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錢 관리 엿보기中] 퇴직자 재취업 기업과 수의계약 13조⋯민간기업도 400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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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은·태기원 기자
입력 2023-01-0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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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수도 벌하는 내부거래, 공기업도 횡횡⋯퇴직임직원 노후보장 수단 이용 우려

한국전력공사 본사

공기업은 중앙정부 또는 지방정부가 출자해 설립되었거나, 지분 대부분이 정부에 속한 법인을 의미한다. 일명 ‘철밥통’,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공기업에는 해마다 수조원의 정부 예산, 즉 세금이 투입된다. 사회가 준공무원인 공기업 임직원에게 공직기강을 요구하는 이유다. '아주경제'는 최근 몇 년간 공기업 임직원 징계 유형을 분석하여 내부 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됐는지​ 엿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공기업의 수의계약이 시장거래 불투명성을 초래하고 퇴직자 재취업을 위한 통로로 이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기업이 최근 5년간 퇴직임직원이 재취업한 기업과 맺은 수의계약 규모가 13조원을 육박했다. 이 가운데는 퇴직임직원이 임원으로 이동한 시점과 비슷하거나 이후에 거래가 성사된 민간기업도 있다. 
 
본지가 구자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의원실을 통해 취합한 ‘35개 공기업의 최근 5년간 퇴직자 재취업 기업과의 수의계약’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7년부터 2021년까지 35개 공기업 중 22개 공기업이 퇴직임직원이 재취업한 업체와 총 12조6816억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맺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의 수의계약 대상자 대다수는 자회사, 출자회사, 재출자회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기업의 전문성을 감안하더라도 이해관계가 얽힌 기업과 수의계약을 맺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회사, 출자회사와의 거래를 일반기업에 적용하면 특수관계자 거래 혹은 내부거래에 해당한다. 일반기업의 내부거래는 상황에 따라 사정기관의 조사 대상이 될 수 있고, 총수를 둔 대기업의 경우 일감몰아주기로 시장 공평성을 저해한다는 사회적 비판의 대상이 될 만큼 민감한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의계약 규모로 보면 한국전력공사기 4조9279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인천국제공항공사 1조9403억원, 한국도로공사 1조3049억원, 한국가스공사 1조795억원, 한국철도공사(코레일) 9595억원 순이다.

◆ 한국철도공사·가스공사 퇴직임직원 재취업 민간기업과 ‘수의계약’ 4000억원 육박
 
퇴직임직원이 재취업한 기업이 자회사나 출자회사가 아닌 민간기업일 경우 수의계약 자체가 개인(퇴직자)의 사익을 위한 도구로 사용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공기업의 최근 5년간의 수의계약 자료를 분석한 결과, 코레일과 한국가스공사는 이 기간 총 3879억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민간기업과 맺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레일은 지난 2019년 11월 물품구매 계약을 민간기업인 A사와 수의로 맺고 계약금 3800억원을 지불했다. 공교롭게도 이듬해인 2020년 3월 초 코레일 수도권 사업소 부소장으로 있던 B씨가 A사로 재취업했다. B씨가 퇴직 직전 소속됐던 사업소는 A사의 사업권과 연관성이 짙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밖에 코레일이 최근 5년간 퇴직임직원(153명)이 재취업한 기업과 맺은 수의계약은 A사를 제외하면 69건 모두 자회사인 ㈜코레일테크, ㈜코레일로지스와 맺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가스공사의 경우 5년간 퇴직임직원이 재취업한 민간기업 5곳과 58억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했다.
 
이들 기업 가운데 C사는 공사 임직원이 2018년 8월 대표이사로 재취업한 이후인 같은해 12월부터 2019년 4월까지 세 차례 연속 자재구매 등 2598만원 상당의 수의계약을 맺었다.
 
또한 D사는 공사 퇴직임직원들이 2019년 부사장과 부장으로 재취업 한 후인 2020년 3월부터 2021년까지 총 1억966만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여러 차례 했다.
 
마지막으로 E사는 퇴직임직원 재취업 기업과의 수의계약금 58억원 중 93%(54억원)를 차지했는데, 그간 10명 안팎의 가스공사 출신 임직원이 E사 전문위원으로 꾸준히 재취업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E사는 일감몰아주기 등 혐의로 지난해 하반기 국세청이 특별세무조사에 착수해 논란이 된 기업의 계열회사인 것으로 파악됐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공직자가 전문성을 가지고 퇴직 이후 경제적 활동을 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면서도 “그렇지만 사실상 퇴직 전 퇴직자에 대한 대우를 통해 자신의 퇴직 이후 보장받는 통로로 수의계약이 사용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박 교수는 “수의계약 자체를 금지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기업에서 수의계약을 진행할 경우 퇴직자 재취업 업체는 보다 더욱 엄격한 심사절차를 거치는 것이 보완책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퇴직임직원이 재취업한 민간업체와 공기업이 맺은 계약 규모는 본지가 파악한 것보다 실제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수의계약을 맺는 민간업체가 법인일 경우, 계약에 사업자등록증이 사용되기 때문에 퇴직임직원 정보와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인 대표가 퇴직임직원 가족일 경우에도 기업에서 가족의 신상을 보유하지 못하면 퇴직임직원과 관련이 있는지 알 수 없다.
 
익명을 요구한 공기업 감사팀 관계자는 “퇴직임직원 가족 신상을 보유하려면 개인정보보호법과 저촉되고, 가족의 동의를 구한다면 가능하겠지만 이마저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보완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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