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암·코닥·빌보드·CNN··· 공통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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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이 기자
입력 2022-09-18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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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암 성수 플래그십 스토어 [사진=팬암]

국내 패션기업들이 패션과 연관이 없던 로고 라이선스를 가져와 의류에 접목하면서 K라이선스 패션 브랜드로 재탄생시켰다. 방송 채널 ‘디스커버리’와 ‘내셔널지오그래픽’이 국내에서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면서 성장성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미국 항공사 ‘팬암’과 BBC까지 패션 브랜드로 탈바꿈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8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캉골과 헬렌카민스키 등을 전개 중인 에스제이그룹은 이달 초 미국 항공사 ‘팬암(PAN AM)’을 라이프스타일 패션 브랜드로 재탄생시키고 서울 성수동에 330㎡(100평) 규모 팬암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팬암은 1927년에 설립된 미국 항공사 팬 아메리칸 월드 항공(Pan American World Airways)의 약칭이다. 대륙 간 국제 여행 첫 실현, 최초의 세계 일주 노선 운항, 최정상급의 기내 서비스를 기반으로 미국의 상징이자 역사상 세계 최고의 항공사로 자리매김한 브랜드다.
 
에스제이그룹은 작년 말 서울 성수동에 오픈한 복합문화공간 LCDC 서울의 성공에 힘입어 팬암의 브랜드 밸류를 키워나갈 예정이다. 팬암은 지난 8월 중순 스타필드 코엑스몰에 오프라인 스토어 오픈을 시작으로 대전 신세계 Art & Science, 현대백화점 판교점, 롯데백화점 부산 본점 등 9월까지 총 13곳의 스토어 오픈을 앞두고 있다.
 
◆라이선스가 지닌 브랜드 정체성 어패럴로 재해석
이종 브랜드의 패션업계 진출은 국내에서 흔한 풍경이 됐다. 인지도 높은 라이선스를 활용해 패션 브랜드를 론칭하면 별다른 홍보 없이도 소비자들에게 직관적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전달할 수 있다. 라이선스가 지닌 브랜드 이미지와 헤리티지를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다.
 
코웰패션은 아디다스와 푸마 등 대형 스포츠 브랜드와 오랜 기간 협업한 경험을 바탕으로 ‘FIFA’ 브랜드를 론칭했다. FIFA는 축구에서 착안한 요소를 캐주얼하게 풀어낸 브랜드로 익숙하면서 신선한 캐주얼 패션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신세계 면세점 인천공항점에 매장을 오픈해 2주 만에 패션 스포츠 조닝 내 매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FIFA는 이달까지 면세점 2개점, 백화점 12개점 등 총 14개 매장을 론칭할 계획이다. 또 해외에서는 중동지역 수출 계약 체결을 시작으로 동남아 등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코닥어패럴(왼쪽)과 CNN어패럴. [사진=각 사]

하이라이트브랜즈는 필름카메라로 잘 알려진 미국 ‘코닥’의 라이선스를 활용한 ‘코닥 어패럴’을 선보였다. 코닥은 기존 필름카메라에 익숙하지 않았던 MZ세대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코닥의 헤리티지와 브랜드가 지닌 특유의 감성을 잘 살린 캐주얼한 디자인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코닥어패럴은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0% 늘어난 400억원을 돌파했다.
 
한세엠케이는 프로농구리그 ‘NBA’와 ‘PGA TOUR & LPGA’의 라이선스를 활용해 NBA, NBA키즈, PGA TOUR & LPGA 골프웨어를 선보이고 있다. NBA는 프로농구리그만의 정통성과 경쾌한 무드를 제품을 통해 보여준다. PGA TOUR & LPGA 골프웨어 역시 공신력 있는 LPGA협회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보증하는 골프웨어 브랜드로 젊은 골퍼 사이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여성 패션 브랜드 ‘아이잗바바’와 ‘지고트’를 보유한 바바패션그룹도 지난해 음악 브랜드 빌보드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빌보드스타일’을 선보였다. 스톤글로벌도 미국 케이블 뉴스 네트워크(Cable News Network)로부터 영감을 받아 ‘CNN어패럴’을 론칭해 전국 29개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디스커버리·내셔널지오그래픽, 아웃도어업계 새바람
이처럼 한국 패션업계에 라이선스 브랜드가 유행하게 된 배경으로는 F&F가 선보인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 브랜드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과 더네이쳐홀딩스의 ‘내셔널지오그래픽’ 등이 패션업계에서 인기 브랜드로 자리매김에 성공하면서다.
 
F&F는 2012년 3월 ‘더도어’라는 이름으로 아웃도어 브랜드를 론칭했다. 그러나 더도어는 매출 부진이 이어졌고, 같은 해 7월 미국 자연탐사보도채널 ‘디스커버리’의 라이선스를 획득하면서 라이선스 브랜드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디스커버리)’을 선보이게 된다. 이후 더도어 매장에서 디스커버리 제품 일부를 판매했는데 더도어 제품보다 좋은 반응을 얻게 됐고, F&F는 ‘더도어’의 간판을 ‘디스커버리’로 발 빠르게 교체했다.
 
디스커버리는 유명 배우 ‘공유’를 모델로 기용했고, 자연탐사보도를 다루는 디스커버리 채널의 이미지와 맞물려 큰 인기를 끌었다. 론칭 초기 상당수의 소비자는 디스커버리 브랜드가 방송사에서 직접 생산한 제품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골프 화보 [사진=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홈페이지]

내셔널지오그래픽은 국내에 의류보다 가방으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더네이쳐홀딩스는 2013년 미국 내셔널지오그래픽협회(National Geographic Society)와 여행용 가방 및 캠핑용품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먼저 가방 제품을 선보였고 2013년 캠핑용품, 2015년 캐리어를 잇달아 출시했다. 2015년에는 내셔널지오그래픽 의류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2016년 의류와 선글라스 부문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은 2016년 론칭과 동시에 4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2017년 692억원, 2018년 1412억원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디스커버리와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인기는 정체됐던 아웃도어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아웃도어업계 관계자는 “아웃도어 브랜드의 성장세가 꺾인 시기에 두 브랜드가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라는 신시장을 개척해 새로운 성장성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후 감성코퍼레이션은 2020년 일본의 명품 텐트 ‘스노우피크’의 라이선스를 접목한 ‘스노우피크 어패럴’을 론칭했다. 케이투코리아그룹은 북극곰 심벌과 면텐트, 침낭 등으로 유명한 덴마크 아웃도어 브랜드 ‘노르디스크’를 내년 봄·여름 시즌부터 전개한다.
 
코웰패션은 영국 공영 BBC TV(BBC STUDIOS)의 자회사 ‘BBC earth’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내년 2월 론칭을 목표로 친환경 아웃도어 브랜드 ‘BBC earth’를 준비하고 있다. BBC earth는 소재부터 전부 친환경 기준에 맞게 제작되며, 가방과 신발 등의 잡화 카테고리까지 선보일 예정이다.
 
한편 라이선스 브랜드를 향한 우려도 존재한다. 통상적으로 라이선스 계약은 5~10년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에 본사에서 판권계약 갱신을 거부할 경우 그대로 정리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잘 알려진 라이선스를 활용한 의류는 인지도를 빠르게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의존도가 높아 판권계약 종료를 염두에 두고 여러 방어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최근 들어 라이선스를 활용한 패션 브랜드가 시장에 우후죽순 깔리면서 로고 활용 외 브랜드 정체성이 가미된 디자인 활용이 브랜드 성공의 주요 요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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