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6일 태풍 힌남노로 포항제철소가 침수된 지 79일. 포스코 직원들은 그동안 기적이 일었다고 말한다.

23일 기자가 찾은 포항제철소는 여전히 피해 복구가 한창이었다. 하지만 각 현장 관리자들은 절망을 얘기하기보다는 희망을 얘기하며, 올해 중에는 대부분 복구해 낼 것이라고 장담했다.

전일 비가 온 탓인지 이날 오후 방문한 포항제철소의 길은 젖어있었다. 곳곳에 고인 물은 그날의 참사를 떠올리게 했다.

여의도 3배 면적의 포항제철소를 가로지르는 중앙대로를 지나는 동안에도 분주하게 움직이는 직원들이 눈에 띄었다. 공장을 소개하는 가이드는 침수 이후 2달 만에 출근한 소회를 밝히면서, 포항제철소 침수 당시 어려움을 하소연했다.

제철소를 둘러보고 도착한 곳은 본사 건물에 위치한 대회의실이었다. 이곳에서는 천시열 포항제철소 부소장이 침수원인, 지난 2개월간의 복구 현황, 향후 복구 일정을 브리핑했다.

천 부소장에 따르면 포항제철소 내 18개 압연공장 중 연내 15개를 복구할 예정이며 현재 7개의 공장 복구에 성공했다. 복구율은 73%에 달한다. 내년 1분기까지는 그룹 역량을 총동원해 100% 복구를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천 부소장은 “포스코의 직원들은 물론 민관군과 외부단체, 협력사의 지원까지 이어지면서 누적 100만여 명이 넘는 인력이 복구에 참여했다”며 “빠른 복구의 배경에는 포스코가 반세기 동안 쌓아온 기술력과 노하우, 직원들의 헌신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천 부소장의 브리핑이 끝나고 제철소의 심장인 고로를 찾았다.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포항제철소 3고로가 위치한 제철 공장에 들어서자 열기에 신발 밑창이 녹을 것 같았다. 기자를 안내한 사람은 김진보 포스코 포항제철소 선강 부소장으로 30년간 고로만 담당해온 인물이다.

그는 고로를 “자식과 같다”며 고로 복구를 위한 직원들의 사투를 떠올렸다. 김 부소장은 특히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등 경영진의 판단을 높이 샀다. 태풍을 앞두고 50년 가까이 단 한 번도 꺼진 적 없는 고로를 중단하라고 지시한 경영진의 결정이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으나 ‘신의 한 수’였다는 설명이다.

김 부소장은 “만일 평소와 같이 고로가 가동되고 있었다면 제철소 침수와 함께 고로가 폭발했을 것이며 복구에만 수년이 걸렸을 것”이라며 “마치 하늘의 계시를 받고 고로 정지를 지시한 것처럼 느껴졌다. 경영진의 현명한 판단이 내 자식과 같은 고로를 살렸다”고 말했다.

이어서 찾은 2열연 공장은 힌남노의 피해 현장을 그대로 보여줬다. 2열연 공장은 아직 복구가 진행 중인 곳이며, 바닥에는 물기와 기름이 가득했다. 열연공장을 가동하는 모터가 있어야 하는 자리에는 다수의 포스코 직원들이 복구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직원이 3고로에서 출선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이곳 복구현장을 진두지휘하는 인물은 포스코의 1호 명장, 송병락 명장이다. 40년 넘는 경력으로 포항제철소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는 처참한 현장과 달리 얼굴에 희망이 가득했다.

당초 포스코는 압연 공장이 침수되자 새 모터를 구입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기존에 있던 모터를 새것으로 교체하는 작업은 제품을 받는 기간 때문에 1년 이상 소요되는 작업이다. 이때 모터를 분해해서 수리한다고 제안한 것이 송 명장이다. 송 명장의 판단으로 포스코는 단 2개월 만에 70% 이상 복구라는 성과를 올렸다.

그는 “회사가 이 사람의 말을 들어준 것에 너무 감사하고, 우리가 직접 복구하자고 했을 때 따라준 후배들이 너무 감사하다”며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었지만 우리 포스코는 항상 불가능을 가능으로 이루면서 성장해왔다”고 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직원들이 2열연공장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마지막으로 찾은 1열연 공장은 복구가 끝나 지난달 7일부터 정상적으로 생산을 하고 있는 곳이다. 복구가 진행 중인 2열연과 달리 이곳에 태풍이 있었는가 의심할 정도로 말끔히 정리된 모습을 보였다.

기자가 찾은 이날의 포스코에는 어딜 가든 희망이 넘쳤다. 복구에 2년은 걸릴 것이라는 주변의 비판에도 직원들은 마음을 모아 기적을 만들고 있었다. 무엇보다 “할 수 있다”는 외침으로 가득 찬 현장은 포스코의 반세기 저력을 보여줬다.

물에 잠긴 현장에서 모터를 복구하던 송 명장의 외침이 마음에 크게 와닿았다. “후배들아 함께 가자! 우리는 할 수 있다!”
 

복구가 완료된 포스코 포항제철소 1열연공장에서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사진=포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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