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GTX 못 지나가"…국책사업 위협하는 은마 '지역 이기주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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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김세은·최오현(수습)기자 기자
입력 2022-11-29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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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토부 대신 현대家 오너 나와라...집 앞 떼법 시위에 인근 주민 울상

  • 국토부, 구조전문가들 "안전성 문제없다"...주민들 "2만명의 안전 볼모"

용산구 한남동 유엔빌리지 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집 인근에서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가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유엔빌리지 인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집 앞은 요즘 GTX-C노선안 수정을 요구하는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추진위)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아침 일찍부터 일평균 200여명, 주말에는 400여명이 몰려와 'GTX-C노선 우회안'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유엔빌리지에서 만난 동네 주민 A씨는 "조용하고 점잖기로 소문난 동네에 새벽같이 관광버스 서너대가 들어와 고성을 질러대고 밤늦게까지 동네를 서성이는가 하면 노상방뇨까지 일삼아 스트레스가 극심하다"고 토로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콤팩트 시티의 핵심인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 사업이 '떼법'에 위협받고 있다. GTX는 콤팩트 시티 교통정책을 관통하는 핵심으로,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한 서울·수도권 '30분 생활권' 시대를 실현할 중심축이다. 부동산 급락기와 맞물린 주민들의 '지역 이기주의'로 대규모 국책사업도 발목이 잡혔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은마 추진위는 GTX-C노선이 아파트 단지 지하를 관통하면 지반 붕괴 등 안전성에 문제가 생긴다며 노선 우회를 요구하고 있다. 준공한 지 40년 넘은 은마아파트 지하를 급행철도가 통과하게 되면 건물이 기울거나 붕괴하는 등 각종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장기간 표류하던 은마아파트 재건축 정비계획안이 23년 만에 서울시 문턱을 통과하면서 GTX-C노선으로 인해 정비 사업이 차질을 빚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회천신도시 덕정역에서 수원역과 안산 상록수역까지 74.8㎞ 구간을 잇는 GTX-C노선은 지난 7월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추정 사업비는 약 4조4000억원이다. 국토부는 노선이 확정되는 내년 상반기 실시협약 전까지 기존 노선안과 우회 노선안을 동시에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노선안에서 가장 중요한 건 GTX 기능"이라며 "우회안이든 원안이든 모두 주거지역을 지나기 때문에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엔빌리지 시위 현장에서 만난 추진위 관계자는 국토부 방침에 대해 "GTX 4개 노선이 안전성 문제로 다 우회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국토부가) 왜 2만여명이 살고 있는 은마아파트만 관통해야 한다고 고집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양재천으로 우회할 수 있는 변경안이 있는데도 기존 안을 고수하는 것은 시공사 공사비는 아깝고 안전을 우려하는 국민 생명권은 외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와 교통전문가들은 철도가 단순히 지하를 통과하는 것만으로 위험하다고 단정 짓는 것은 근거가 없다고 지적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지난 23일 은마아파트 주민의견 수렴 간담회에서 "GTX는 60m 이상 대심도 터널공사이고 은마아파트 구간은 발파 방식이 아닌 첨단 기술력이 총동원되는 TBM(Tunnel Boring Machine) 공법으로 시공한다"면서 "대심도 터널은 주택가보다 더 위험한 한강 하저도 통과하는 만큼 위험하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설득했다.

특히 원 장관은 "GTX는 수도권 출퇴근 교통난 해소를 위한 국가 핵심 사업이고, 특히 C노선은 수년간 착수가 지연돼 많은 시민들이 조속한 추진을 염원하고 있다"면서 주민들에게 양해를 호소하기도 했다.
 
대한지질학회와 한국교통연구원 등도 국토부 시각과 동일하다. 한국교통연구원 관계자는 "서울 지질은 대부분 화강암 구조이고, 특히 은마아파트 지하는 급경암지형으로 고층 아파트를 올려도 압력으로 버틸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지반구조가 강하다"면서 "대심도 터널은 지표면 70m 이하에서 공사가 시작되기 때문에 건물 붕괴나 지반 침식 등 안전성 문제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은마 추진위 시위로 인한 피해는 평범한 시민 몫이다. 지난 12일부터 지속된 시위에 인근 주민과 상인들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유엔빌리지 A빌라 관리사무소 직원 이모씨는 "아침 일찍부터 관광버스가 3~4대씩 몰려와 전문 시위꾼들이 소리를 지르고 동네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 통에 민원이 수십건씩 들어온다"면서 "정 회장이 마을 주민들께 편지와 선물세트를 보내며 미안함을 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동네 주민은 "일주일 넘게 분위기를 지켜보니 생존권 투쟁보다는 전문 시위꾼 느낌이 강했다"며 "대부분 20·30대이거나 70대 이상 연로하신 분들이 많아 (은마) 진짜 주민들인지 의심스러웠다"고 지적했다. 
 
실제 현장에서 본인을 추진위 관계자라고 소개한 다수 인물들은 시위 내용에 대해 함구하거나 "주민이 아니라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일부 관계자는 "나는 지금 근무를 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알아도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무분별하게 벌이는 막무가내 떼법을 방관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원 장관은 "국가사업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확산시키며 방해하고 선동하는 행동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면서 "행정조사권을 비롯해 국토부가 행사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해 국가사업을 변경하는 선례를 남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와 서울시는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와 입주자대표회의 등을 대상으로 운영 적정성을 감독하기 위해 관계기관 합동 행정조사를 실시한다고 29일 밝혔다. 추진위원회에서 장기수선충당금 등 공금을 GTX 반대 집회와 시위에 사용하는 등 위법한 업무 추진 의혹이 제기되면서 운영 실태를 들여다보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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