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 박영선 전 장관 "민주당 크게 내려놓으면 크게 승리...100% 국민공천제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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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김정훈 기자
입력 2022-12-2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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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표에 대한 윤석열 정부 '정치 보복' 모든 국민 예상한 일

  • 이 대표에 국민들 측은지심 있어..."사과할 것 사과하고 헤쳐나가야"

  • '사즉생 생즉사' 각오로 '뉴 민주당' 만들어야...MZ세대에 기회 부여해야


6·1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출마고사 후 정치와 거리를 둬 온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장관이 잠행을 끝내고 아주경제와 단독 인터뷰를 했다.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아주경제 사옥을 찾은 박 전 장관은 수행원 한 명 없이 혈혈단신이었다. 중기부 초대 장관을 맡아 수많은 관료를 이끌며 호령하고 다니던 모습과 사뭇 대조적이었다. 하지만 한때 더불어민주당 내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라던 ‘센 언니’답게 강단 있는 목소리만큼은 여전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디지털 대전환’ 시대로, 과감한 혁신 없이는 세계적 흐름을 따라갈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최근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중심으로 위기감이 고조되는 것에 대해선 “솔직하게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사과할 것은 사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거대 야당답게 ‘사즉생 생즉사(死卽生 生卽死·죽으려고 하면 살 것이요,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다)’ 각오로 과감하게 위기를 헤쳐나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특히 당대표에게 전권이 부여된 ‘공천권’을 국민에게 되돌려 주는 것이 민주당이 국민들에게 사랑받고 살아남을 수 있는 중대 열쇠라고 강조했다. 정치 선진국인 미국이 100% 국민 공천제(오픈 프라이머리)를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세대 간 갈등을 극복하고, 특히 MZ세대를 품을 수 있는 젊은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박 전 장관과 일문일답한 내용.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아주경제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尹정부, 국가비전 명확히 안 보여… ‘납품단가 연동제’ 성과는 고무적

-문재인 정부 국무위원으로서 현재 윤석열 정부 어떻게 평가하나.
“윤석열 정부는 인수위 때부터 사실상 6~7개월을 그냥 허비했다. 한마디로 국민이 공감할 비전을 못 만들었다. 예를 들면 우주시대를 얘기하는데, 디지털 시대 다음에 오는 게 우주시대다. 제대로 준비해야 하는데 국민들은 뜬금없어한다. 

따지고 보면 우주시대 준비는 YS(김영삼 정부) 때부터 해왔다. 노무현 정부 때는 법제화했고 문재인 정부 때는 달 착륙 이야기까지 나왔다. 이런 것은 싹 숨기고 화성 착륙 등을 이야기하면 어쩌나.

2027년이 되면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 목표, 과연 무엇으로 이룰 수 있는지 구체적인 알맹이가 없다. 또 5대 개혁 이야기를 했는데 개혁만 가지고 4만 달러로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로드맵이 있어야 하는데 잘 안 보인다. 인구가 줄어들면 국민소득 올라갈 수 있긴 하지만 윤 정부는 2023년 새해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국가 비전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초대 중기부 장관을 지내면서 성과도 많았는데, 현 정부에 특히 조언할 부분이 많을 것 같다.
“제가 중기부 장관일 때 처음 캐치프레이즈가 ‘작은 것을 연결하는 강한 힘', 둘째 해에는 ‘디지털 경제로 대전환’이었다. 

문 정부가 디지털 전환을 위한 인프라를 까는 역할을 했고 윤 정부는 깔린 인프라를 바탕으로 디지털 경제를 이끌어야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소임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점에서 아쉽다.

다만 여야가 합의해서 이번에 중기부 숙원이던 ‘납품단가 연동제’ 성과를 낸 것은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문 정부에서부터 오랫동안 공을 들였는데 이번 국회에서 성과를 내서 개인적으로 매우 기쁘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아주경제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이재명 대표, 사과할 것은 사과해야… 중대선거구제 개편 반드시 필요

-이재명 당대표의 사법 리스크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많은 국민이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안 되면 대장동 등 문제 때문에 힘들겠다고 예상했을 것이고 당연히 윤 정부에서 일련의 ‘정치 보복’을 할 거라고 예상했다. 국민들은 이미 이 대표에 대한 측은지심이 있다고 본다. 이제 이 대표가 솔직하게 사과할 것은 사과하면 충분히 난제를 헤쳐나갈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이 대표가 2023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난 몇 년 돌아보지 못했다. 죄송하다. 새로 출발하겠다. 디지털 시대에 맞는 정치 개혁을 이루겠다’ 이런 발언을 밝혀주길 바란다. 새로워진 민주당에 젊은이들이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당으로 가겠다는 메시지를 낸다면 많은 국민이 호응할 것이라고 장담한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어떻게 변화하고 혁신해야 한다고 보나.
“2020년 대한민국이 공식적으로 유엔에서 선진국으로 인정을 받았다. 이제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이 중심인 디지털 시대를 이끌 새로운 정당, 새로운 세력을 만들어야 한다. 그 세력이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대한민국이 추격 국가에서 선도 국가가 될 수 있다. 세계 사회에서 우리나라가 G5~G7 왔다 갔다 하는데, 바로 정치권이 선진화하느냐 디지털화하느냐에 달렸다. 선진 시민이 주인인 나라가 중요하다 그런 비전을 민주당이 제시해야 한다. 완전히 새로운 ‘뉴 민주당’이 돼야 한다."

-‘뉴 민주당’을 위한 실질적인 해법이 무엇인가.
“제가 2004년 정계에 입문했는데, 당시 노무현 대통령께서 당정 분리를 선언했다. 공천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실제로 지켰다. 2004년 경선제도 도입 후 절반의 성공이었지만 ‘108번뇌’라는 새로운 초선 의원들이 대거 들어왔다.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이 이와 같은 새로운 정치 물결이다. 그래야 지금 공천룰을 당대표가 좌지우지하지 못한다. 국민경선으로 ‘100% 오픈 프라이머리’를 하면 많은 국민이 새로운 꿈을 가지고 들어올 수 있고 새로운 국회 시대가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두 번째는 소선거구제다. 지금 이 폐해가 너무 크다. 거대 양당 정치에 따른 양극화의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이제는 중대선거구제로 바꿔야 한다. 이유는 디지털 시대는 다양성·다양화 시대기 때문이다. 그만큼 다양한 목소리가 사회에 있을 수밖에 없다. 

TV만 해도 과거에는 공중파만 있었지만 지금은 다양한 채널이 있다.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면 이러한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국회가 흡수할 수 있다. 지금 양당정치 양극화 때문에 중도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결국 선거는 중도가 결정한다. 중대선거구제 개편이 반드시 필요하다.”

-여야 모두 내년은 중대 기로다. 총선을 불과 1년 앞둔 시기다. 민주당이 좀 큰 변화가 있지 않으면 내부 균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어떤 해법이 있을까. 사법 리스크가 계속 가면 최악 상황 아닌가.
“‘사즉생 생즉사’,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민주당이 크게 내려놓으면 국민에게 큰 호응을 받을 것이다. 크게 내려놓으면 크게 이길 것이다. 완전히 새로운 ‘뉴 민주당’ 모습을 보여주면 우뚝 설 수 있다. 

왜냐하면 국민의힘이 지금 민심과는 거꾸로 가고 있다. 당원 투표 100%로 당대표를 뽑는다고 하지 않나. 사실 당원투표 100%는 김대중 때까지는 총재가 가졌지만 노무현 시절 당대표를 뽑는 데 대통령이 개입하지 않았다. 이때부터 당정 분리가 시작됐다. 당정 분리를 통해서 새로운 대한민국의 에너지가 만들어진 것이다. 정치 개혁이 일어난 것이다. 그것이 지금 많은 사람이 노 대통령을 그리워하고 재평가하는 이유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윤심’에 의존한 왕정 정치처럼 거꾸로 갈 때 민주당이 새로운 민주당으로 공청권 내려놓고 국민 공천으로 가고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해야 한다. 미래 100년을 위해서 민주당이 토대를 만들 기회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아주경제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6·1지방선거 때 서울시장 고민하셨지만 청년 대표 등 민주당에서 안 보인다. 이런 부분을 어떻게 살려낼 수 있을까.
“지금 대한민국은 3세대가 살아간다. 1960년대 후진국 시대, 이후 중진국 시대, 선진국에 접어든 지금 MZ세대가 섞여 있다. 어쩌면 이는 지구상에 유일한 국가다. 그래서 세대 간 갈등도 많다. 이런 것을 해결하는 화두는 결국 ‘공정’이다. MZ세대가 지금 목말라 하는 것은 공정한 정치다. 그런 이들에게 모두 균등하고 공정한 기회를 부여하는 정당이 바로 민주당이 돼야 하고 그런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 복당이 허용됐다. 어떻게 생각하나.
“큰 민주당으로 가는 것이 대승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잘된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는 다양성을 흡수할 수 있는 당이 이길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자 하는 바가 있다면.
“디지털 대전환에 부응하는 정당 시스템을 도입해야 하는데 그런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한 일을 위해서 많은 사람과 대토론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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