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세계는 '증세'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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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2-11-0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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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일(현지시간) 영국 에덴브릿지 본파이어 나이트 행사에 앞서 공개된 리즈 트러스 전 영국 총리의 11m짜리 모형. 에덴브릿지 본파이어 소사이어티라는 단체는 매년 11월 5일 유명 인사들의 대형 모형을 불태운다. [사진=EPA·연합뉴스]

증세 바람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대대적인 감세 정책을 내놨던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는 44일 만에 사임하며 최단명 총리에 이름을 올렸다. 후임자인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트러스 총리와는 반대로 강력한 증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감세가 가고 부자 증세가 온 것이다.
 
‘감세’가 수그러든 배경은 재정 악화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다. 재원이 마련되지 않은 역대급 감세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경악하면서 영국발(發) 금융위기 가능성까지 대두되자, 영국 보수당이 부랴부랴 총리 갈아 치우기에 나섰다. 감세의 충격을 없애기 위해 영국 정부는 이달 중 최소 350억 파운드(약 55조9000억원)의 증세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트러스 전 총리가 감세를 들고 나왔을 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 “나는 낙수효과에 지쳤다. 이는 작동한 적이 없다”며 부자 감세를 통해 경제를 살린다는 ‘트러스노믹스’를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증세에 나서는 것은 영국만의 일이 아니다. 일본은 초 부유층에 대한 증세를 검토하고 있다. 일본 재무부는 소득이 연간 수억엔을 넘는 사람을 대상으로 세금 부담을 끌어올리는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소득의 종류와 관계없이 소득 총액에 대해 일정한 세금을 요구하는 방안으로, 부유층일수록 세금 부담이 오히려 줄어드는 ‘1억엔의 벽’을 무너뜨리겠다는 것이다.

한국 전기차 차별 정책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법인세 인상이 핵심이다. 법인세를 통해 마련한 재원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 의료비 지원, 에너지 안보 부문에 막대한 지원을 투입하는 게 골자다. 치솟는 물가로 신음하는 미국인들을 돕기 위해 총 4300억 달러를 투자하는데, 대기업에 부과한 최소 15%의 법인세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해당 규정이 적용될 경우,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내야 할 세금은 83억3000만 달러에 달한다. 아마존은 27억7000만 달러, 포드는 19억 달러를 부담해야 한다.
 
싱가포르 역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증세를 고려하고 있다. 싱가포르 차기 총리로 낙점된 로렌스 웡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지난 8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사람이 세금을 내고 있지만, 더 큰 소득을 가진 사람들, 즉 부자와 고소득자는 더 많이 내야 할 것”이라며 “정부는 취약 가구가 인플레이션에 대처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일을 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 전망이 악화하면 더 많은 일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요즘 한국에서는 법인세 인하를 골자로 한 윤석열 정부의 감세안을 둔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찬성 측은 “경제 활력을 제고한다”고 주장하고, 반대 측은 “재정 건전성을 악화한다”고 주장하는 등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 퍼펙트스톰이 다가오는 중대한 시점에 정부의 선택은 한국 경제의 향방을 좌우할 전망이다.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을 헤쳐 나가기 위해 세계 각국이 어떤 전략을 채택하고 있는지 들여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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