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돈 칼럼] 무역적자 위기, '공급주의 경제학'을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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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
입력 2022-08-0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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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세돈 교수 제공]

20년 이상 지속되던 무역수지 흑자기조가 최근 크게 흔들리고 있다. 4월부터 7월까지 4개월 연속 적자이면서 금년 1월부터 7월까지 통관기준 무역수지 적자금액은 150억 달러를 넘었다. 4개월 연속 적자도 1997년 IMF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지만 금년 전체로 무역수지 적자가 된다면 이 또한 1997년 이후 2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무역수지가 적자를 보이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당연히 수입원자재 가격의 폭등에 따른 수입금액 증가 때문이다. 원유수입액은 71.4%나 늘어났고 화공품, 철강재 비철금속 수입액도 모두 26% 이상 증가했다. 원자재와 곡물류 수입금액이 폭등한 것은 당연히 2020년 4월 코로나 사태 직후 원자재가격과 곡물가격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對중국 무역수지 두 달 째 적자

그러나 수입 폭증이 무역적자 원인의 전부는 아니다. 수출증가율이 현저히 떨어진 것도 무역적자의 중요한 원인이다. 2021년 5월 수출은 1년 전에 비해 45.5% 증가했는데 금년 6월에는 5.2%에 그쳤다. 경공업 제품 5.4%, 기계류 및 정밀기기 3.5%, 수송 장비 – 4.9% 등 경공업제품과 중화학제품 수출증가율이 저조하거나 감소세로 반전되었다. 특히 중국이나 유럽연합 그리고 일본 수출이 가파르게 둔화되고 있다.

최근의 무역수지 적자가 오로지 원자재 가격의 상승 때문이라면 무역수지 적자는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원자재 가격은 금년 4월을 정점으로 빠르게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구리는 3월, 콩은 4월, 그리고 원유는 5월에 최고점을 찍고 가격이 점차 하향하는 추세가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만약 수출 감소 속도가 수입 감소 속도보다 더 빠르다면 무역수지 적자가 해소된다는 보장이 없다.

이런 관점에서 큰 걱정은 대중국 무역적자가 두 달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992년 중국과 국교를 정상화한 이후 30년 동안 우리나라는 한 해도 예외 없이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지만 이런 장기 흑자 기조가 금년 들어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230억 달러가 넘던 대중국 무역흑자가 금년 1~6월 중에는 41억 달러로 줄었으며 특히 5월과 6월에는 각각 11억 달러와 12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를 초래한 주범은 대중국 수출의 위축이다. 대중국 수출증가율이 하락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사실 2016년부터 꾸준히 대중국 수출 증가율이 떨어져 왔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작금의 대중 무역적자 전환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수출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고 특히 작년 무역흑자 293억 달러 중에서 83%를 차지하던 대중국 무역이 흑자였음을 감안하면 지금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얼마나 걱정스러운 일인지 잘 말해주고 있다. 이번의 무역적자는 코로나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외부 돌발 사태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인한 수입증가는 막을 방법이 없다. 그러나 대중국 수출이 부진의 늪에 빠진다면 설혹 원자재 가격이 원상태로 돌아온다 하더라도 무역적자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무역적자가 지속되는 경우 초래할 경제적 위험요소를 어떻게 예방 혹은 해결해 나가느냐가 정책의 관건이 되는 셈이다.

무역적자 장기화 따른 경제적 위협

무역적자가 초래할 위험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그 첫째가 외환부족으로 인한 외환위기 발생의 위험성이다. 무역적자 금액만큼을 외화로 결제해야 하는데 외환보유액이 부족하거나 차입을 할 수 없으면 대외적으로 부도가 발생하게 된다. 최근 스리랑카나 아르헨티나에 외환부족 사태가 발생한 중요한 원인 중에 하나가 관광객 위축으로 인한 외환부족 때문이다. 칠레나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가 외환위험이 발생하지 않는 이유도 이 나라 무역수지가 흑자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외환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무역적자가 연간 400~500억 달러가 된다 하더라도 외환보유액의 10%에 불과한 데다 대외 채권규모가 1조 달러가 넘기 때문에 외환유동성 부족 사태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둘째 위험은 중국 경제 침체에 따른 국내 경제의 동반 침체다. 2022년 들어 중국은 제로-코로나 정책을 표방하면서 강력한 경제봉쇄를 지속했다. 그 결과 30% 가깝던 2021년 중국의 수출증가율은 금년 상반기 중 14%로 추락했고 수입증가율도 작년 30.0%에서 금년 상반기 6.4%로 떨어졌다. 중국 경제성장률도 8%대 성장세에서 2022년 4%대 혹은 그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중국 경제가 침체하면서 대중국 수출 부진은 우리나라 경제전망에 매우 부정적인 그림자를 드리우는 것이 확실하다.

코로나 위기로 출발한 원자재 가격 폭등과 대중국 수출부진에 따라 발생한 무역적자를 타개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교과서적 방법은 소비를 줄여서 수입을 억제시키는 방법이다. 세금을 올려 가처분소득을 줄이고 따라서 수입수요를 위축시킨다는 생각이다. 또 금리를 올려서 투자재 수입을 억제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내수 위축을 통한 무역적자 해소는 경기침체를 수반하고 동시에 일자리를 심각하게 줄이는 폐단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매우 채택하기 어려운 정책이다. 1980년대 미국 공화당 레이건 정부는 공급요인을 촉진하여 수출 경쟁력을 살리고 무역적자를 해소하는 ‘공급주의 경제학(supply side economics)’을 채택했다.

美 레이건의 ‘공급주의 경제학’

공급주의 경제정책의 첫째 단추는 과감한 부가가치세 인하를 통해 가격경쟁력을 살리는 방법이다. 부가가치세를 낮추면 수출경쟁력도 생기면서 동시에 물가안정과 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이룰 수 있다. 공급주의 경제정책의 둘째 단추는 과감한 규제철폐다. 규제를 풀어줌으로써 비용곡선도 낮추면서 일자리도 증대시킬 수 있다. 수출과 관련된 규제를 더 과감하게 철폐시킴으로써 물가안정, 경기활성화 및 수출 증대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 1970년대 미국 경제를 바로 세운 정책이 1980년대 레이건 정부의 규제개혁과 감세조치였다. 이런 공급주의 경제정책에 더하여 셋째로 채택할 정책은 대중국 의존도를 완화하는 일이다. 특히 그동안 소원했던 일본, 인도, 유럽, 동남아세안, 호주, 아프리카, 남미 등 새로운 교역 파트너를 발굴해야 한다. 1990년 초까지 대미 무역을 통해 경제성장의 1단계를 이루고 2022년까지 대중국 교역을 바탕으로 2단계를 이룩했다면 앞으로는 미·중 이외의 세계를 상대로 한 3단계 교역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특히 전체 수출 6400억 달러의 20%에도 못 미치는 1160억 달러의 중소기업 수출 기회를 획기적이고 근본적으로 늘리는 정책으로서 교역체계를 세울 필요가 있다.



신세돈 필자 주요 이력
 
▷UCLA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조사제1부 전문연구위원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연구실 실장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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