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주영창 혁신본부장 "기정학(技政學) 패권 시대, 전략기술 내재화는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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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우 기자
입력 2023-03-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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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대 전략기술, 미래 먹거리 넘어 경제안보 위해 필요

  • 육성 특별법 마련돼 9월 공포... 유연한 연구개발 지원

  • 부처 간 칸막이 해소는 혁신본부 역할... 조정자 될 것

주영창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15일 아주경제와 만나 국가전략기술 육성 특별법에 대한 의의와 혁신본부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국가 간 기술패권 경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세계 각국이 기술 확보를 위한 전략적 투자도 늘리고 있는 추세다. 국가 간 경쟁이 지정학(地政學)에서 기술 중심인 기정학(技政學)으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

특히 미·중 갈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국제 정세 변화는 글로벌 공급망 불안을 일으켰다. 세계 수출 순위 6위(2022년 기준, 산업통상자원부) 국가인 우리나라는 기술패권 경쟁 시대에 기술강국 도약과 기술주권 확보를 위해 '국가전략기술(이하 전략기술)'을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15일 주영창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아주경제와 만나 "기존의 대규모 산업 육성 프로젝트는 경제성장 관점에서 국가가 마중물을 제공하는 것이지만 전략기술은 국가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외교·안보적 요소가 더해진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래 먹거리 해결뿐만 아니라 안보까지 해결할 수 있다. 정부는 전략기술에 대해 우리나라가 반드시 가져야만 기정학적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기술이라고 정의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정부는 전략기술 선정을 위해 민간에 대한 수요 조사와 부처 간 협의를 진행했다.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이를 토대로 12대 전략기술과 50대 세부 중점 기술을 제시했다.

전략기술에는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등 우리나라 경제에 큰 역할을 하는 분야는 물론 우주·항공 등 국방안보적 가치가 높은 기술도 포함됐다. 뿐만 아니라 수소, 인공지능(AI), 양자 등 미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기술도 전략기술로 선정됐다.

주 본부장은 "전략기술은 상황에 따라 우선순위가 달라질 수 있다. 혁신본부의 역할은 이에 대한 우선순위를 정하고 부처별 중복 투자나 사업 추진에 문제가 없는지 미래지향적으로 살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12대 국가전략기술 [그래픽=임이슬 기자]

◆전략기술 육성 특별법, 기술패권 시대 주도할 추진 체계 마련

미국은 전략기술 중 하나인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과 육성을 위해 칩스 앤드 사이언스 액트(CHIPS and Science Act)를 마련했으며 일본도 경제안전보장추진법을 통해 전략기술 개발과 육성을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도 전략기술 내재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에선 '국가전략기술 육성 특별법(이하 특별법)'이 통과됐다.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선 이에 대한 법률 공포안을 심의·의결하면서 향후 절차를 거쳐 공포될 예정이다. 이르면 오는 9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특별법에는 전략기술에 대해 신속하고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 사업화, 인력 양성을 비롯한 육성 체계 등이 담겨 있다. 또한 필요시 전략기술 연구과제 중 일부는 보안과제로 분류해 정보 보호 조치를 강화할 수 있다. 국방·안보 분야로 활용 가능성이 높은 기술은 민·군 협력도 강화한다.

주 본부장은 "유연한 임무 중심 연구개발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국가첨단전략산업법과는 성격이 다르다. 첨단전략산업법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반드시 보호해야 할 기술을 다룬다. 해당 산업에 대한 세액 공제 등 강력한 지원은 물론 기술 유출에 대한 처벌까지 포함하고 있다.

반면 특별법은 기술패권 측면에서 우리나라가 반드시 내재화해야 할 기술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방안을 다룬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등은 물론 양자나 수소 등 현재 우리가 선진국과 비교해 뒤처진 기술도 육성 대상에 포함된다.

주 본부장은 "특별법은 전략기술에 대해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중장기적 운영 체계를 위해 마련된 것"이라며 "인력 양성, 성과 확산, 국제 협력, 진흥 등 국가에 산재한 다양한 전략을 하나로 모으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간 임무 중심 연구개발에서 사업 관리자(PM)에게 권한과 유연성을 주는 것이 중요한데, 기존 법체계는 그러지 못했다는 현장 목소리를 많이 들었다"며 "이번 특별법을 통해 전략기술 육성을 위한 세 개 축(과학기술 기본법, 국가연구개발 혁신법 등)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부처 간 칸막이로 연구개발 파편화··· "혁신본부가 조정자될 것"

주영창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15일 아주경제와 만나 국가전략기술 육성 특별법에 대한 의의와 혁신본부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주 본부장은 반도체와 재료공학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서울대에서 금송곡학으로 학위를 획득했으며, 미국 MIT와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에서 관련 연구를 진행했다. 이후 미국 반도체 기업 AMD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했으며 2017년엔 서울대 공과대학 재료공학부 학부장으로 임명됐다. 최근까지는 경기도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원장을 역임하며 공직을 맡았고 지난해 5월 13일 과기정통부 혁신본부장으로 취임했다.

혁신본부의 역할은 국가연구개발에 대한 투자 계획을 세우고, 투자를 집행하고, 이를 평가하는 등 연구개발 전반을 조율한다. 과기정통부 하부 조직이지만 예산 배분과 조정 등 기획재정부 역할도 일부 수행한다. 연구개발은 단순히 자금만 넣으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투자와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나라 범부처 연구개발에 투자되는 비용은 이미 30조원에 달한다. 이를 적절히 배분하고 범부처 통합 기능을 하기 때문에 혁신본부장을 국가 최고기술책임자(CTO)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간 우리 정부는 부처별로 연구개발을 진행해 왔다. 선도 국가를 빠르게 추격하는 패스트 폴로 전략에선 효율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퍼스트 무버 전략으로 선도 국가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 부처 간 칸막이를 해소해 한 방향으로 이끌고, 민간과 함께 연구개발을 추진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특별법에도 부처 간 이어달리기 방식으로 순차적 연구개발 등 칸막이 해소와 관련한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주 본부장은 이를 통해 혁신본부가 조정자 역할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가령 수소 자원이 부족하면 산업부가 외국에서 구매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이를 확보한다. 이와 달리 과기정통부는 우리 기술로 이를 마련하는 방안을 연구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체 생산 수준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지만 산업 현장에선 즉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요구한다. 혁신본부는 이런 것에 대해 조율과 투자를 거쳐 부처 간 칸막이를 해소한다.

주 본부장은 "최근 우리나라 연구개발 예산은 증가했지만 세부적으로 따져보면 사업 건수가 늘어났다. 즉 사업당 규모가 감소하고 파편화한 것"이라며 "단편적인 목표가 아닌 총괄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각 사업을 횡적으로 살펴보고 칸막이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사업 제안 시 '선진국 투자 대비 몇 %' 같은 표현도 많이 썼다. 즉 따라가는 연구다. 하지만 이제는 앞서가야 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전략을 세워야 하며, 혁신본부의 조정 기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기술패권 심화··· 연구개발 중심의 인력 양성으로 대응해야

일각에서는 특정 산업 관련 기술을 전체적으로 가지는 것보다는 이 중 하나에 집중해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한 축을 담당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주 본부장은 요소수 사태에서 보듯이 산업에서 단 하나라도 부족하면 모든 것이 멈출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급망 위기 이전에는 이러한 전략이 유효했지만 정세가 불안정한 오늘날 전략기술 내재화가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주 본부장은 "네덜란드가 반도체 노광 공정 장치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갖춘 국가지만 그 누구도 네덜란드를 반도체 강국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과거 미국 역시 핵심 기술만 보유하고 생산 등은 외국에 맡겼지만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혁신과 생산은 서로 멀어질 수 없는 관계다. 우리 정부는 미국, 독일, 일본 등과 협력하고 대내외적인 환경을 고려해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육성책을 펼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전략기술 확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인력 양성과 활용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비교해 인구가 적고 인구 감소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이공계에서 과학기술이 아닌 의대 선호도가 높아지는 만큼 연구개발 현장에서는 언제나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주 본부장은 "12대 전략기술은 완전히 독립된 기술이 아니다. 서로 융합된다. 따라서 공통적인 전문성을 가진 인력을 육성하고 이를 적절하게 배치하는 등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며 "전략기술을 위한 최고급 인재는 결국 연구개발 과정에서 나온다. 부처 연구개발 과제를 통해 산업에 필요한 인력을 파악하고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등 인재가 시의적절하게 공급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과거 전쟁으로 영토를 넓히고 대항해시대에 바다를 장악했던 것처럼 이제는 이러한 패권이 기술로 결정된다. 이러한 시기에 혁신본부장을 맡고 있다는 것에 책임감을 느낀다"며 "특히 범부처 연구개발을 통합하고 횡적으로 살펴보는 혁신본부의 역할을 잘 알기에 과기정통부 구성원과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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