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어피너티 풋옵션 분쟁 장기화… 미국 증시 상장도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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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준 기자
입력 2023-02-0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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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피너티·안진 2심서 모두 무죄… IPO 기약 없어

  • 비상장 상태서 지주사 전환은 당국 승인 힘들고

  • 상고심 남아… 美 상장땐 지배구조 요건 더 엄격

  • "10년이 다 되어가는 이슈…보여주기식 행동" 비판

교보생명 광화문 사옥 전경 [사진=교보생명]


재판부가 교보생명의 풋옵션 분쟁과 관련해 어피너티 컨소시엄(어피너티) 측 손을 들어주면서 주주 간 분쟁은 장기전에 접어든 모양새다. 시장에서는 교보생명 IPO 추진의 걸림돌이 해소되지 못하면서, 회사의 지주사 전환이 동력을 잃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룹의 주력 자회사가 될 교보생명이 아직 비상장사인 만큼 금융당국이 지주사 전환 승인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교보생명 경쟁력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지난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딜로이트안진 임원 2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지난해 2월 동일 사안의 1심에서도 관련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이들은 2018년 10월 풋옵션 행사 가격을 평가하면서 어피너티 측에 유리하게 가치를 부풀린 혐의를 받고 있었다. 재판부는 "(가격 결정이) 안진 회계법인의 전문가적 판단 없이 어피너티 컨소시엄의 일방적 지시로 이뤄졌다고 보기에는 객관적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2차 패소로 IPO 기약 없어…교보생명, 어피너티 컨소시엄에 책임 전가
교보생명과 어피너티의 싸움은 2018년 말 어피너티가 보유 중인 교보생명 지분 24%를 당초 매입가격(주당 24만5000원)의 두 배에 가까운 40만9000원에 되사라며 풋옵션을 행사한 데에서 시작됐다. 당시 교보생명의 기업공개(IPO) 공모 예정가는 1주당 18만~21만원(크레디트스위스)에서 24만~28만원(NH투자증권) 수준이었다. 어피너티 측에서 이보다 두 배나 높은 가격을 제시하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다고 판단해 풋옵션에 응하지 않았다. 교보생명은 풋옵션의 공정 시장 가치(FMV)를 산출할 때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이 평가 기준일을 어피너티에 유리하게끔 적용했다며 법원에 고발하며 '맞불'을 놨다.

교보생명이 2심마저 패소하면서 IPO는 기약 없이 미뤄지게 됐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에 따르면, 회사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소송 등 분쟁 사건이 없어야 IPO를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교보생명은 어피너티 컨소시엄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이번 어피너티·안진회계법인 관계자들의 형사재판 무죄 판결에 대해 교보생명은 "어피너티 측의 법적 분쟁 유발로 가장 객관적인 풋옵션 가격을 평가받을 수 있는 IPO 기회가 지연된 만큼 이제라도 주요 주주의 역할에 맞게 적극 협조해 주기를 바란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IPO 무산될 때 지주사 전환도 수면 아래로…미국 상장 요건 더 까다로워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교보생명의 금융지주사 체제 전환에도 난항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교보생명은 지난해부터 국내외 증시 상장에 물리적인 시간이 적잖이 소요되는 만큼 우선 금융지주사로 전환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주주 간 분쟁에 발목 잡혀 있었던 교보생명의 국내 증시 상장이 어려워지면, 미국 증시 상장과 함께 지주사 전환을 추진해 '투트랙' 전략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문제는 교보생명이 아직 비상장사인 만큼 금융당국 승인 문턱이 남아있다. 금융지주사법상 비상장사에 대한 지주사 전환이 위법은 아니다. 하지만 비상장사가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기 위해서는 상장사보다 정량적, 정성적 평가가 까다로워지게 된다. 게다가 교보생명의 경우 지난 2005년부터 금융지주사 전환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생명은 IPO를 추진할 때마다 지주사 전환을 최종 목표를 내세웠지만, IPO가 무산될 때마다 금융지주사 전환 아젠다 역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증권가에선 교보생명이 생명보험 업계가 활황일 때 지주사 전환을 추진할 기회가 충분히 있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보여주기식 행동이라는 비판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게다가 교보생명의 미국 상장 시도를 두고도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현실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교보생명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미국 상장이 국내보다 더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은 국내보다 지배구조 등 ESG 관련한 요소를 철저하게 점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국내보다 기업의 향후 성장성이나 미래 기업가치 산정 측면에선 관대하지만, 경영 투명성이나 내부 통제 등은 엄격하게 들여다보는 편이다. 증권가에서는 교보생명이 어피너티가 지난해 3월 ICC에 신청한 국제중재 2차 재판도 남아있어 미국 증시의 벽을 넘지 못할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내다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교보생명의 행보가 소송전을 유리하게 가져가려는 전략이라고 해석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의 상장 추진과 철회는 이미 10년이 다 되어가는 케케묵은 이슈"라며 "FI의 투자금 회수를 위해 회사가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른 평가는 하기가 어렵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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