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이제 웹툰·웹소설 업계 도발까지…간 커지는 불법 웹툰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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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훈 기자
입력 2023-02-2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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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리 사이트에 작품을 무료로 제공해 달라." 얼마 전 한 불법 웹툰·웹소설 유통 사이트에 올라온 공지글 중 하나다. 공지 대상은 웹툰을 연재하는 플랫폼사와 웹툰 제작사다. 해당 사이트는 유료 플랫폼에 올라오는 웹툰·웹소설을 무단으로 복제해 업로드하는 곳으로, 불법 사이트 중 규모가 큰 축에 속한다. 그런 만큼 해당 사이트에 무단으로 작품이 풀려 유·무형의 피해를 입는 업체들은 물론 작가들도 많다.

사이트 쪽의 주장은 이렇다. 업체들이 최신 몇 회차를 제외한 작품을 무료로 제공해 주면, 자신들의 사이트에 작품을 실을 때 정식 연재 사이트의 링크를 삽입하겠다는 것이다. 또 최신 회차의 경우 정식 연재처에서 바로 볼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제공하겠다는 언급도 했다. 요컨대 자신들의 사이트에 들어오는 이용자들을 유입시킬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할 테니 업체들에게 공짜로 작품을 달라는 요구다. 

그야말로 코미디다. 범죄를 저지르는 범죄자가 피해자를 향해 일방적인 선심을 베풀겠다며 손을 내미는 꼴이다. 업계에서는 웹툰·웹소설 불법 유포를 '사이버 범죄'로 본다는 점에서 적확한 비유로 여겨진다. 불법 사이트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자신들과 손을 잡는 것은 어떠냐는 제안에서는 뻔뻔함까지 느껴진다. 물론 정작 누구도 그러한 선심을 원하지 않는다. 한 웹툰작가는 작가들과 업계를 도발하고 조롱하는 메시지 아니냐는 평을 내놨다. 테러리스트와 협상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반응도 나왔다.

사실 이는 불법 웹툰 유포자들이 자주 내세우는 논리이기도 하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우리가 작품을 널리 퍼뜨린 덕분에 당신의 작품이 더욱 널리 알려지지 않았느냐"라는 논리는 이들의 단골 '궤변'으로 꼽힌다. 디스코드나 텔레그램 등에 개설된 불법 공유방을 운영하는 쪽에서 불법 복제한 작품의 정식 연재 페이지 링크 등을 넣어 주는 대신 작품을 자신들에게 공급해 달라고 요구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고 한다. 이를 접한 업계 관계자나 작가들은 그러한 당당함에 혀를 내두른다.

결국 이러한 일이 벌어지는 것은 불법 사이트에 대한 제재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당시 최대 불법 웹툰 유포 사이트로 꼽혔던 '밤토끼'에 대해 1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가 나왔지만 실제 피해액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액수라고 업계에서는 입을 모은다. 그나마 '밤토끼' 이후 우후죽순으로 생긴 유사 사이트들의 경우 사이트 주소가 폐쇄돼도 URL 정보만 일부 바꿔 대체사이트를 개설하는 방식으로 계속 운영되고 있다. 이들이 해외를 서버에 두고 있는 등의 이유로 현실적으로 운영자에 대한 빠른 처벌도 어렵다.

이미 웹툰 불법유통 사이트의 총 트래픽은 일반 웹툰 사이트의 트래픽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된다. 웬만한 대형 사이트 못지 않은 트래픽이 나오는 데다가 적발도 쉽지 않으니 불법 사이트 운영자들이 선심을 쓰는 척 오만함을 드러내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들 사이트 운영자들이 기세등등해질수록 작가들과 웹툰 업계는 시름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실효성 있는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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