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르게 결제됐는데"⋯로블록스, 초등생 아이템 구매비 환불 요청 '모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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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기원·장하은 기자
입력 2022-12-2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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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객센터 없어 본사와 '이메일로만' 소통⋯피해자 분통

  • 외국기업, 하도급갑질 이어 소비자 방치⋯대안 마련해야

[사진=로블록스 로그인 화면 ]

#고양시 거주 중인 A씨, 지난 8월 휴대전화 요금 청구서를 받아보고 깜짝 놀랐다. 요금이 전달보다 무려 5배 이상 청구됐기 때문이다. 원인은 휴대폰 소액결제를 이용한 게임 아이템 구매에 있었다. A씨는 종종 로블록스 게임을 했던 아들(만 11세)에게 무엇을 구매하였는지 물었지만, 아들은 무엇인가를 구매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게임에 접속한 A씨는 구입한 아이템은 무엇인지, 구매 당시 소액결제 알림 문자는 없었는지 등 샅샅이 살폈지만, 관련 정보는 없었다. 남은 증빙은 오직 휴대전화 요금 청구서뿐이다.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업체 Roblox(로블록스), 의류 전문 글로벌기업 나이키 등 외국기업으로 인한 국내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피해를 예방하고 사후조치를 취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각종 온라인 검색 사이트에는 A씨와 같은 사례가 빈번하게 등장한다.
 
대다수는 로블록스에서 미성년 자녀가 게임 아이템을 구매했는데, 고객센터가 없어 문의가 어렵고 환불도 불가능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다. 실제 로블록스는 국내에 홍보대행업체만을 두고 있을 뿐 고객센터를 운영하고 있지 않다.
 
A씨도 로블록스 측에 이메일을 통해 환불을 요청했으나 사측은 모바일 제공 업체인 애플에서 환불받으라고 이메일로 통보만 했을 뿐이다. 애플 고객센터는 환불이 어렵다는 이야기만 반복할 뿐, 수개월이 흐른 이날까지도 A씨는 환불받지 못했다.
 
A씨는 “수십만원 소액결제가 본인 확인 절차, 비밀번호 입력 등 어떤 과정도 없이 자동으로 결제됐다”며 “고객센터와 통화도 할 수 없고, 이메일로만 소통이 가능한데 이마저도 답을 받기까지 며칠씩 걸렸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국내에서 로블록스 홍보 대행을 맡고 있는 A사는 소통의 어려움을 겪는 현상에 대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A사 관계자는 “우리는 홍보 대행을 할 뿐 고객과 접촉하지는 않는다”며 “본사 지침에 따라 민원이나 환불 관련 질문은 본사에 이메일로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기 메타버스 플랫폼 중 하나인 로블록스는 사용자 절반이 13~16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로블록스의 국내 이용자(MAU)는 153만명으로 추산됐다. 이는 포켓몬GO(188만) 탕탕특공대(166만) 등에 이어 국내 모바일게임 3위를 차지한 것이다.
 
최근엔 로블록스 등 구글 게임 환불을 전문으로 하는 전문업체도 등장할 만큼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종민 의원이 한국소비자원(이하 소비자원)으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온라인 해외 구매대행 관련 소비자 피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불만 유형별 해외 구매대행(서비스) 상담 건수 중 과반을 차지한 유형은 취소·환불·교환 지연 및 거부가 637건이었다. 2020년에도 1946건으로 전체 불만 건수(2454건) 중 대다수를 차지했다.
 
소비자원은 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민원을 접수하면 내용 및 입증자료 검토 후 사안에 따라 처리한다. 만약 거래당사자 간 해결이 어려운 경우 해외 협력 체결 기관과 연계해 해결한다.
 
다만 소비자원은 해외 구매 관련 민원 처리를 위해서는 현행 법령 또는 제도를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외국기업은 국내법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를 구제하는 데 한계를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하도급 갑질로 큰 파장을 일으켰던 나이키도 외국기업이기 때문에 국내법을 적용할 수 없어 문제가 불거진 대표적인 사례다.
 
부산의 강소 중소기업인 B사는 26년간 나이키에 섬유제품을 공급해왔다. B사에 따르면 이 회사의 나이키 매출의존도는 90%에 달한다. 하지만 나이키는 지난 2020년 10월 B사와 일방적으로 거래를 중단했고, B사는 아직까지 이유조차 모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매출의 90%가 갑작스럽게 감소한 B사는 매출처 확보가 어려워 현재 폐업을 검토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B사는 나이키를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신고했지만 공정위는 조사를 종료했다. 외국기업에는 하도급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도급 갑질을 저지른 국내기업에는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까지 과징금을 물리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다만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에서는 외국기업을 대상으로 다루는 법률이 있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나이키에 대한 공정거래법 위반 조사를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 조사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는 없지만,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에 대해 조사를 진행중이다"라고 설명했다. 
 
B사 관계자는 “나이키 하도급 갑질은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예방이든 사후 처리든 국내기업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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