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최상현 베어링자산운용 주식 운용 총괄본부장 "당분간 풍부한 유동성 없어… 기업분석 방식으로 투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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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빈 기자
입력 2022-08-0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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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년째 주식운용 지휘… "경제적 자유 위해 간접투자가 효율적"

  • "작전주 안하면 손해보는 기분은 착각… 펀더멘탈 분석이 원칙"

최상현 베어링자산운용 주식 운용 총괄본부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금융 환경이 변하고 있다. 물가 상승 압력이 장기화하면서 지난 10년간 주식시장을 부양했던 풍부한 유동성은 당분간 돌아오지 않을 공산이 크다.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시기에는 기존 투자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 이 같은 국면에서 자산 형성을 하려면 철저한 기업 분석을 통해 펀더멘털 기반 투자를 해야 한다."

최상현 베어링자산운용 주식 운용 총괄본부장은 글로벌 주식시장에 대한 전망과 자산 증식을 위한 투자법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최 본부장은 1995년부터 햇수로 28년째 주식투자 업무를 맡고 있는 주식운용업계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이다. 베어링자산운용에는 2013년에 합류해 10년째 주식 운용 부문을 지휘하고 있다.

그가 인터뷰에서 가장 강조한 점은 기업 분석이다. 증권가에 떠도는 풍문이나 당대에 유행하는 테마를 좇아 투자하기보다는 펀더멘털을 분석해 저평가된 기업을 찾아내는 것이 보다 안전하고 확실하게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베어링자산운용은 6월 말 기준 3497억 달러(약 455조원)의 수탁액을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운용사다. 8월 현재 한국에서 운용하고 있는 운용 자산 규모는 13조원에 달한다.

다음은 최상현 총괄본부장과 일문일답한 내용.
 

최상현 베어링자산운용 주식 운용 총괄본부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새해 들어 글로벌 증시, 특히 한국 증시가 요동치고 있다. 현 상황에 대해 어떻게 진단하나.

"글로벌 증시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공급됐던 과도한 유동성이다. 이는 결국 인플레이션 우려 고조로 이어졌고 이를 막으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증시에 충격을 줬다.

양적 완화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 환경에 금융시장이 너무 익숙해진 점도 악재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지난 세기에 비해 시중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풍부했다. 유동성이 풍부하다 보니 펀더멘털이 부족한 주식도 고평가받기 쉬운 상황이었고 이 같은 환경이 10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긴축 전환 우려에 증시가 큰 충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시장이 비교적 약세인 까닭은 수출 중심인 경제구조 때문이다. 기업의 이익이 수출에서 많이 발생하는 만큼 글로벌 경제 상황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풍부한 거래량도 상대적 약세의 원인이다. 한국 증시는 규모 대비 거래량이 많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외국인 입장에서는 이머징 시장에서 리스크 회피를 위한 매도가 용이한 편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머징 시장에서 한국 시장을 위험 회피 시장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파생상품시장도 발달했기 때문에 외국인 입장에서는 리스크를 관리하기 굉장히 좋은 시장이다. 심지어는 태국 주식 리스크 관리를 하려면 한국 주식을 팔아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을 정도다."

-현재 2030세대는 올해 하락장을 태어나서 처음 겪는다. 자본시장의 파도를 숱하게 넘어온 선배로서 이들에게 위로와 조언을 건넨다면.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보인다. 손실이 속상하고 안타깝겠지만 이는 주식시장 참여자라면 누구나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다. 오히려 손실을 좋은 경험으로 생각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이번 손실을 통해 독자적으로 판단하는 기준을 수립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배울 필요가 있다. 시장이 좋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낙관적인 전망을 강하게 내비친다. 반면 시장이 조정을 받을 때는 비관적인 전망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는 전망을 제시하는 전문가들의 역량 문제가 아니라 주변 환경의 문제다. 결국 다른 사람들의 투자 조언에 너무 집착하기보다는 손실 경험을 통해 시장이나 종목에 대한 판단 기준을 수립하면서 성장해야 한다."

-판단 기준과 투자 기법에 대해 조언한다면.

"베어링자산운용은 특정 투자기법을 사용하지 않고 전통적인 방식을 따른다. 기업 분석을 바탕으로 투자한다. 분석된 가치보다 주가가 싸면 비중을 높이고 비싸면 비중을 낮추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리스크 관리에도 탁월하다. 실제로 베어링자산운용은 올해에도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다. 8월 4일 기준  베어링고배당증권투자회사 class A 수익률은 2년 기준 27.42%, 3년 기준 33.74%다. 10년 기준 수익률은 118.68%에 달한다.

기업 분석이 가지는 또 다른 장점은 외풍에 강하다는 점이다. 통계나 인공지능(AI), 매크로 환경 등을 고려하는 투자도 높은 수익률을 낼 수는 있다. 하지만 환경 변화에 따라 변수가 늘어나면 기존과 같은 성과를 내기 힘들다. 지속적으로 금융 환경 변화에 맞춰 새로운 변수를 고려하면서 투자해야 하는 것이다.

반면 기업 분석은 근본이 있는 투자기법이다. 환경보다는 기업의 근원적인 펀더멘털에 집중하기 때문에 외부 환경 변화로 인한 영향이 덜하다. 결국 주식 투자의 목적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 분석은 항상 승리할 수 있다.

따라서 매수 종목을 선택할 때도 섹터나 테마가 아닌 기업의 펀더멘털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시장에서 인기 있는 종목을 무의미하게 추종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 인기주의 주가가 실제 가치보다 높은 수준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업 분석 투자가 도움이 됐던 경험을 꼽는다면.

"외환위기(IMF) 당시 작전주가 굉장히 많았다. 수없이 많은 종목이 급등락을 반복했지만 펀더멘털 대비로 봤을 때 납득할 수 없으면 투자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다들 돈을 버는데 나만 손해를 보는 기분이었지만 지나고 보니 올바른 투자였다. 고평가 종목에 높은 비중을 뒀던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봤지만 흥분하지 않으려고 노력한 덕에 수익률 방어가 가능했다. 이 같은 일은 닷컴버블과 2007~2008년 조선주 호황 때도 반복됐다.

시장이 비관적일 때에도 기업 분석에 기반을 둔 투자로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지금처럼 시장이 비관적이었는데 펀더멘털 분석을 통해 좋은 기업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매수했다. 이후 2009년 주식시장이 반등하면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

-개인투자자가 기업을 분석하는 일이 쉬워 보이지는 않는데.

"그래서 펀드 등 간접투자가 존재한다. 개인투자자 중에서도 주식시장에 적합한 마음가짐과 기업 분석 능력을 가진 투자자는 있다. 하지만 이들은 소수다. 대부분 개인투자자는 등락으로 인한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잘못된 판단을 내릴 때우가 많다.

올해 주식시장에서 많은 개인투자자가 잘못된 판단을 내린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상승장에서는 압박감을 거의 받지 않고 대부분 투자에서 성공했겠지만 하락장에 진입한 이후로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경제적 자유를 위해서도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가 더 효율적이다. 경제적 자유는 운에 맡겨서 얻을 수 있는 일확천금 같은 자유가 아니다. 장기적인 재무 계획에 따라 자산을 축적해야 얻을 수 있다.

특히 금융 환경의 근본적인 변화가 전망되는 국면이기 때문에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를 강력하게 권유하고 싶다. 지난 10년 동안은 경기가 너무 안 좋았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돈을 풀면서 경기를 부양했고 주식시장을 견인했다. 중앙은행의 주요 목표가 경기 부양인 시대였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중앙은행들은 경기 부양이 아니라 물가 안정을 주요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금융 환경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금융 환경이 바뀌면 과거의 투자 논법과 성공 방식이 더는 통하지 않게 된다.

일각에서는 물가가 안정되면 글로벌 중앙은행이 다시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하지만 물가 상승 압력이 쉽사리 사라지기는 어렵다. 세계화가 후퇴하면서 글로벌 산업 공조가 깨지고 있기 때문에 물가 상승 압력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지정학적 갈등으로 인한 군비 투자와 이에 따른 재정 지출 확대도 물가 압력으로 작용한다.

연준이 아직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을 잊지 않았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당시 연준은 금리 인상으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가 대두되자 급하게 금리를 다시 낮췄다. 결과는 인플레이션 파이터 폴 볼커의 등장이었다. 점진적인 금리 인상으로 해결할 수 있었던 인플레이션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기준금리 대폭 인상이라는 극약 처방이 내려졌다. 이로 인해 당시 미국 경제가 받은 충격도 상당했다. 연준은 이 같은 일이 재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쉽게 인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좋은 펀드를 선택하는 기준은 어떤 것들이 있나.

"먼저 오랜 역사를 가져야 한다. 단기간 운용된 펀드는 미래에 대한 예측이 어렵다. 수익률은 장기 수익률에 주목해야 한다. 최소 3년 이상 꾸준히 수익을 올리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특정 기간에만 수익이 몰려 있는 펀드는 피해야 한다. 운용역이 자주 바뀌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베어링자산운용의 펀드는 이 같은 좋은 펀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주식에 투자하기 때문에 증시 변동에 따른 변동성은 공유하지만 가치형이나 배당형으로 구성됐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시장 대비 우수한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또 패시브가 아닌 액티브 운용 철학을 바탕으로 지수 대비 추가 성과를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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