3층의 무게가 지나치게 무거우면 배가 전복될 수 있기에 전체를 철갑으로 덮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귀선도설을 근거로 3층 공간 크기를 추정해 보면 높이는 5.3척(약 1.6m), 폭은 15척(약 4.7m), 길이는 약 83척(26m)이다. 화포를 사용하기에 충분한 공간이다.

또 1894년 '통제영 해유문서(인수인계 서류)'에는 2층 전후와 3층 좌우전후에 화포를 배치했다는 내용이 있다. 2층에는 전면에 대형 화포 3문, 후미에 1문을 설치했다. 3층에는 좌우 24문 전면 2문, 후미 1문 등 총 31문의 화포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2층 측면에서도 화포를 사용했다면 이동이 쉬운 '불랑기포' 정도를 간이로 사용했을 것이라는 게 채 박사의 설명이다.
 

채연석 박사가 발표한 1795년 통제영 거북선 단면도 [그래픽=채연석 박사]

채 박사는 "이충무공전서에선 싸우다가 아래층에서 쉬었다는 이야기가 나와있는데, 그간 1층을 휴식 공간으로 판단해 왔다. 하지만 당시 자료를 살펴보니 거북선에는 한 달치 군량미 61석이 실려 있다고 돼 있다. 1층에 군량미를 두고, 무게 중심도 맞췄다. 이에 따라 휴식 공간과 무기창고는 2층 중앙에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복원 연구는 정조 시기 사료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때문에 1592년 임진왜란 당시 쓰였던 거북선과는 실제 외형이나 운영 방식이 달랐을 가능성도 있다.

채 박사는 "현재 이 디자인이 임진왜란 당시에도 사용됐는지 파악하기 위해 연구 중"이라며 "거북선 연구는 지속돼야 한다. 현재까지 복원된 거북선들은 단순히 물에 뜨는 수준이다. 제대로 된 당시 설계도를 찾고, 고증대로 제작해 복원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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