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준의 지피지기] '서열 2위' 리창이 이끌 中경제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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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준 논설고문
입력 2022-11-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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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준 논설고문]

지난달 23일 낮 12시 5분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 금색대청(金色大廳). 오전에 중국 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1중전회)에서 선출된 정치국 상무위원 7인이 기다리고 있던 내외신 기자 600여 명 앞으로 걸어나왔다. 시진핑(習近平), 리창(李强), 자오러지(趙樂際), 왕후닝(王滬寧), 차이치(蔡奇), 딩쉐샹(丁薛祥), 리시(李希).

시진핑은 3연임 당 총서기 겸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에 선출됐다. 내년 3월 5일 개최될 예정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3연임 국가주석에도 선출될 예정이다. 리창 상하이시 당위원회 서기는 내년 3월 전인대에서 총리로 선출될 예정이다. 제19기 중앙위에 이어 두 번째로 정치국 상무위원에 오른 자오러지는 내년 전인대에서 상무위원장에 선출되도록 되어 있다. 역시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재선된 왕후닝은 내년 3월 4일 전인대에 앞서 개최되는 전국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에서 주석으로 선출될 예정이다. 차이치 베이징(北京)시 당위원회 서기는 당의 선전 부문과 이념 문제를 관장하는 서기처 서기로 선출됐다. 시진핑의 ‘영원한 비서’ 딩쉐샹 당 중앙판공청 주임은 내년 3월 상무부총리를 맡을 예정이다. 리시 광둥(廣東)성 당위원회 서기는 시진핑을 도와 반부패 드라이브를 담당할 당 기율검사위원회 서기로 선출됐다.

시진핑 바로 뒤에 두 번째로 걸어 나온 리창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2일 “친(親)기업 성향의 현실주의자인가, 시진핑의 충성분자인가(Pro-business pragmatist, or Party Loyalist?)”라는 의문을 던졌다. 리창은 그동안 장강(長江) 하류인 저장(浙江), 장쑤(江蘇), 상하이(上海) 행정수장과 당위원회 서기를 두루 역임하면서 친기업형 현실주의자로서 굵직굵직한 업적들을 남겼다. 그러나 리창의 ‘헬리콥터형’ 출세와 업적이 대부분 시진핑이 2002년 저장성 당위원회 부서기와 성장 대리로 부임해온 이후 이루어진 일들이라는 점에서 시진핑에 대한 충성분자의 범주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리창은 저장성 성장이던 2014년 국제 인터넷 콘퍼런스를 주최해서 서방 기업들에 대한 중국 인터넷의 방화벽(Firewall)을 풀어주었고, 장쑤성 당위원회 서기 시절이던 2016년에는 중국의 인터넷 비즈니스 창시자 알리바바의 마윈(馬云)을 만나 투자를 유치하는 실적을 남겼다. 리창은 상하이시 당워원회 서기이던 2019년에는 20억 달러 규모인 최초의 테슬라 해외 공장을 유치하는 업적을 남겼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뒤에는 전통적인 제조 방식을 따르는 중국의 백신 대신 미국과 유럽의 mRNA형 백신 제조를 지지하는 몇 안 되는 중국 지도자 중 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시진핑 당 총서기 방침에 따라 상하이시 일원에 대한 제로 방역 도시 봉쇄를 밀어붙여 2500만 상하이 시민들에게 원성을 샀다. 리창이 이번에 서열 2위인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발탁된 것도 시진핑의 뜻에 따른 제로 방역과 도시 봉쇄를 밀어붙인 덕분이었다는 것이 월스트리트저널의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알리바바와 마윈에 대한 리창의 이중적 태도를 꼬집었다. 2014년 시진핑에 대한 충성분자들이 마윈에 대한 찬사를 경쟁적으로 발표할 때 리창도 저장성 성장으로서 국제 인터넷 콘퍼런스에 나와 “더 많은 알리바바와 더 많은 마윈이 나와야 한다”는 연설을 했다. 그러나 2020년 10월 마윈이 상하이에서 “중국의 금융 시스템은 전당포 수준”이라고 비난했다가 당 기율검사위원회에 끌려가 조사를 받은 이후 공개 석상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는 실종 상태에 빠진 이후에는 같은 저장성 사람인 마윈에 대해 아무런 구조나 보호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는 것이 파이낸셜타임스의 지적이다. 리창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자세에는 한계가 있으며 시진핑에 대한 충성분자의 범주를 벗어나지는 못한다는 평가인 것이다.

전 세계 차이나 타운에서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홍콩의 중국어 시사주간 ‘아주주간(亞洲週刊)’ 최신호는 리창이 ‘장강 삼각주 지역에 첨단 과학기술 기지 건설을 강력하게 추진한 인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리창은 저장·장쑤성·상하이시 당서기와 행정 책임자를 지내면서 양자(量子·Quantum) 컴퓨터 개발, 인공지능(AI), 반도체 집적회로와 바이오 산업, 자율주행 자동차 분야 연구개발을 선도하는 행정을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특히 상하이 당서기 시절 ‘상하이시 경제일체화 계획’을 추진한 경력도 있는 인물이라는 점도 강조됐다.

1959년 7월 저장성 루이안(瑞安)현 출생으로 시진핑보다 여섯 살 아래인 리창은 전기배관공 출신이다. 우리 고교 시절에 해당하는 기간에 루이안 현 농기계 제작 제3공장 직공이었고, 19세 때 저장성 농업대학 닝보(寧波)분교에서 농업의 기계화를 전공했다. 24세 때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에 가입하고 이어서 공산당에 입당하면서 리창은 당 관료로서 인생을 시작했다. 이후 저장성 민정청 농촌구제처 간부가 됐고, 29세 때 처장, 33세에 저장성 민정청 부청장을 거쳐 37세 때 인구 50만명 정도인 융캉(永康)시 당위원회 서기가 됐다.

리창이 파이낸셜타임스에서 표현한 ‘헬리콥터형’ 수직 상승을 시작한 것은 2002년 시진핑이 저장성 당위원회 부서기 겸 성장 대리로 부임하면서부터다. 당원 재교육 기관인 당교에서 간부 육성반을 1년간 다닌 그는 시진핑에게 발탁돼 일약 ‘중국의 유대인’이라는 말을 듣는 원저우(溫州)시 당위원회 서기가 됐다. 원저우는 한국에서 신발 산업을 넘겨받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신발을 제조하는 신발왕국이었다. 우한(武漢)에서 발생한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이탈리아 패션 명품 산업을 원저우 사람들이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이 영국 BBC 취재로 밝혀지기도 했다.

이후 리창은 시진핑을 보좌하는 저장성 당위원회 비서장을 거쳐 2013년에 저장성 당서기, 2016년에 장쑤성 당서기, 2017년에는 중앙당 정치국원 겸 상하이시 당서기로 날아올랐다. 리창은 이미 2016년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 소속 중국 전문가 청 리(Cheng Li)가 쓴 ‘시진핑 시대 중국 정치(Chinese Politics in Xi Jinping Era)’에 시진핑 후계자 중 한 사람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그러나 리창이 시진핑 후계자가 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대해서는 ‘아니다’는 답을 할 수밖에 없다. 지난 10년간 시진핑의 당총서기 후계자가 될 것이라고 평가를 받던 천민얼(陳敏尒) 충칭(重慶)시 당서기가 이번 20차 당대회에서 상무위원으로 선출되지 못하고 정치국원으로 남은 점을 생각해보면 시진핑의 용인술(用人術)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천민얼과 함께 그동안 중국 안팎에 시진핑 후임 당총서기로 거론되던 후춘화(胡春華)는 이번 당대회에서 정치국원에서 중앙위원으로 강등된 사실도 고려해야 한다. 이번 당총서기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은 자신의 후계자로 떠오르는 리우링허우(六零後·1960년대생)들을 내친 것을 보면 1959년생인 리창을 시진핑 후계자로 평가할 수는 없는 형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2012년 18차 당대회와 2017년 19차 당대회에서 장쩌민(江澤民)과 후진타오(胡錦濤) 두 전임자가 발탁한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이번에 정치국 상무위원 명단에서 빠진 사실은 리창이 정치적으로 시진핑에게서 독립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당대회를 앞두고 지난 8월 중순 리커창 총리가 중국 고위 지도자들의 해변 휴양지인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를 마친 직후 남부 광둥성 선전(深圳)을 방문해 덩샤오핑(鄧小平) 동상에 헌화함으로써 개혁·개방과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지속하겠다는 강력한 의사를 표했지만 상무위원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리창 총리 내정자는 리커창 총리 수준의 독립성을 확보하기에도 어려운 처지이며 따라서 중국 경제의 큰 흐름은 개혁·개방과 사회주의 시장경제 시대는 종결되고 시진핑의 공동부유론과 중국식 현대화의 길로 좌회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필진 주요 약력

▷서울대 중문과 졸 ▷고려대 국제정치학 박사 ▷조선일보 초대 베이징 특파원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현 최종현 학술원 자문위원 ▷아주경제신문 논설고문 ▷호서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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