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보험료 인하 촉각] 예정이율 인상 놓고 딜레마 빠진 생보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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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현 기자
입력 2022-08-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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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형사, 하반기 예정이율 인상 검토 중

  • 재무건전성 리스크에 신중론도

  • 증시 하락에 실적 감소세도 고민

[사진=연합뉴스]

대형 생명보험사들이 최근 예정이율 인상을 일제히 검토하고 나섰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당국의 보험료 산정체계 점검 요구를 받으면서 해당 논의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예정이율이 오르면 보험료는 낮아진다. 

그러나 업권 일각에서는 예정이율 인상과 관련해 신중론도 나온다. 금리 인상이 생보사의 수익성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은 맞지만, 동시에 재무건전성 리스크가 상존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가지수 하락에 따른 실적 감소세도 이어져 생보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하반기 일부 상품의 예정이율 인상을 추가 검토 중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최근 올인원 암보험의 예정이율을 '2.0 → 2.25%'로 인상하는 등 일부 상품에 대한 예정이율을 조정했다"며 "다른 상품들에 대한 인상 논의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도 변경시기나 대상 상품, 변동폭 등은 아직 정하지 않았으나, 예정이율 인상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련 움직임을 두고, 업계는 생보사들이 최근 가파른 금리 인상 흐름에 따라 해당 논의에 착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예정이율이란 고객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때까지 보험사가 얻을 수 있는 예상수익률을 말한다. 예정이율이 올라가면 보험사는 그만큼 운영수익을 더 얻을 것으로 예상해 낮은 보험료를 받게 된다.

통상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보험사들은 대체적으로 예정이율을 상향 조정해왔다. 보험사는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를 채권 등에 투자해 운용하는데, 금리 인상 시 신규 채권투자에 기존보다 높은 이율이 적용돼 장기적인 운영자산 수익률이 높아진다. 특히 장기성을 띠는 생보사들의 이익개선세가 점쳐진다.

생명·손해보험사들의 예정이율은 각각 2% 초반대, 2.5% 수준이다. 코로나 이전 저금리 현상이 이어지자 보험사들은 예정이율을 일제히 하향 조정했는데, 생보사들은 최근까지 대부분 해당 이율을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 상승에 속도가 붙자 올초부터 예정이율 조정에 대한 여론이 고개를 들었다. 지난달에는 사상 첫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에 관련 압박이 거세졌다. 

당국의 간접 압박을 피할 수 없었다는 시각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 생보사에 예정이율 등 보험료 산출체계가 적정한지에 대해 자체 점검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위사들의 예정이율 인상 계획에 나머지 중소형 생보사들도 관련 논의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건전성 리스크 여전…IFRS17 앞두고 보수적 운영 불가피"
하지만 생보업계 일각에선 예정이율 인상을 두고 신중론도 나온다. 금리상승이 수익성에 긍정적 영향을 주지만, 동시에 재무건전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험권은 재분류했던 채권이 금리 상승 시기와 맞물리면서 평가익이 감소,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험사는 보유 채권을 통상 '만기보유증권'과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하는데, 만기보유증권은 회계상 원가로, 매도가능증권은 현재 가치인 시가로 평가한다. 이 때문에 매도가능증권은 금리에 따라 평가액이 달라진다.

지난해 8월 이전까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자 일부 보험사들은 기존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했다. 금리 하락으로 기존 채권가격이 오르며, 한동안 자산 및 재무건전성 지표인 RBC(지급여력)비율의 상승 효과를 누렸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가파른 금리상승 기조가 이어졌고 이에 채권가격이 하락, 자산 및 RBC비율 역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재분류한 채권은 최소 3년간 재변경할 수 없어, 자본확충이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생보사들은 내년 IFRS17(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을 앞두고 보수적 경영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IFRS17은 보험사 부채를 평가하는 방식이 기존 원가에서 시가 기준으로 변경된다.

과거 생보사들은 자산 규모 확대 차원에서 저축성 상품을 다수 판매했다. 저축성 보험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약속한 이율 이자를 내줘야 하는 상품으로 보험금이 부채로 인식, IFRS17 도입 후엔 생보사들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현재 생보사들은 팔수록 부채가 늘어나는 저축성 대신 보장성으로 상품 포트폴리오를 변화시키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예정이율이 높을수록 소비자들에게 높은 이익률을 제시하며 영업력이 강화될 수 있어, 회사가 관련 수치를 일부러 안 올리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예정이율을 올리면 보험사는 그 이상으로 자산 운용에서 수익률을 내야 하는데, 회사마다 보유 채권 등 상황이 달라 예정이율 상향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증시 하락에 실적 감소세도 고민

[사진=연합뉴스]

증시 하락 영향으로 변액보험 매출 등이 떨어지면서 실적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점도 생보사들에는 고민거리다. 한국은행이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하반기 실적도 우울한 상황이다. 

한화생명은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57.4% 감소한 1067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신한라이프와 푸르덴셜생명 당기순이익도 전년동기 대비 각각 10%, 18% 감소한 2775억원, 1577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맏형 격인 삼성생명도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4250억원)이 전년동기 대비 63.5% 하락했다. 

통상 금리 인상 시 투자자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금 이탈과 함께 증시 하락 흐름으로 이어진다. 요즘 같은 금리 인상기에는 생보사들의 주력인 변액 니즈가 떨어지고 있다. 

실제 생보협회에 따르면, 최근 취합 수치인 지난 5월 말 기준 생보사들의 변액 초회보험료는 6601억76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동기(2조2576억1900만원) 대비 무려 70.7%나 줄어든 수치다. 

이미 판매한 부분 역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식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준비해야 하는 변액보증준비금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변액보험을 판매한 생보사들은 판매 시점 예정이율보다 투자수익률이 떨어질 경우 그 차액만큼 보증금을 쌓아야 한다. 그 규모가 클수록 손실이 불가피하다.

변액부진은 자연스레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생보사들의 지난 1분기 수입보험료는 25조98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조8696억원(10.3%) 감소했는데, 변액보험 감소(28.1%) 영향이 가장 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추가 금리 인상에 따른 주가지수 하락이 예상돼 생보사들의 재무건전성 및 변액보증준비금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예정이율 인상으로 보험료까지 인하할 경우 이들의 재무적 부담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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