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의 시대]한강변 50층 시대 열린다...고층으로 몰리는 자산가 vs 반지하로 내몰리는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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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섭 기자
입력 2023-02-21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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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송파구 일대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한강이 사유재산도 아닌데 초고층 아파트가 우후죽순 생기게 되면 조망권을 독점하게 되는 것 아닌가요?”

“그나마 집에서 한강을 보는 게 낙이었는데 이제는 아파트만 보이네요.”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주거 형태도 소득수준에 따라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초고층 아파트에서부터 쪽방촌, 고시원, 심지어 노숙까지 다양하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주요 지역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진입 장벽이 높아져 주거 양극화는 더욱 심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 지역 아파트 높이 제한이 폐지되면서 주거 양극화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한강변에 초고층 아파트가 우후죽순 들어서면 부산 등 초고층 빌딩이 많은 지역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조망권 사유화 또는 독점 논란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달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확정 공고했다. 도시기본계획은 시가 추진할 각종 계획에 지침이 되는 최상위 공간계획이다. 이번 계획은 2013년부터 한강변은 15층, 그 외 지역은 35층으로 제한했던 아파트 높이 규제를 푸는 게 핵심이다. 

서울 아파트 높이 규제는 박원순 전 시장 시절 무분별한 초고층 아파트 건설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서울 주변에는 북악산과 관악산이 자리하고 있다. 초고층 아파트가 무분별하게 들어서면 해당 산들에 대한 조망이 막힐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인천 검단신도시 '왕릉뷰 아파트'도 건축물 높이로 인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실제로 이미 부산 등 지방에서는 주거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부산은 50층 이상 초고층 건물이 가장 많은 도시다. 101층짜리 엘시티를 비롯해 초고층 건축이 35개 동이나 된다. 해운대구는 전국에서 50층 이상 초고층 건물이 가장 많은 도시(27곳)이기도 하다.

국토교통부에서 실시한 2021년 주거실태 조사에 따르면 부산 전체 주택 유형 중에서 주택 이외 거처(비주택) 비율이 5.9%를 차지하고 있다. 이것은 전국 평균 5.2%보다 높고 인천, 서울, 제주, 경기 다음으로 높은 비율이다.

일각에서는 조망권 독점 방지 룰인 35층 룰이 깨지면서 서울 조망권, 주거 환경을 둘러싼 빈부격차 그늘이 더욱 짙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삶의 질, 쾌적한 삶을 원하는 수요가 늘어날수록 조망권 가치가 커지고 결국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같은 단지라도 고층이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하면 저층 혹은 지하철역에서 먼 단지와 가격 차이가 존재한다”며 “결국 한강 조망권이 집값을 올리는 요소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주거취약계층에 해당하는 청년 가구는 빠르게 늘고 있다. 국토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청년가구 구성별 주거 여건 변화와 정책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주거취약계층에 속한 청년가구는 최대 181만가구에 이른다. 전체 주거취약가구 중 41.2%에 달한다.

최저 주거 기준에 미달하는 주택이나 지하·반지하·옥탑방·고시원 등에 사는 최악 사례만 해도 2만1000가구다.

청년층이 반지하, 옥탑방 등 최저 주거 기준 미달 주택으로 밀려난 가장 큰 이유는 소득이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청년가구 중 저소득 가구 비중은 23.3%(2010년), 28.1%(2017년), 31.2%(2020년) 등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망권 사유화 등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층수 규제 완화에 따른 공공성 확보 방안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공임대뿐 아니라 기부채납 다양화로 공공성을 최대한 확보해 양극화 피해를 줄이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시는 2009년 땅을 25% 이상 기부채납하는 조건으로 서울 용산구 ‘래미안첼리투스’(56층)와 성동구 ‘트리마제’(47층)에 대해 층수 제한을 풀어준 바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높이 규제 해제로 한강변에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게 되면 조망권 등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며 “결국 공공에서 환수해야 하는데 사업성을 떨어뜨릴 수 있는 만큼 이해 관계자들 간 협의를 통해 적당한 수준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인에게만 수혜가 가지 않도록 다양한 인센티브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세심한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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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 생각이 갑갑하고 단순한 당위론이다. 집을 올려야 청년이 반지하에서 나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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