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좌담회.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한국 경제 곳곳에 '빨간불'이 켜졌다. 달러 초강세로 1400원대에 안착한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 1600원까지 도달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장기간 5~6%를 이어갈 것으로 예고됐고 고금리에 따른 실물경제 시장 충격에 이르기까지 높아진 파고가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출범 5개월차를 맞은 윤석열 정부의 경제 아젠다 부재와 대처 미흡이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국민을 향해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이미 현실로 다가온 위기상황에 대한 정면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5일 아주경제신문은 곽재원 아주경제 논설위원장을 좌장으로 경제 전문가 및 원로 3인이 참석한 가운데 지금의 경제상황을 진단하고, 대정부 정책을 제언하는 좌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최근 경제상황을 다소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환율 안정을 위한 정부의 대규모 외환보유액 투입 등에도 불구하고 원·달러환율이 1600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고 그에 따른 원화 약세 후폭풍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특히 이 자리에서는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국채시장이 경제위기의 최대 트리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택수 한국정책재단 고문은 "가계부채보다 더 위험한 것이 국채시장"이라면서 "국채시장이 망가지면 시스템이 무너져 나머지는 다 죽는다"며 심각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은 총재가 국채 시장을 제대로 관리할 능력이 있으면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를 따라 금리를 계속 올려도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고민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참석자들은 일촉즉발의 위기상황 속에서 정부와 당국의 미흡한 대처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냈다. 현 정부의 경제 아젠다가 전무한 상태에서 정부가 의도하는 방향을 파악할 수 없는 데다 잇단 위기 우려에도 마냥 '괜찮다'로 일관하는 정책당국 역시 판단 실책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기획재정부 관료 일색인 정부 경제팀 인적 구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좌담회 참석자들은 "정부가 현 상황과 향후 올 수 있는 위기에 대해 국민들에게 허심탄회하게 알리고 그에 따른 협조를 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곽재원 아주경제 논설위원장(이하 곽재원) : 요즘 모두 한국 경제의 위기라는 이야기만 장황하게 나오는데 대안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위기의 진상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에 대한 대안이 무엇인지, 처방전을 어떻게 내릴 것인가도 진단해 보려고 한다. 당장 지금 개인 가계부채가 GDP 대비 100%를 넘어가고 있는데, 80~100%를 넘어갈 때 과정이 아주 몹시 급격하게 올라 2005~2006년 미국과 비슷한 속도로 가고 있다. 그때를 보면 우리에게도 위기가 오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있다.

한택수 한국정책재단 고문(이하 한택수) : 그렇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 가계부채 문제가 서브프라임과 연결됐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금융업자들이 무리하게 신용이 낮은 사람에게도 돈을 꿔주고 그다음에 원리금 상환하는 제도를 시행했어야 했는데 원금을 안 받고 이자만 받으면서 대출해주고 변칙적인 금융으로 가다 보니, 금융 사고가 터진 것으로만 각인이 돼 있다. 그런데 가계부채를 쭉 살펴보니 부동산 버블 터지기 전 2006~2007년부터 가격이 확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 직전에 보니까 개인 가계부채가 GDP 대비 비율이 딱 85~100%로 확 올라갔다. 그러니까 100% 수준에서 결국은 2007년 부동산 금융위기가 한꺼번에 터진 것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 GDP 대비 가계대출 비율을 보니 기울기가 비슷한 것 같다. 지금 숨어 있는 가계부채 문제가 금리, 환율 등 복잡하게 움직이는 위기의 경제 상황에서 어떤 촉매 역할을 하는 그런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

김진일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경제학과 교수(이하 김진일) : 미국도 모기지 금리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돌파했다. 경기 둔화를 걱정할 수 있는 상황이다. 모기지 금리가 올라가면 새로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로서는 상당히 부담이다. 고정금리가 올라가면서 신규 주택구매는 물론 대출 갈아타기 등이 불가능해진다. 특히 대출 갈아타기의 경우 남은 금액으로 자동차를 사거나 집 수리를 하거나 이런식으로 소비를 하는데 소비가 많이 주춤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곽재원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연일 "경제위기가 재현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시장을 안심시키고 있는데 어떻게 보는지.

한택수 : 우리가 경제학의 맹점이라는 게 사실 정확한 포인트를 짚지를 못한다. 언제 어떤 모양으로 이 가격이나 물량이 변동할 것을 못 짚는다. 왜냐하면 그게 아주 여러 가지 방향성이 있어서 동물적 감각으로 티핑 포인트를 찾아내는 것이지, 구체적으로 이론화해서 하기는 힘들다. 과거 사례를 보며 이 정도 수준이면 이게 티핑 포인트에 근접한 게 아닌가, 조그마한 금융시장 장애가 생기면 우리가 생각지 못한 충격파를 일으키지 않겠는지 살펴봐야 한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이하 오정근) : 가계부채와 기업부채를 더하면 GDP 대비 220%다. GDP가 2000조원 정도 되니까 4500조원 정도가 민간 부채라는 것이다. 여기서 기준금리를 한국은행에서 올리니까 벌어서 이자도 못 내는 한계기업이 18%다.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더 올리면 한계기업이 30%는 될 것이다. 미국이 자이언트 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세 번씩이나 단행하니까 우리는 지금 0.25%포인트보다 더 올린다는 것 아닌가. 제가 보기에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0월, 11월 두 번 남았는데 0.5%포인트 한 번, 0.25%포인트 한 번 이렇게 올리면 3.25%포인트일 것 같다. 여기서 가계부채는? 지금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가계부채 1900조원 가운데 1100조원쯤 차지하는데 젊은 2030세대가 5억원을 빌려서 집을 샀을 때 이자와 원금을 상환하는 데 지금은 150만원이면 되지만 금리가 계속 올라 현재 상단 7%를 돌파했고 연말엔 아마 8~9%까지 갈 텐데 그럼 원금과 이자 상환을 한 달에 400만원 가까이 내게 된다.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다. 소비도 못하고 성장은 주저앉고 원금·이자 못 갚으면 은행 부실이 증가하고 그럼 그게 금융위기다. 그래서 금리 올리는 게 능사가 아닌데, 환율도 문제다. 제가 생각하는 위기의 트리거는 원·달러 환율이 1500~1600원을 넘어서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트리거가 무역수지 적자다.

▲곽재원 : 정부에서는 무역수지가 적자여도 경상수지가 흑자니까 괜찮다고 계속 이야기를 한다.

오정근 : 무역수지가 지난달까지 289억 달러 적자다. 한국경제연구원에선 올해 말까지 400억 달러 적자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 4분기에만 거의 100억 달러 적자가 난다. 올해 무역적자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두 배 이상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7월에 상품수지도 적자를 냈다. 

한택수 : 그렇다. 그리고 또 하나는 지금 국채시장이 마비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20년 전에는 국채시장에 외국인 비중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국채시장이 전체 900조원 정도인데 이미 외국인 비중이 20%, 185조원에 달한다. 그런데 이 거대 규모의 국채시장이 흔들리는 걸 대한민국은 아직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다. 영국 런던이 국채시장 마비되면서 부자감세 정책도 다 포기한 것 아닌가. 영국도 국채시장이 마비될 것을 미처 몰랐을 것이다. 오히려 국채를 자기들이 사들일 계획이 아니라 팔 계획을 짰는데 국채시장이 마비되면서 모든 걸 포기하게 된 것이다. 물론 영국 국채시장에 레버리지를 상당히 올려놓은 디리버티브 상품(파생상품)이 들어 있어서 큰 문제였지만. 우리나라는 이런 파생상품이 없다 하더라도 국채시장이 요동치면 큰일 날 것이다. 회사채 시장이 죽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신용경색이 와서 금융 시스템 자체가 마비되기 때문에 혼란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를 따라 계속 금리를 올릴 때 국채시장이 과연 요동치지 않고 스테이블하게 금융시장으로서 기능을 할 것인지를 봐야 한다.
 
오정근 : 그렇다. 지금 채권이 안 팔려서 국채 금리가 올라가는 것이다. 국채가 안 팔린다는 게 국가 재정위기다. 한국의 은행들은 기업부채와 가계부채가 부실화하면 사줄 여력이 없고 해외에 팔아야 하는데 해외도 안 사가면 그게 재정위기다. 이번에 국채가 안 팔리니까 한은이 3조원을 들여 사줬다.

한택수 : 왜냐하면 185조원이라는 금액은 대한민국 시스템을 흔들 수 있는 규모다. 나는 가계부채보다 더 위험한 것이 국채시장이라고 본다. 국채시장은 금융시장 가운데 가장 하이 브랜드, 그러니까 제일 고급상품이다. 이게 망가지면 나머지는 그냥 다 죽는다. 쉽게 말하면 한국은행이 문 닫았는데 저축은행이 살아 있는 게 무슨 소용이냐는 것이다. 그냥 시스템이 다 죽는 것이라 그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한은 총재가 국채시장을 제대로 관리할 능력이 있으면 연준을 따라 금리를 계속 올려도 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고민을 해야 한다. 일본이 지금 금리를 왜 못 올리겠는가? 국채시장이 마비될까 봐 걱정하는 것이다. 마이너스 금리에서 국채가 어마어마하게 거래됐는데 금리를 미국 따라서 올리면 일본 금융 시스템은 그날로 무너질 수 있다. 

오정근 : '금리'라는 하나의 수단으로 채권시장, 환율을 다 조정하려 하니...요즘 한은 총재나 추 부총리도 잠을 잘 이룰 수 없을 듯하다.

김진일 : 한은도 고민이 많겠죠. 미 연준에서는 8월 개인소비지출(PCE)과 근원 PCE가 생각보다 높은 수치로 발표됐다.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이 최근 연설에서 "인플레이션 계속 높은 수준 유지, 조기금리인상 종료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 착각하고 있다면 꿈 깨라는 의미다. 올 11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또 한번의 자이언트 스텝이 예상되는 거다. 이번주 주목해야 할 것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비롯한 FOMC 위원들의 연설과 한국 시간으로 오는 7일 오후 9시 30분나오는 미국 고용 데이터다. 이게 앞으로 한달동안 한국 경제에까지 큰 파장을 미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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