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스토킹에도 영장 기각…'신당역' 가해자 징역 9년 구형받은 뒤 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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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희 기자
입력 2022-09-16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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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흉기 준비해 1시간여 기다리다 20대 역무원 살해

[사진-연합뉴스]

지난 14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20대 여성 역무원 A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용의자 전모씨(31)는 3년여 전부터 A씨를 스토킹해 온 입사 동기였다. A씨가 불법 촬영과 스토킹을 이유로 2번이나 고소하는 등 수사기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묵살됐다. 경찰과 검찰이 전모씨의 접근을 막지 못하면서 결국 보복 범죄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거세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중부경찰서는 전날 전모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전씨는 6호선 구산역에서 일회용 승차권을 이용해 지하철을 타고 신당역으로 이동한 뒤 1시간 넘게 화장실 앞에서 피해자를 기다리다 범행을 저질렀다. 흉기도 미리 준비했고, 범행 당시에는 일회용 위생모를 쓰고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흉기에 찔린 A씨는 화장실에 있는 비상벨로 도움을 요청했고, 구조 신고를 접한 다른 직원과 시민이 달려가 현장에서 전씨를 제압했다. 그러나 피해자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고 약 2시간 반 후 사망 판정을 받았다 .전씨는 범행 과정에서 손을 다쳐 병원 치료를 받은 뒤 유치장에 입감됐다. 

A씨와 전씨는 2018년 서울교통공사에 함께 입사했다. 전씨는 피해자를 2년 가까이 스토킹하다 지난해 10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촬영물 등 이용협박) 혐의로 고소당해 직위해제됐다. 

고소장을 접수한 서울 서부경찰서는 전씨를 긴급체포하고 같은 달 9일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그러나 전씨는 이후에도 스토킹을 멈추지 않았다. A씨는 지난 1월 전씨를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추가 고소했다. 검찰은 총 5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씨에게 지난달 징역 9년을 구형했고, 전씨는 범행 당일에도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하는 반성문을 제출했다. 선고는 15일 이뤄질 예정이었다. 해당 선고는 전씨의 범행으로 인해 오는 29일로 연기됐다. 경찰은 전씨가 보복 의도로 범죄를 저지른 것이 확인되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아버지와 한동안 소원했던 A씨는 사건 발생 직전 화해했다고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전날 서울 중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만난 A씨의 큰아버지는 "조카가 3일 전 '아빠 오해해서 미안해요. 1년 동안 아빠를 오해하고 살았어요. 정말 미안해요'라는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게 마지막 편지가 됐다"며 "서울 한복판 지하철역 안에서 직원이 근무 중에 살해당했다는게 말이 되느냐"고 비통해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막을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다고 지적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피해자 근무지나 주거지, 가해자 전과 등을 종합해 위험도가 높다고 판단되면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보호 조치를 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전날 "일반 시민이 더 이상 이와 같은 불행한 사건으로 희생되지 않도록 관계부처는 철저히 원인을 규명하라"며 "재발 방지를 위해 강력한 대책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에 효과적이고 단호한 대응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경찰과 검찰 등 관계기관은 범죄 예방 활동과 치안확보 노력에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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