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환의 Next Korea] 서경인 vs 영호충 ···대한민국 대결 패러다임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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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환 경기대 교수
입력 2022-08-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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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전한 자치분권으로 국가발전 '새 판짜기'

[김택환 교수]


대한민국 대결 패러다임 구조가 바뀌었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특정 후보와 정당에 영호남이 몰표를 주었지만 실제 대한민국 대결 구조가 바뀐 것이다. 서경인(서울·경기·인천)으로 모든 것이 집중되고, 영호충(영남·호남·충청)은 죽어가는 형국이다. 지방 소멸이 대한민국에 가장 중요한 국가 어젠다가 되었다. 그나마 충청은 서울·경기의 온기를 받고 있다고나 할까. 따라서 영호남을 대표하는 두 정치인인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은 JTBC 대담에서 “영호남이 똑같이 무시당하는 현실에서 갈등이 아니라 동맹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독일에서는 ‘중앙’ ‘지역’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주 도시 베를린도 한 지역이고, 과거 수도였던 본도, 바이에른주 뮌헨도 한 지역이다. 하지만 우리는 모든 것을 ‘중앙'과 '지역’으로 구분한다. 중앙이 서경인, 지역은 영호충에다 강원과 제주가 포함된다. 서경인은 인구뿐만 아니라 권력, 경제, 교육, 문화, 의료 등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이다.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괴물이 되었다. 개발독재 시대에는 모든 자원을 한곳으로 집중해 발전에 동원하는 것이 먹혔지만 세계 10대 경제강국이자 최고 민주주의 국가에서 개발독재 패러다임 전환 없이는 나라가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세계 최악의 자살률, 세계 최저 출산율, 양극화, 지방 소멸 등이 국가 미래를 암울하게 만든다. 인류 문명발전사를 다룬 책 <총·균·쇠>로 저명한 제럴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중국이 혁신하지 못한 것은 황제 중심의 중앙 집중 때문이었고, 유럽은 분권으로 경쟁을 통한 혁신으로 부흥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사회주의 국가도 같은 이유로 몰락했다. 분권이 바로 온전한 자치제도로 연방국가를 말한다.

최근 민선 8기로 전국시장도지사협의회 회장에 취임한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전국시장도지사협의회를 제2국무회의로 격상시키겠다”며 분권 시대를 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은 “중앙 집중은 ‘질병’이라면서 치유가 필요하다”고 말할 정도로 지역 소멸에 대해 우려를 표했고, 충청 지역 이장우 대전시장 역시 ‘분권과 균형발전’을 외치고 있다.
 
그럼 온전한 자치분권의 나라로 가기 위해서는 무엇을 개혁해야 하고, 어느 나라를 롤 모델로 삼아야 하나?
공교롭게도 최근 권력 서열 1위 윤석열 대통령과 2위 민주당 출신 김진표 국회의장은 국가 개조를 위해 독일 사례를 들고 나왔다. 윤 대통령은 “의미 있는 노동개혁을 위해 독일 사례(사회노동개혁인 ‘하르츠 4)”를 들었고, 김 의장은 국민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는 선거법·정당법 개정뿐만 아니라 개헌을 준비하기 위해 독일처럼 ‘중진협의회’를 제안했다.

역사상 최악인 제왕적 총통제 히틀러 나치즘을 겪고 난 이후 1949년 독일연방공화국 건국 주역들은 전국이 골고루 잘사는 자치분권의 ‘연방국가’와 ‘사회적 시장경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독일뿐만 아니라 미국, 스위스 등 부강한 자유민주국가 모두 연방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후자는 시장에서 질서 있게 경쟁하면서도 그 과실을 국민 골고루 나누는 복지국가를 말한다. 이를 통해 독일은 전국이 골고루 잘사는 전국 균형발전, 사회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 유럽 최고 경제강국, 평화통일, 유럽 중심 국가에다 4차 산업혁명 선도 국가로서 미래로 전진하고 있다. 이는 인사·재정·법률 권한을 갖고 있는 지역자치정부가 상호 경쟁과 협력 시스템을 갖추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G7 중 유엔이 발표한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 독일을 대한민국 국민은 ‘롤 모델’로 생각하고 있다. 필자가 의뢰해 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내용이다.

독일은 온전한 자치분권을 위해 어떤 제도를 도입해 실시하고 있는지를 분석하면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독일 헌법(기본권) 제27조 1항에 ‘사회적 연방국가’ 조항이 들어 있고, 2항이 ‘모든 국가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대한민국 헌법 1조 내용)라고 규정하고 있다. 자치분권과 국민주권을 동등한 권리로 규정할 정도로 자치분권을 우위에 둔다. 온전한 자치분권은 법률권, 인사권, 재정권, 교육권 등 권리를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정부가 갖는 것을 말한다.

또한 독일은 전국 균형발전과 자치분권을 위해 5개 헌법기관 중 하나인 ‘분데스라트(Bundesrat)’, 즉 연방참의회를 두고 있다. 독일식 상원제도다. 독일 헌법 40조에 “주는 연방참의회를 통해 연방의 입법, 행정, 유럽연합 사무에 참여한다”고 규정돼 있다. 즉 ‘연방참의회’로 ‘연방의회’와 쌍두마차로 독일 법률·행정을 이끌어가고 있다. 연방참의회 구성은 미국·일본처럼 직접 선거가 아닌 간접선거로 바이에른 같은 큰 주는 6명, 자르란트 같은 작은 주는 3명을 대표로 파견한다. 전체 수는 주지사, 주장관, 공무원 등 총 69명이다. 연방의회가 제정한 법률을 심의하기 때문에 지역 각 주의 이해를 반영하며 거부권을 갖고 있다.

현재 독일 광역 16개 주(시)는 그야말로 다양한 형태의 연정을 하고 있다(도표 참조). 따라서 갈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연방참의회 사무총장은 필자에게 “타협과 합의로 100% 갈등을 해결한다”고 설명했다. 북부 독일 슐레비히 홀스타인주 리빙 전권대사도 “연방의회 회기 4년 동안 평균 400개 법률을 통과시키는데, 연방과 주의 갈등을 연방참의회가 해결한다”고 말했다. 지역 주의 대표들이 모인 헌법기관 연방참의회가 국가 갈등 해결사인 것이다.

어떻게 이것이 독일에서 가능할까?
두 가지 제도와 절차를 통해 해결하고 있다. 먼저 헌법과 법률을 통한 주의 권한 규정이다. 주가 입법, 인사, 경찰, 문화, 교육 등 권한을 갖고 있다. 예산은 헌법에 ‘재정균형’이라는 조항을 통해 중앙정부 20%, 지방정부 40%, 기초자치정부 40%로 규정했다. 나아가 잘사는 지역은 못하는 지역을 의무적으로 지원하도록 했다. 게다가 연방정부 공무원을 지역할당제로 뽑는다. 지역 출신 청년들이 손해 보지 않도록 하고 전국 균형발전을 위해서다.

둘째,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독일식 제도가 있다. 연방의회·연방평의회 의원(각 3분의 2와 3분의 1)들로 구성된 ‘합동위원회(Der Gemeinsame Ausschuß)'다. 주 대표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지역의 이익을 챙기게 된다. 연방참의회가 막강한 권한을 갖는 것은 헌법에 “연방참의원은 연방의회 법률 의결을 접수한 후 3주 이내에 의안에 대한 공동 심의를 목적으로 연방의회 의원과 연방참의원 의원으로 구성된 위원회 소집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안건 ‘연방조정위원회’를 말한다.
독일은 이렇게 촘촘하게 전국이 균형발전할 수 있게 입법 과정, 재정, 행정 등에 지역 주가 참여하도록 헌법과 법률 차원에서 제도화한 것이다. 균형발전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독일은 국가권력기관들이 전국에 골고루 분포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칼스루에, 주 연방정부인 환경부와 국방부 등은 본에, 연방은행은 프랑크푸르트에, 공영방송 ARD는 함부르크, ZDF는 마인츠에 있다. 한국으로 비교하면 KBS 본부가 안동에, MBC 본부가 목포에 있는 셈이다.

나아가 글로벌 주요 대기업 본사 역시 전국에 골고루 분포돼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지멘스는 뮌헨, 고급 차로 알려진 벤츠는 슈투트가르트, 아우디는 네커스울름, 제약회사 바이엘은 레버쿠젠 등이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중견기업인 ‘히든 챔피언’들도 전국에 골고루 위치하고 있다. 가전으로 유명한 밀레의 밀레 회장 등 많은 CEO들은 “근무 환경이 더 쾌적한 지역이 살기 좋다”면서 “전국 균형발전으로 인력 수급에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그럼 ‘중병’을 앓고 있는 대한민국을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
답은 이미 나와 있다. 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 등이 못다 이룬 꿈이 전국 균형발전이다. 손학규 전 대표(민주당·바른미래당)는 “승자독식인 중앙 집중 제왕적 대통령제와 서울·경기 중심인 적대적 양당 공생구조로는 희망이 없다”고 말한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과 여야 정당 모두 신뢰의 위기에 처해 역설적으로 ‘새판 짜기’가 가능하다. 선거법·정당법 개정으로 민심이 반영되는 다당제로, 이어 ‘원 포인트 헌법 개정’을 통해 온전한 자치분권으로 대전환하는 것이다. 지역 소멸로 인해 대한민국이 소멸의 길로 갈 것인지, 독일처럼 균형발전으로 행복하고 부강한 나라로 갈 것인지, 이제 윤석열 대통령, 김진표 국회의장, 그리고 여야 정치인들이 결단할 때다.

 
독일 주정부 구성 정당 현황과 연방참의회 의석수(총 69석)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 기민당/녹색당 6명
헤센 기민당/녹색당 5명
바덴뷔르텐 베르크 녹색당/기민당 6명
바이에른 기사당 6명
니더작센 사민당/기민당 6명
작센 기민당/사민당+녹색당 4명
작센안할트 기민당/사민당+자민당 4명
슐레비히 홀스타인 사민당/녹색당+SWW(지역정당) 4명
라인란트팔츠 사민당/자민당+녹색당 4명
브란덴부르크 사민당/좌파당 4명
베를린 사민당/기민당 4명
브레멘 사민당/녹색당 3명
함부르크 사민당 3명
튀링겐 좌파당/사민당+녹색당 4석
자를란트 기민당/녹색당 3석
메클렌부르크 포어포메른 사민당/기민당 3석

 


김택환 교수 주요 이력

▷독일 본(Bonn)대학 언론학 박사 ▷미국 조지타운대 방문학자 ▷중앙일보 기자/국회 자문교수 역임 ▷광주세계웹콘텐츠페스티벌 조직위원장 ▷현 경기대 산학협력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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