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도 인재풀 10만명' 김정우 변호사 "글로벌 취업 활로 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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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지 기자
입력 2023-01-3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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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자본 창업해 5년 만에 10만명 인재풀 확보

  • "인도 청년 '글로벌 취업'으로 빈부격차 해소"

김정우 맥킨리라이스 대표가 지난해 12월 26일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경제가 안 좋아질수록 내수 시장에 더 이상 의존할 수 없다는 게 너무 자명합니다."

제7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뒤 김정우 변호사(34)가 향한 곳은 서초동이 아닌 '인도'였다. 그는 변호사이기 전에 해결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 "국제화가 됐다고 하지만 청년들이 페이스북이나 구글 등 외국 기업에서 일하는 것이 사실 쉽지 않다"는 것이 김 변호사의 문제의식이다. 창업의 길을 선택한 그는 "공산주의 국가가 아닌 개발도상국 중에서 글로벌 인재 채용이라는 테마에 가장 잘 맞는 나라는 인도일 것"이라고 확신하고 인도로 긴 여정을 떠났다.

인도에서의 창업은 수난의 연속이었다. 늦은 밤 인도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사기를 당했다. 숙소로 가기 위해 경찰이 잡아준 택시에 탔는데 택시 기사가 어두컴컴한 곳으로 가더니 대뜸 차를 멈춰 세우고 '돈 내놔라'고 요구한 것이다. 김 변호사는 "이 사건이 앞으로 있을 일들을 축약해서 보여주는 듯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영상 통화로 그의 허름한 숙소를 본 어머니는 '차라리 지하 주차장이 낫겠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김 변호사는 맥킨리라이스 대표 타이틀로 채용 플랫폼 '세컨드 오피스'를 오픈했다. 세컨드 오피스는 인도 청년들의 글로벌 취업을 돕는 이른바 '인도판 잡코리아'다. 5년 전 무자본으로 시작한 그의 서비스는 현재 10만명 이상 인재풀을 확보하기에 이르렀다. 김 변호사는 "현대차, KT 등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미국 기업들이 인도의 IT 인재를 채용하고 싶을 때 저희를 찾아오고 있다"고 전했다.
 
직접 체험한 인도 시장의 '빛과 그림자'
김 변호사가 꼽은 인도의 강점은 '풍부한 노동력'과 '영어권 국가'라는 점이다. 그는 14억 인구를 바탕으로 한 풍부한 노동력과 두꺼운 소비자층, 공용어 영어 사용으로 인한 의사소통의 편의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오늘날 많은 기업들이 인도에 진출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김 변호사는 "인도의 큰 장점 중 하나가 인도어를 공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며 "인도는 연방제 국가라서 언어가 30개 넘고 그것이 주마다 다 다른데 그것을 다 통일시킨 언어는 영어밖에 없다. 영어가 인도어보다 훨씬 더 잘 통용된다"고 말했다.

다만 사업 진출에 있어서 여러 장애물을 소화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주(州)별로 법령이 다르다는 점이다. 또 신흥 개발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입법 미비'와 '법에 대한 여러 해석의 가능성' 문제가 있다. 법이 안정돼 있지 않아 인도에서는 소위 '사기가 판을 친다'고 김 변호사는 귀띔한다. 그는 법에 얽매이기보다 법을 활용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기업에 대한 높은 신뢰도를 활용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인도로 들어가서 자리 잡는 데 6개월 이상 걸렸다. 그 과정 속에서 사기도 굉장히 많이 당했다"며 "그러다가 든 생각이 모든 기업들이 이 과정을 거치면서 포기할 텐데, 이 자체를 서비스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완벽함에서부터 조금이라도 멀어지면 별점 테러를 하는 한국 문화에 맞춰 기업을 고도화를 시켜왔는데 이런 서비스를 해외에 그대로 갖고 오니 불만을 가진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인도 청년 글로벌 취업, 빈부격차 해소 도움돼"
그는 인도 인재가 자신의 플랫폼을 통해 커리어를 높여나갈 때 가장 뿌듯하다고 말한다. 한 번 글로벌 취업 활로를 뚫어줬더니 알아서 또 다른 기업으로 이직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제가 뭘 해서라기보다는 저희가 주선을 해서 채용됐던 친구들이 그다음에 알아서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등에 알아서 이직할 때 '우리가 이 친구의 커리어를 참 잘 만들어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인도 청년들의 글로벌 취업은 빈부격차 해소와도 연관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인도는 상위 1%가 가지고 있는 부의 비중이 50% 이상일 정도로 빈부격차가 세계 최상위권에 속한다. 청년들이 해외 취업에 성공하면 카스트 아래 계급이나 저소득층 가정은 인생 역전을 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김 변호사는 "인도 대학교 100여 곳과 MOU를 맺고 채용지원실 또는 채용지원단을 구성했다"고 자부했다.
 
글로벌 경제 한파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내수시장만 바라보면 안 된다는 게 김 변호사의 지론이다. 그는 "전 세계에 경제 한파가 오고 앞으로 2~3년은 죽음의 레이스가 시작될 텐데 현재 일주일에 하나씩 스타트업들이 망해가고 있다"며 "'매출을 어떻게 늘릴 것인가'를 생각하면 세계에 갖다 파는 게 가장 쉽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때 우리 공장들이 다 중국으로 이전했던 것처럼 불경기를 버티려면 내수시장에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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